선진국은 학교 교육과정으로 체계적 학습

2021-05-04 11:48:37 게재

교과에 모의 노사교섭 역할극도

일하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전국 중·고등학교 학생 가운데 약 8.5%가 아르바이트나 일 등의 노동경험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연합노동조합 유나이트는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노동조합 소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은 노동조합원 가운데 강의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 초청받은 고등학교에서 진행한다. 노동조합을 소개하는 브로셔를 받아들고 설명을 듣는 학생들의 모습. 사진 한국고용노동교육원 제공


하지만 우리 사회의 노동에 대한 천시와 왜곡된 인식으로 여전히 정당한 대우를 못 받는 사례가 많다. 학교 노동인권교육 활성화는 문재인정부 국정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교육과정에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의 가치나 노사관계에 대한 이해 없이 노동현장에 진입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선진국들은 산업혁명 이후 오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노동의 사회적 가치를 교육을 통해 재생산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노동교육의 진단과 합리화'(2018년)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 영국 프랑스 스웨덴 등 선진국 노동교육은 학교 교육과정으로 편성돼 체계적인 학습과정을 갖추고 있다.

독일의 경우 우리나라 고등학교에 해당하는 중등2 과정의 교과서인 '함께 행동'에서 노동 세계, 노동자의 이해 대변, 노동권과 협약권, 노동쟁의 등 노사관계의 매우 구체적인 내용을 상세하게 다룬다. 노사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위한 '모의 노사관계' 역할극도 포함된다. 노동자 교육보다 시민교육의 일환으로 설계된 점도 선진국 노동교육의 특징이다. 노동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면서 민주시민교육 직업교육 역사교육 등과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영국은 노동교육이 민주시민교육과 함께 병행해서 이뤄지고 있다. 영국 정부의 공식 홈페이지(https://www.gov.uk)에는 노동인권 내용이 체계적으로 실려있다. 대다수 시민이 공동체 구성원이면서 납세자 유권자 노동자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프랑스 노동교육 역시 영국과 마찬가지로 시민교육에 포함돼 있다. 시민교육은 12년 간의 학제 전체에서 다뤄지는 중요한 의무 교과목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에서부터 고등학교 고학년 학생에 이르기까지 매우 체계적으로 이뤄지며 궁극적으로 노동이 무엇이고 노동이 사회적으로 왜 중요한지를 철학적으로 접근한다.

송태수 한국고용노동교육원 교수는 "영국은 사용자의 법률적 지위는 고용계약 체결과 동시에 주어진다"며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의 권리와 의무도 당연히 법률적 관계에 따른다는 것을 교육하는 게 노동인권교육"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보편적인 시민교육이라는 의미다. 우리 사회에서 노동은 여전히 부정적인 이미지로 남아있다. 노동자는 힘들게 일하고 낮은 임금을 받는 사람들로 이해된다. 송 교수는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의 72%가 노동자로 살고 있다"며 "우리도 보편적인 노동인권교육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교육이 체계적으로 실시되기 위해서는 우리도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노동교육의 원칙에 따라 내용을 심화하는 방향으로 교육과정이 개편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홍혜경 리포터 hkh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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