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법무법인 지향 이은우 변호사
"페이스북, 사실상 개인정보 블랙홀과 같아"
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 손해배상 소송을 주도하고 있는 법무법인 지향의 이은우<사진> 변호사는 국내 정보인권 운동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사법연수원을 28기로 수료한 후 법무법인 세종과 지평 등을 거쳐 현재 법무법인 지향에 근무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정보공개심의위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장선진화위원회 제도분과 위원,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을 지냈고, 현재는 진보네트워크센터 운영위원 등을 맡고 있다. 내일신문은 이 변호사를 만나 현재 페이스북 상대 소송 준비 상황과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한 다양한 문제점을 들었다.
■최소 330만명 이상 개인정보가 유출 된 것으로 보이는데.
한국에서 페이스북을 하면서 다른 기업앱을 직접 설치해 개인정보가 유출된 경우가 330만명 가량일 것으로 추정된다. 각종 기업이 제공하는 응용프로그램(앱)을 설치한 사람의 친구라면 앱을 하나도 설치 하지 않았어도 그 사람의 정보가 넘어갔다.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국민 전부가 피해자라고 생각된다. 페이스북 이용자 1명의 친구는 평균 300명 가량된다. 300만명 이용자 친구가 중복되지 않았다면 9억명 정보가 유출됐다고 보면 된다. 개인정보위는 우리 국민 중 페이스북 이용자 1800만명의 정보가 유출됐다고 보고 있다.
■페이스북은 어떻게 개인정보를 유출했나.
페이스북 플랫폼을 중심으로 각종 기업들이 자사 앱을 연동시킨다. 이 과정에서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정보를 다른 사업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용자 동의를 받았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페이스북은 이용자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정보를 기업들에게 넘겨줬다. 이 구조는 개인정보를 마음껏 빨아들일 수 있는 블랙홀과 같다. 이를 통해 페이스북의 광고 가치가 엄청나게 올라갔다.
이용자가 특정 기업에 '좋아요'를 눌러주면, 해당 이용자는 물론 그 친구 정보까지 해당 기업에 알려준다. 물론 자신이 이 회사 이벤트 정보를 얻으려는 사람도 있지만 아무 생각 없이 '좋아요'를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이용자로서는 '나는 광고를 보고 싶지 않다'는 선택을 할 수 없다. 내 개인정보를 통제할 수 있는 결정권이 주어졌다고 보기 힘든 형태로 페이스북은 영업해 왔다.
■페이스북으로부터 개인정보를 얻어간 국내 대기업도 있나.
대기업 계열사도 발견됐다. 페이스북은 캠브리지 애날리티카 사건이 터지고 사회적 비난을 받자, 정책을 전면 재검토했다. 문제가 있는 앱 회사를 걸러냈는데 그 과정에서 국내 대기업 계열사들 앱도 발견됐다. 페이스북은 현재 이들과 소송을 진행중이다. 대표적인 예가 CJ E&M이 2017년 인수한 랭크웨이브다. 이 회사는 페이스북에서 영구 퇴출 됐고 CJ측은 이 회사를 지난해 해산했다.
■소송에 참여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이유는.
현재 90명 안팎이다. 집단 소송 준비가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도 있지만 장기간 유출이 진행됐고, 유사 사건을 찾기 힘들다는 특징이 있다. 종전까지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회사에서 실수를 하거나 외부에 의한 침입 등이 일반적이다. 이런 경우에는 깜짝 놀라서 항의도 하고 소송도 한다. 이번 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과 유사한 사건을 비교하자면 홈플러스 사건과 같다. 경품 행사를 한다고 하면서 정보를 얻어 그것을 보험회사 등에게 판매해서 수익을 거둔 경우다.
■소송 참여는 어떻게 하는가.
법무법인 지향의 온라인 소송 홈페이지(jihyangsosong.com), 네이버 카페(/facebooksosong) 등을 통해 1차 소송단을 31일까지 모집했다. 수임료는 없다. 다만 승소할 경우 약간의 성공보수를 청구할 계획이다. 사이트를 통해 각종 이용자들이 궁금한 점을 답하고 제안도 듣고 있다. 이를 토대로 2차 소송단은 더 많이 모을 예정이다.
이용자가 본인 명의 휴대폰 등으로 실명 확인을 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페이스북 이용 내역, 개인정보 유출 기간에 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것 등 기록 등을 캡춰해 제출해야 한다.
■손해 입증이 어려울 것 같다.
일반적인 민사 소송에서는 경제적 손해를 소송을 제기한 원고가 입증을 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은 물론 한국의 개인정보보호도 정보 유출에 대한 법정손해배상 책임이 규정돼 있다. 쉽게 이야기 하면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사실만 법원이 인정하면 금액을 입증하지 않아도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개인정보 규제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애초 미국에 빅테크 기업이 많아지면서 미국 내 개인정보 수집·활용에 문턱이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시카고 학파 등 미국 학계내에서 플랫폼 기업들에 대해 견제하기 시작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플랫폼을 장악하면서 기술 개발 성장세가 줄기 시작했다. 각종 벤처캐피탈의 신규 투자도 줄었고,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기술혁신이 사라졌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에서는 한국이 규제가 심하다고 하지만 규제는 유럽에서 시작돼 미국에서 강화되고 있다. 오히려 한국이 늦다.
■문제 의식을 못 느끼는 이용자도 상당한 것 같다
사람들이 실명으로 휴대폰을 들고다니면서 관련 앱들에 실명 기반 정보들이 모이고 있다. 굉장히 민감한 정보들이다. 관련 빅테크기업 기술이 진화하면서 쉬지 않고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물론 개인정보를 가져가는 것을 원하는 사람들도 많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이런 정보들을 모은 기업들이 더 자극적인 것을 찾게 하고, 이용자는 어떤 콘텐츠를 선택할지 생각하지 않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빅테크 기업의 알고리즘이나 패턴에서 현명한 소비자로 살아남을 수 없다. 특히 최근 이용자들은 새로운 앱과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을 경우 뒤쳐질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끼고 개인정보를 내주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본다. 이번 소송을 통해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기업들이 경각심을 갖고 현재 실정법을 제대로 지키게 하자는 목적이다. 이용자들도 자신의 개인정보에 대해 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