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 사건' 피해자 소송 본격화

페이스북 상대 첫 이용자 집단 소송

2021-05-31 11:09:01 게재

지향-진보넷, 1차 소송단 모집 마무리 … 6월 중순 소장 접수키로

법무법인 지향과 진보네트워크는 '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1차 소송단 모집을 마무리하고 6월 중순 페이스북 이용자들을 대리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장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접수한다고 31일 밝혔다.


지난해 11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페이스북을 대상으로 67억원의 과징금 부과와 수사기관 고발 이후 첫번째 소비자 집단 소송이다. 1차 소송단은 100명을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무법인 지향은 소송 참여 의사를 밝힌 이들이 제출한 증거 자료를 취합한 뒤 최종 소송단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는 2차 소송단에 포함될 예정이다.

이 사건은 2016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캠브리지 애널리티카(CA)' 사건으로 불리는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폭로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페이스북 이용자의 '친구' 정보가 불법적으로 미국 대선에 이용됐다는 해외 언론의 의혹 제기가 이어졌고, 이는 유럽으로 번져나갔다.

CA는 영국에 있는 정보추출회사로 2014년 미국에 진출, 기업 광고와 선거 홍보·마케팅을 해왔다. CA가 페이스북 이용자 성향을 파악해 정치적 메시지를 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CA 측은 중립적 광고라고 일축했다. 페이스북은 CA 측 계정을 정지시키고 부당하게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빼내간 기업들을 상대로 캘리포니아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중에는 한국 기업도 확인됐다.

각국 개인정보 관리 기관들이 조사에 나섰고 문제점이 상당히 드러나면서 사태는 확대됐다. 한국도 큰 차이가 없었다. 개인정보보호위의 조사 결과 페이스북이 이용자 동의를 받지 않고 이용자들의 개인 정보를 관련 사업자들에게 제공한 사실이 파악됐다.

기업 이용자들은 페이스북에 광고 등을 내걸고 자신의 페이지와 응용프로그램(어플리케이션, 앱) 등을 통해 홍보활동 등을 했고, 이 과정에서 이용자들의 정보가 기업 광고주들에게 제공됐다. 이런 경우 국내법에서는 이용자의 개인정보 등이 어떤 사업자에게 어떠한 목적으로 활용되는지 알리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

개인정보위 조사 결과 2012년 5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약 6년간 국내 페이스북 이용자 중 330만명 이상의 개인정보가 기업들에게 무단으로 흘러간 사실이 드러났다. 페이스북에 연동된 기업 앱이 1만개 이상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페이스북 이용자 개인정보가 기업들에게 무한대 제공됐음을 의심할 수 있다.

개인 정보에는 학력과 경력, 출신지, 가족 및 결혼·연애상태, 관심사 등이 포함된 것으로 이는 민감성 정보로 분류된 것들이다. 뿐만 아니다. 이용자의 비밀번호를 암호화하지 않고 저장했고, 이용자들에게 개인정보 이용내역도 통지하지 않았다.

관련 업계에서는 한국에서 페이스북을 상대로 한 소송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개인정보위가 조사에서 나서자 페이스북코리아는 거짓 자료를 제출하기도 했다. 개인정보위는 페이스북코리아가 관련 자료를 조사 착수 20개월이 지나 제출하는 등 사실상 조사를 방해했다고 보고 있다. 유럽 등에서 페이스북이 관계 기관 자료 제출에 적극적으로 응한 반면 한국에서는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소비자 소송을 주로 벌여온 한 변호사는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 사건이 발생하기 전 한국 환경부가 문제를 인식해 조사에 나선 적이 있다"면서 "페이스북 행태는 당시 폭스바겐의 조사 비협조와 시간 끌기와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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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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