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자치분권2.0 진정한 개막은 자치경찰제로부터
1991년 지방의회 선거를 실시하면서 본격적으로 서막이 오른 지방자치제도는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지난 30년간 지방자치는 양적이나 질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특히 문재인정부 들어 자치경찰제 도입, 지방자치법 전부개정, 지방일괄이양법 제정 등 획기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자치경찰제는 국가 중심의 권력적 치안행정을 76년 만에 ‘주민과 함께하는 경찰’로 돌려놓은 역사적인 결실이었다.
지난해 12월 도입한 한국형 자치경찰제는 현행 경찰 조직체계 위에 치안행정의 민주성·분권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치경찰에 관한 지휘·감독권을 지자체에 부여하는 일원화 모형이다. 그 중심에는 시·도자치경찰위원회가 있다.
시·도자치경찰위원회는 시·도지사 소속이지만 독립적인 지위에서 경찰의 자치경찰사무를 지휘·감독하는 합의제 행정기관이다. 어린이와 여성 안전, 지역교통 등의 사무를 지역 실정에 맞게 지휘·감독하게 된다. 시민에 의한 민주적 통제장치인 시·도자치경찰위원회의 역할과 활동에 따라 자치경찰제의 성패가 좌우될 것이다.
관계 기관과 많은 분들의 축하와 격려 하에 지난 5월까지 14개 시·도의 자치경찰위원회가 출범했다. 시·도마다 덕망 있고 전문성까지 갖춘 위원장과 위원들이 위촉되었다. 물적·제도적 기반도 밀도있게 마련되는 모습이 확인되어 자치경찰제가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과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자치경찰 성패, 경찰위원회에 달려
하지만 아직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시·도지사에게 부여된 권한이 부족하다는 의견과 법령이 모호해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정체성과 명확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중요한 것은 각 시·도마다 지방자치와 분권강화 취지에 맞게 적합한 관행과 선례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새로운 제도는 법령·조례에 따라 운영되지만, 이에 담을 수 없는 많은 사례는 관행을 통해 대응하고 해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경찰과 시·도 사이에 굳은 신뢰에 기초한 협력이 선결되어야 한다. 한측에서 모호한 규정을 이용해서 너무 많은 권한을 행사하려 하거나, 과도한 해석을 통해 상대방을 견제하려 한다면 자치분권의 취지가 훼손되고, 자치경찰제가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할 수도 있다. 언제나 지역주민의 시각에서 시대의 사회적 가치를 구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모든 관계 기관과 관계자들이 힘을 합쳐 지역 치안과 어린이·여성 안전에 큰 진전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시범운영을 실시 중인 지역 중 부산시의 ‘해수욕장 치안 대책’, 강원도의 ‘지역경찰 환경개선 대책’ 등 시ㆍ도별 1호 정책들에서 저마다 고민하며 완성도 높은 정책을 이끌어낸 노력들을 엿볼 수 있다. 특히 다가올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각 시·도에서 더욱 지역 실정에 맞는 치안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면서 보다 적극적인 모습으로 대응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경찰행정 목적은 주민 보호와 삶의 질 향상
오는 7월 1일이면 자치경찰제가 전국적으로 전면 시행된다. 이제 경찰행정의 목적은 획일적인 정책시행과 단속·처벌 등이 아닌 서비스 제공자로서 주민 보호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관점으로 전환되었다. 자치경찰제를 통해 주민들이 자치분권을 더욱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올해가 새로운 30년을 준비하는 자치분권2.0 시대의 원년이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