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지방대학 생존전략
"해양수산-미래산업 융합으로 경쟁력 확보"
세계 최고 수준 '특성화 종합대학' 목표 … 해양수산 특성화 위한 정부지원 절실
인터뷰 - 장영수 부경대학교 총장
대학구조개혁의 칼바람이 불고 있다. 정부는 대학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대학들은 내년 3월까지 자율혁신 계획안을 제출해야 한다. 학생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대는 퇴출 위기에 처했다. 지자체와 상생방안을 만들거나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대학들이 늘고 있다.
비슷한 대학끼리 융합하거나 미래교육과정을 만들어 혁신의 대열에 합류하는 대학도 눈에 띄기 시작했다. 해양수산과 미래산업을 융합한 부산의 국립 부경대학교는 새로운 대학개편안을 내놨다. 뉴노멀시대 남다른 경쟁력 확보를 위한 부경대학교의 전략을 들어보았다.
장영수 부경대 총장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를 화두로 던졌다. 이어 코로나 이후 '포노사피엔스' 시대 인재양성에 대해 설계도를 펼쳤다. 외국 유학생 인재양성 과정을 비롯한 부경대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장 총장은 "답답한 점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다는 점이다. 일본은 이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객관적인 대안이나 빅데이터를 구축할 수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장영수 부경대 총장은 "오염수를 방류할 경우 해류도를 보면 하와이 참치조업, 적도 원양어업 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수입수산물에 대한 검수조치를 강화하는 방안이 현실적인 조치"라며 "한국 국민과 국제사회에 전달할 메시지를 신중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도 고려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해양수산과 미래 인재 교육과정 융합 = 부경대는 해양·수산과 4차산업혁명을 융합한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올해 입시부터 적용했다.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특성화된 종합대학으로 변신하겠다는 각오다. 이를 위한 설계도를 꼼꼼하게 그렸다.
최근 낡은 실습선도 교체했다. 부경대는 국비 532억원을 지원받아 수산계 최대 규모 실습선 백경호를 취항했다. 4월 28일 취항한 백경호는 수산물 처리, 냉동, 자원조사 및 해양탐사 등 다양한 기능을 포함한 첨단 국가실습선박으로 세계 바다를 누빈다. 하지만 부경대학은 해양과 수산이라는 특성화된 분야를 중심으로 대학을 키워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동안 해양수산 분야 특성을 살린 정부 지원이 취약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는 정부의 대학 지원 사업에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로 이어졌다. 각종 대학 지원 사업이 인문학과 이공계 중심으로 이어지면서 해양수산이라는 전문분야는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장 총장은 교육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신기술 혁신공유대학' 지원 사업에 눈을 돌렸다. 하지만 4차산업혁명 지원 분야에 빅데이터 인공지능 로봇 바이오헬스 에너지신산업 차세대반도체 등 여러 가지 영역이 있지만 해양·수산 분야는 없다.
"농업이나 해양·수산 등 특수부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합니다. 대한민국 해양 정책이 취약한 이유죠. 청와대에 해양수석이 없고, 교육부에도 해양수산 분야 전문영역이 없습니다. 해수부가 나서서 해양수산 분야를 컨트롤하지만 한계가 많습니다."
장 총장은 "지역의 특성화된 대학은 해양수산영역과 AI(인공지능) 융합, 자동화 로봇 드론 해양신물질개발 등의 분야에 대한 연구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우수 연구진 네트워킹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과감한 학사개편으로 위기 극복 = 장 총장은 지난해 11월 취임 후 학사과정 개편을 단행했다. 부경대학교는 우리나라 해양수산학의 종가(宗家)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랫동안 바다를 연구해온 대학이다. 강점학문인 해양수산에 해양공학, 지구환경, 해양과학, 기후와 대기학까지 아우르고 있다는 점이 부경대학교의 강점이다. 전통적인 강세 분야와 새로운 영역을 융합해야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는 게 장 총장 철학이다.
이러한 설계 속에서 정보융합대학이 탄생했다. 기존 공대에서 전자정보통신공학부를 옮겨왔고 컴퓨터공학부에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 전공을 새로 도입했다. 여기에 스마트헬스케어(개인 건강과 의료정보산업) 학부를 만들고 의공학, 해양스포츠, 휴먼바이오융합전공을 배치했다. 기존 통계학과는 데이터정보과학부로 옮겨왔다. 그 안에 빅데이터 융합전공을 신설했다.
이런 움직임을 통해 전통적으로 강력한 해양·수산과 결합시켜서 첨단산업을 담당하고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하는 방향을 설정한 것이다.
미래인재 양성을 위한 방향설정은 교육부와 호흡을 맞춰 진행했다. 이러한 학사개편은 올해 고3 학생들이 치르는 2022학년도 입시부터 적용한다.
부경대는 융합인재 양성을 위한 재원과 시설확충에 총력전을 펼쳤다. 타 대학은 교원을 줄이는 상황이지만 부경대는 교원을 100여명이나 충원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분야에 집중 투자했다.
대학 운영예산으로 연간 3000억원 규모가 소요된다. 1000억원은 국비, 1000억원은 대학 자체 수입, 1000억원은 산학협력과 발전기금 등으로 충당한다.
국비는 인건비가 대부분이고 대학 자체 수입은 항상 부족하다. 등록금 동결 등으로 등록금 비중이 60%대로 떨어져 400억원을 별도 충당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장 총장은 "총장은 교육을 넘어 경영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재원 확보에 모든 것을 걸고 뛰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양·수산 분야 최첨단 종합대학 = 부경대의 희망과 미래인재양성 설계도는 힘이 넘친다. 이미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세계식량농업기구(FAO)와 함께 글로벌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인재를 배출하고 있다. 현재 70여개국 1500여명 유학생이 부경대에서 공부하고 있다. 국제학부를 준비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부경대는 캠퍼스에 300여개 기업을 유치했다. 공동 연구개발과 기술이전, 재교육, 학생들과 협업 등을 진행 중이다. 가능하면 해양·수산·조선 분야 기업을 많이 유치하려고 한다.
의공학과에서 레이저를 전공하는 교수들은 피부미용에 활용하는 기계를 개발했다. 바이오를 전공한 학생은 신소재와 기술을 접목, 지방분해 등 운동효과를 10배 이상 높이는 기술을 개발해 시너지 효과를 높였다. 신소재시스템공학 교수는 금속물질을 융합해서 고열에 잘 견디고 가벼운 알루미늄과 철의 중간물질을 만들어 BMW 코리아, 벤츠, 삼성 등에 납품하고 있다.
장 총장은 "세계에서 유일하고 특성화된 종합대학으로 가는 게 꿈이다. 일반 종합대학이 아닌 해양·수산 분야 최첨단 종합대학으로 세계 각국의 인재를 유치해 양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