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에 오래 앉아 있는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

2021-06-10 17:47:32 게재

“우리 아이는 집중력이 없어서 책상에 오래 앉아 있지 못해요.” 많은 학부모님들로부터 들은 말이다. 책상에 오래 앉아 있는 것, 과연 집중력만의 차이일까?

인간의 생존 전략 중에는 ‘중독’이 있다. 많이 들어 본 단어일 것이다. 알콜 중독, 도박 중독, 쇼핑 중독 등. 중독은 생존에 필수적인 보상을 통한 학습 시스템이다. 인간이 어떠한 행위를 통해 목표를 달성하면 뇌는 도파민을 분출하여 쾌락을 보상으로 준다. 그러면 인간은 그 쾌락을 다시 느끼기 위해 같은 행위를 반복한다. 맛있는 음식에 대한 탐닉, 위생에 대한 욕구, 소유물에 대한 욕망. 이 모든 것들이 중독이라는 보상-학습 메커니즘에 의해 만들어진다. 현대인들을 상대로 한 수많은 것들은 이 중독의 메커니즘에 기초하여 만들어진다. ‘한 편만 더 보고 자야지’ 하고 밤을 새우게 만드는 드라마, 듣고 또 들어도 계속 듣고 싶은 노래, ‘한 판만 더 하고 멈춰야지’ 하지만 손에서 놓지 못하는 비디오 게임, ‘이제 그만 사야지’ 하지만 어느새 가득 찬 인터넷 쇼핑몰 카트.

그렇다면 수학 공부는? 수학 공부에도 중독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필자가 그동안 지켜본 경험에 비추어 보자면 자신 있게 ‘그렇다.’라고 말하고 싶다. 책상에 몇 시간이고 앉아 수십 문제를 풀어내는 아이들, 그 아이들 중 많은 수의 아이들은 다음과 같이 중얼거린다. ‘한 문제만 더, 마지막으로 한 문제만 더, 진짜로 한 문제만 더.’

인간의 학습 메커니즘, 특히 수학과 같은 고도의 지적 능력에 대한 학습 메커니즘은 매우 복잡하며, 그 과정에는 여러 가지 변수들이 작용한다. 그러나 아이 스스로의 힘으로 복잡한 문제의 정답을 맞추는 행위에 대한 중독이 학습 효과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확실하다. 수많은 문제에 대한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한꺼번에 집어넣어 주는 것보다 한 문제를 확실히 풀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더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 한 문제가 ‘한 문제만 더, 한 문제만 더’로 이어지는 중독의 씨앗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학습 능력이란 이렇게 복잡하고 오묘한 것이기에 어떻게 해야 아이들이 더 효율적이고 즐겁게 학습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 우리 강사들의 몫이다.


서연수학·서연독서논술 

이현수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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