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에 중산층 지갑 닫았다

2021-05-17 11:04:12 게재

중산층 소득 급감했지만 정부지원대상에서는 빠져

빈곤층은 소비 2.8% 늘려

부유층은 거의 변화 없어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소비를 가장 크게 줄인 계층은 중산층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빈곤층이나 부유층보다 소비 감소폭이 더 컸다는 말이다.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등 시장에서 벌어들이는 소득이 크게 줄었지만 정부의 각종 지원 대상에서는 중산층이 배제되면서 지갑을 닫는 방식으로 대응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한국개발연구원(KDI) 남창우 연구위원과 조덕상 전망총괄이 작성한 '코로나19 경제위기와 가계소비'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소득 상위 40~60%에 해당하는 3분위 가구의 소비지출이 6.8% 감소했다. 이는 전체 가구의 지출 평균 감소율인 2.8%의 배를 넘는 수준이다.

◆중산층 소득감소, 평균치 2배 = 이어 소득 상위 20~40%인 4분위 가구의 소비지출 감소율은 4.2%, 소득하위 20~40%인 2분위 가구는 3.3%로 뒤를 따랐다.

반면소득 상위 20%까지인 부유층의 소비는 0.8% 줄어드는데 그쳤다. 또 소득 하위 20%인 빈곤층의 소비는 2.8% 늘었다. 지출을 늘린 유일한 분위다.

가계의 지출 규모만 놓고 보자면 부유층은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정부 지원금이 집중된 빈곤층은 오히려 소비가 늘었다. 반면 소득 기준으로 한가운데인 3분위, 중산층으로 분류할 수 있는 4분위가 지난해 소비 감소를 주도한 셈이다.

◆실질소득 줄자 소비 줄여 = 소득 분위별로 지출 증감률이 다른 이유를 정부의 재난지원금에서 찾는 시각이 많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의 경우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재산소득을 합산한 시장소득이 지난해 6.1% 줄었다. 하지만 정부의 재난 지원금 등이 반영된 공적 이전과 세금 등 비소비지출까지 감안한 가처분 소득은 거꾸로 7.5% 늘었다.

코로나19의 타격을 가장 크게 받았지만 정부의 보편·선별 지원금을 받아 평균소득이 늘었고 이는 지출을 더 늘릴 수 있는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2분위 역시 시장소득이 1.9% 줄었지만 가처분소득은 4.6% 늘었다.

이에 비해 중산층으로 볼 수 있는 3분위는 시장 소득이 2.7% 줄어든 가운데 가처분소득은 2.0% 늘어나는데 그쳤다. 4분위 역시 시장소득이 1.2% 줄어든 상황에서 가처분 소득은 2.2% 느는데 그쳤다. 3분위와 4분위 모두 전체가구 평균 가처분소득 증가율인 3.3%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3분위는 가처분 소득 증가율이 소득 5분위 중 가장 낮았다.

KDI 남창우 연구위원은 "중간소득 계층인 3분위와 4분위가 코로나19에 따른 실질적인 충격과 불확실성에 가장 크게 노출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지리 소득이 크게 줄어든 중산층들은 결국 소비지출을 큰 폭으로 줄이고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저축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한 것이란 설명이다.

경제주체별 소득 수준과 함께 소득의 충격 규모를 함께 고려해 정부 지원의 대상을 선정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도 내놨다.

보고서는 "중간소득계층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소비 충격이 크게 나타난만큼, 경제주체별 소득수준과 함께 소득 충격의 규모도 함께 고려해 정부지원의 대상을 선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효과적인 방역이 가계소비 회복의 핵심요소라는 점에서, 방역정책의 수용성과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방역조치로 인해 사회적 비용을 크게 부담하는 계층에 대한 지원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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