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대행·LED간판 설치 … 소상공인 등 치는 사기 활개

2021-05-12 11:24:24 게재

계약 후 약속 지키지 않고, 반환 요구도 거부 … 피해규모 수천억원대 예상되지만 구제방법 없어

# 경기지역에서 학원을 경영하는 A씨. 2년전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LED간판 영업 내용이었다. 며칠 후 S사 여성 영업사원이 방문했다. 영업사원은 "300만원 가량의 고성능 LED간판을 36만원에 설치해 주겠다"고 말했다.

국내 여행사 할인권을 매장에 비치하면 홍보비 명목으로 월 7만8000원을 돌려주는 페이백((payback) 방식이었다. A씨는 월 1만원만 내면 간판을 설치할 수 있고, 대형영화사 지원이라는 말을 믿었다. A씨는 카드로 월 8만8000원씩 36개월 할부 계약을 했다.

계약 후 상황은 달라졌다. 페이백은 현금지원이 아닌 영화 할인쿠폰으로 지급됐다. 이 할인쿠폰은 평일에만 사용이 가능했다. 주말과 휴일에는 사용할 수 없어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

해지를 요구하려 했지만 불가능했다. 영업직원 전화번호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본사에서는 영업직원 문제로 몰아갔다. 계속 항의해 반환받은 금액은 50만원에 불과했다. A씨는 "완전히 사기 영업"이라며 "많은 소상공인들이 동일한 수법으로 피해를 입었고, 지금도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4일 서울 동작구 소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의실에서 '소상공인 대상 홍보사기 피해대책 수립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소상공인연합회 제공


소상공인들이 사기영업에 피해를 입고 있다. 코로나19와 경기침체로 가뜩이나 어려운 소상공인 처지를 이용해 큰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최근 전화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소상공인 업계가 파악한 사기성 피해는 온라인 광고 대행과 LED 간판을 고가로 판매하는 경우다. 지역신용보증재단을 사칭한 불법대출 문자메시지도 발송돼 피해가 우려된다.

온라인 광고대행 사기의 경우 영향력있는 블로거 체험단을 운영하며 업체 홍보성 글을 올려 매출 30% 이상 상승을 보장한다고 꼬드긴다. 전액 환불이나 1년 연장 무료관리를 내세운다.

그러나 계약 후 돌변한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에 날림으로 1번 정도, 검색되지도 않는 자체 뉴스기사에 글을 올린다. 홍보효과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환불을 요구하면 게시글 한건에 수십만원씩 책정하고 10%도 안되는 돈만 되돌려 준다.

◆가격 부풀리고 효과 없어 = 경기지역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B씨는 올해 초 광고대행 계약을 맺었다가 피해를 당했다.

피해는 걸려온 전화 한통에서 시작됐다.

자신을 네이버 공식대행업체 영업사원이라고 밝힌 남성은 "1년에 720만원짜리 광고계약인데 관리비만 내면 특별하게 전액 지원해 주는 회원을 모집한다"며 참여를 권유했다. 영상으로 회사 내부도 보여줬다. 계약자 대부분이 매출이 상승했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B씨는 연 132만원 광고대행 계약을 맺었다. 계약은 비대면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계약 당시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약속한 홈페이지 호스팅은 네이버 모두(무료홈페이지 제작프로그램)로 만든 홈페이지에 사진 몇장 올려준 게 전부였다. 파워링크를 월 200만원 한도에서 무제한 가능하다는 말도 거짓이었다. 환불을 요구했지만 고소하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B씨는 "전문적으로 사기성 영업을 하는 업체들이 난립해 홍보에 목마른 소상공인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있다"고 호소했다.

온라인 광고대행 피해를 입은 정재진 행정사는 "이런 업체들은 네이버 등 유명 포털의 관계회사인 것처럼 소상공인들을 현혹하는데 실상은 정식 등록업체도 아니고, 파워링크 광고 클릭자 수를 허위로 알려주는 수법으로 소상공인을 울리고 있다"고 밝혔다.

업체들은 개인정보 무단도용 의혹도 받고 있다. 비대면 결제 시 제공한 신용카드 정보를 폐기하지 않고 가지고 있다가 무단으로 결제한다는 것이다.

LED간판 판매도 사기성이 짙다. 가게에 비치하도록 한 여행사가 유령회사인 경우도 있다. 여행사로 연락하면 판매업체로 연결되기도 한다. 여행사가 온라인 포털에서 검색이 되지 않거나 아예 여행사 이름이 없는 사례도 있다.

간판가격도 부풀려졌다. 피해자 C씨는 "간판업자에게 물어보니 성능이 같은 LED간판이 도매가로 30만~50만원이라며 너무 비싸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간판을 설치한 가게는 지자체로부터 불법간판 철거 명령 고지서를 받고 철거해야 했다. 판매업체의 합법적이라는 주장은 거짓말이었다. 서비스도 엉망이다. 영상 수정을 요구하면 차일피일 미루거나. 가게 이전할 때 설치비만 받고 연락이 두절되는 일도 있다.

◆개인정보 무단도용 의혹 = 소상공인들은 피해규모가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인당 평균 피해액을 200만원으로 잡아도 피해자가 전국 1만명이면 200억원에 이른다. 10만명이면 2000억원인 규모다.

피해자 모임 관계자는 "사기성 온라인광고 대행업체의 경우 1년 매출이 400억~5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며 "불법 LED간판 등까지 포함하면 연간 소상공인 대상 피해액은 수천억원 대를 넘어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소상공인 피해를 구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김임용 소상공인연합회장 직무대행은 "전화권유판매유형을 관할하는 방문판매업의 경우, 소상공인들이 소비자로 인정받지 못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경우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의 '전화권유판매업자'로 분류돼 대부분 분쟁은 이 법의 규정에 따라 처리되고 있다. 그러나 소상공인들은 소비자로 인정받지 못해 법을 적용할 수 없다.

김 직무대행은 "소상공인을 구제하는 방법으로 방문판매업법을 개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가뜩이나 어려운 소상공인들의 등을 치는 이러한 전화권유 사기 유형은 당연히 법에 따라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법대출 문자메시지 주의 = 지역신용보증재단을 사칭한 불법대출 문자메시지가 발송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신용보증재단중앙회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대규모 정책자금이 집행되고 있는 상황을 이용해 지역신용보증재단을 사칭한 불법문자와 온라인 개인정보수집 페이지가 늘고 있다.

사기범들은 지역신보를 사칭해 지역신보 보증을 통한 이차보전 무이자 대출이 가능하다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해 문의를 유도한다. 전화번호로 상담 문의를 하면 주민등록번호 등의 개인정보를 요구하거나 기존 대출금 상환, 신용등급 상향 등을 미끼로 수수료율 자금이체를 요구한다.

특히 온라인 페이지를 'OOO 채무통합지원센터' 등의 이름으로 개설, 공공기관으로 착각하게 꾸며 대출상담을 위한 개인정보를 편취 시도도 발생하고 있다. 수집한 개인정보로 상담을 통해 대환을 유도해 대출금을 편취하거나 금융 컨설팅 명목으로 수수료를 요구하기도 한다.

신보중앙회는 "불법대출 사칭 문자메시지를 받으면 한국인터넷진흥원 불법스팸대응센터(118), 경찰서(112), 사이버경찰청(182)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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