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레미콘 믹서트럭, 수급조절 해제 더 미룰 수 없다

2021-05-25 12:07:14 게재
김영석 서울경인레미콘공업협동조합 이사장

국토교통부(국토부)에서는 건설기계관리법령에 따라 2년에 한번씩 건설기계수급조절위원회를 열고 수급조절 기종을 선정한다. 레미콘 믹서트럭(믹서트럭)은 2009년부터 12년째 수급조절 규제대상에 묶여 신규 등록이 중지되어 있는 상태다.

수급조절 규제 이후 레미콘값은 제자리걸음이나 운반 단가는 급등했다. 중소 레미콘업계는 매년 수급조절 해제를 읍소하지만 국토부는 수급조절위에서 결정할 내용이라며 똑같은 답변만 되풀이한다.

신규진입 가능 여부를 결정하는 수급조절위는 정부 학계 현장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지만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한명도 없다. 현장 전문가에 양대노총 관계자는 포함되어 있는데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레미콘업계는 배제됐다.

국내 레미콘시장은 크게 제조사와 운송사업자로 나뉜다. 레미콘제조사는 시멘트를 공급받아 타설 가능한 상태로 만들어 개인사업자인 운송사업자를 통해 건설현장 등에 공급한다. 레미콘은 반제품으로 생산 후 90분 이내 타설이 이뤄지지 않으면 전량 폐기해야 하며, 믹서트럭이 유일한 운반 수단이다. 현재 수급조절이 시행되는 3개 기종(레미콘 믹서트럭, 펌프카, 덤프트럭) 중 믹서트럭은 장비의 효율성 증대 또는 대체가능한 장비가 없는 실정으로 증차가 아니면 해결방법이 없다.

신규 등록제한 장기화로 운반비 급등

전국 2만6312대의 믹서트럭이 등록되어 있지만 이중 2만1419대가 레미콘제조사 직접계약이나 자차로 운영 중이다. 이를 뺀 4893대의 용차가 있지만 비싼 가격과 수요대비 공급이 적어 이용이 쉽지 않다.

혹자는 자차를 증차하면 해결되지 않느냐고 말하지만 이는 레미콘업계 현실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제조사에서 자차를 증차할 경우 계약된 운반사업자들이 소득감소를 이유로 운반을 보이콧하기 때문에 자차 증차도 쉽지 않다.

또한 2015년부터 레미콘 운반사업자들은 근로시간 8·5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주 5일 근무 중이다. 건설현장에서 8·5제 시행을 지키지 않을 경우 공급중단을 선언한다. 더구나 건설현장에서는 양대노총간 갈등으로 납품피해 및 영업력 상실이라는 2차 피해를 입고 있으며 레미콘 적기공급 차질, 건설현장 공기지연 등으로 비용부담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결국 신규 등록을 제한하는 수급조절 정책으로 레미콘산업 경쟁력이 약화될뿐 아니라 차량 노후화, 운송사업자의 고령화로 안전사고 위험도 높아졌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실시한 ‘레미콘 중소기업 믹서트럭 수급조절 관련 의견 조사’에 따르면 레미콘 중소기업 83.3%는 ‘레미콘트럭 신규 차량등록 제한 완화 절실하다’고 답변했으며, 신규 차량등록 제한 장기화로 74.3%가 ‘운반비 급등 애로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지역에서 부족하다는 응답이 83.1%로 높게 나왔다.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자료에서도 “수급조절위원회 운영규정 부재 및 비 전문적 심의과정은 제3자의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수급조절 해제 후 시장변화 살피길

정부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조속한 주택공급 확대 등을 국민에게 약속했다. 이를 추진할 때 정책에 반하고 국민후생에 역행되는 일이 없도록 레미콘 믹서트럭의 수급조절을 해제한 후 시장의 변화와 문제점을 다시 한번 면밀히 살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