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 새들 번식에도 '나쁜 영향'
애벌레 자랄 때와 여름철새 도래 시기 불일치
온실가스 배출량 늘어나면 산란일 빨라지기도
기후변화로 생물계절성이 변화함에 따라 조류 번식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물계절성이란 식물의 잎이 피거나 동물의 번식처럼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생활사의 시기를 말한다. 기온이나 강수 등 기상 요인 변화에 민감하다.
이우신 서울대학교 교수는 "지구온난화는 조류 번식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며 "애벌레는 푸릇푸릇한 잎을 먹고 자라는데, 식물 생장시기가 빨라지면서 덩달아 애벌레 등 곤충 성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여름 철새가 우리나라를 찾는 시기와 먹이자원의 생장 속도가 맞지 않으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목, 나비목 유충, 산림성 조류 간의 생물계절성 일치는 종간 상호작용을 유지하고 각 영양단계의 적응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하지만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과거 패턴이 깨지면서 생태계 전반에 걸쳐 여러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 교수는 "기후변화에 딱새류의 일종인 알락딱새(Pied flycatcher)가 이동시기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서 개체군이 20년에 걸쳐 90%까지 감소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며 "유충 발생 시기가 빨라지고 산란일수가 늦어질수록 알락딱새 개체수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경향이 철새뿐만 아니라 텃새에게도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기후변화가 곤줄박이의 번식생태와 생물계절성 불일치에 미치는 영향' 연구 논문에 따르면, 기온 상승에 따라 나비목 유충과 곤줄박이간의 생물계절성 불일치가 증가했다.
나비목 유충의 최대 발생시기가 빠를수록 유충 발생 시기에 비해 곤줄박이 유조의 최대 성장시기가 늦어졌다. 먹이가 되는 나비목 유충의 최대 발생시기와 곤줄박이의 생장시기가 맞지 않는 것이다.
이는 곧 이소(둥지 떠나기)하기 전 어린 새의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소 전 유조의 건강상태는 이소 후 생존율과 번식률에 영향을 미친다.
이번 연구는 2015~2018년 강원도 원주시 백운산, 전라남도 구례군 지리산, 전라남도 광양시 백운산 등의 고도가 다른 12개 조사구에 인공새집 576개를 설치해 곤줄박이의 산란일과 한배 산란수, 번식기 전 기온의 연도별 변화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 교수는 "기후변화가 심화하면서 푸른날개팔색조 등 열대·아열대성 조류들이 우리나라에도 출현하고 있다"며 "LG상록재단과 2000년부터 '한국의새' 도감을 내고 있는데 2000년 450종에서 2014년 541종, 2020년 573종으로 수록 종이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관찰자들이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실제 열대종들이 북상하고 있으며 철새 도래일도 빨라지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조류 산란일에도 영향을 미쳤다. '기후변화가 곤줄박이의 번식생태와 생물계절성 불일치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 따르면, RCP 8.5 시나리오(온실가스 배출량 현재 수준 유지)를 적용할 경우 2090년대 곤줄박이 산란일은 현재보다 10일 빨라질 것으로 예측됐다. RCP 4.5 시나리오(2100년 온실가스 농도 540ppm까지 감축)를 적용해도 2090년대 산란일이 4일 앞당겨질 전망이다.
이처럼 기후변화가 조류에 미치는 영향은 다양한데 국내에서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제3차 국가 기후변화 적응 대책'(2021~2025년)에 괭이갈매기 산란시기 등 전국 주요도서(한려해상 홍도, 태안 반도, 울릉군 독도)의 생태계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정도다.
채희영 한국조류학회장은 "해외와 달리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기후변화가 조류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우리나라의 지구온난화 속도가 빠른 만큼 이와 관련한 연구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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