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힐링명소│서울 구로구 '안양천 생태초화원'

잡초 무성하던 황무지, 수목원으로 탈바꿈

2021-06-07 11:01:30 게재

장미·창포·야생화 볼거리 풍성

서울·경기 걸친 국가정원 준비

"지금이 바로 장미축제야." "꽃이 비슷한데도 다 다르네. 하긴 쌍둥이들도 그렇지."

이 성(맨 오른쪽) 구로구청장이 청소 겸 산책을 위해 안양천을 찾은 주부환경연합회 회장단과 함께 생태초화원 내 장미정원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구로구 제공


서울 구로구 안양천. 청소 겸 산책을 위해 나선 주부환경연합회 회장단이 장미꽃 사이에서 걸음을 멈춘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갈대와 잡초만 무성했던 황무지에 가까운 공간이었는데 수목원처럼 바뀌었다.

도로와 맞닿은 제방에는 벚나무가 그늘을 만들고 있고 경사면에는 각종 야생화, 너른 둔치에는 장미부터 창포 풀꽃류까지 각종 꽃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던 시민들이 꽃 사이사이에 숨은 정자에서 발길을 멈추고 더위를 머금은 바람은 물가에 선 미루나무 잎사귀를 흔든다. '안양천 생태초화원' 풍경이다.

구로구는 2018년부터 하천변을 수목원처럼 가꾸는데 집중하고 있다. 지역을 흐르는 3대 하천인 안양천 도림천 목감천 12.61㎞를 따라 51만4140㎡에 달하는 녹지를 만드는 사업이다. 이 성 구로구청장은 "통상 둔치만 가꾸는데 높은 제방부터 하천변까지 3단 산책로를 내고 연중 꽃을 즐길 수 있게 했다"며 "주민들이 집 근처에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도심 속 수목원"이라고 설명했다.

안양천 생태초화원이 대표적이다. 물길이 5㎞, 둔치 너비가 50m에 달하는 점을 십분 활용해 서울 서남권 최대 규모 정원으로 꾸몄다. 장미정원 초화단지 창포원 습지원 농촌체험장까지 갖추고 있다. 4~5년에 한번씩 큰비가 내리면 물에 잠기는 만큼 식물 종류도 꼼꼼히 살폈다. 물에 잠겨도 회생이 가능한 습지에 강한 식물을 주로 선정했다.

지난해 둔치가 네차례나 물에 잠겼는데 회생하지 못한 식물은 10%가 안된다. 이 구청장은 "작은 풀꽃류가 고사해 교체했을 뿐"이라며 "특히 미루나무는 빨리 자라고 관리가 상대적으로 쉽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장미에 공을 들이고 있다. 700여종에 달하는 장미 가운데 30여종을 안양천변에 심고 장미전문가를 녹지과에 배치했다. 구로구 관계자는 "전에는 5·6월에만 장미를 즐길 수 있었는데 최근에는 품종이 많이 개량돼 5월부터 두달에 한번씩 꽃대가 새로 올라와 11월까지 피어난다"고 말했다. 올해는 안양교와 광명교 사이에 1㎞에 달하는 장미터널을 조성하고 고척스카이돔 인근에는 7500㎡ 풀꽃정원을 조성한다.

이 성 구청장부터 주민들까지 생태초화원을 주로 걸으며 즐긴다. 이 구청장이 부구청장이던 2003년 시작한 '안양천 걷기대회'를 코로나 상황에 맞춰 변형했다. 걷기 앱과 연동해 누구나 4㎞ 이상을 걸으면 그달의 걷기대회에 참여한 걸로 인증한다.

안양천의 변신은 이제 시작이다. 안양천을 끼고 있는 서울 4개 자치구에 경기도 4개 시가 손을 맞잡고 '명소화' 사업을 추진한다. 종합관리계획 마련부터 생태복원 연속성 유지, 과도한 시설 설치 자제 등을 약속했다. 40㎞ 제방을 따라 늘어선 왕벚나무를 활용한 '벚꽃 100리길' 행사부터 물놀이장 눈썰매장 공동이용까지 곧 성과가 눈에 보일 전망이다.

생태초화원 형태 정원을 나머지 7개 지자체에도 조성,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정원으로 연계할 계획이다. 이 성 구로구청장은 "지자체마다 100억원 이상 선투자를 해야 하는데 충분히 가치 있는 사업"이라며 "안양천 생태초화원이 전남 순천과 울산 태화강에 이은 세번째 국가정원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우리동네 힐링명소" 연재기사]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김진명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