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급식 몰아주기' SK 조사, 현대차는?
총수일가 소유 후니드에 계열사 급식 몰아줘 … 규모 더 큰 현대차는 '조사검토'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구내급식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받고 있는 SK그룹을 현장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SK 계열사의 급식은 급식업체 후니드가 수의계약으로 납품하고 있다. 후니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5촌인 최영근씨 등 3남매가 주요주주를 구성하고 있다.

반면 공정위는 국민청원까지 오르며 논란이 된 현대차그룹에 대해서는 '조사착수 검토중'에 머물고 있다.
현대차의 급식을 독점하고 있는 현대그린푸드는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다. 수년전부터 현대차를 비롯해 현대중공업 등 '범현대가'로부터 부당지원을 받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공정위 안팎에서는 '현대차 봐주기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급식 계열사 전격 현장조사 = 5일 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에너지 본사를 비롯해 SK하이닉스 등 주요계열사에 대해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이들 업체는 모두 급식업체인 후니드와 수의계약을 맺고 단체급식을 하고 있다. 공정위 조사관들은 △최근 5년간 구내급식 현황 △급식 계약 방식 △급식 단가 등을 조사하고 관련 서류를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 설립된 후니드는 SK그룹 3세 최영근씨 등 삼남매가 70%의 지분을 보유했다. 이어 2013년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의 개인회사인 태영매니지먼트를 흡수합병했다. 2014년 2월 총수일가 사익편취에 대한 규제가 시행되기 직전이다.
최씨는 2016년 다시 자신의 지분 38.71%를 베이스에이치디라는 회사에 넘겼다. 뒤이어 2018년에는 베이스에이치디의 100% 자회사인 유한회사 에스앤이아이가 받은 지분과 윤 회장 지분 (10.48%)를 합쳐 후니드의 최대주주(49.19%)가 됐다.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대상에 포함되기 직전 합병으로 지분율을 줄인 뒤, 다시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후니드를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합병 등으로 규제 회피 = 후니드의 매출을 보면 2013년 918억원에서 2018년 20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급속히 성장했다. 영업이익도 54억원에서 108억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SK와 태영 계열사의 급식 몰아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후니드는 특히 300%가 넘는 높은 배당금과 중소급식업체 평균(2~3%대)을 훨씬 웃도는 6%대의 영업이익률을 보여왔다.
2019년에는 참여연대가 SK그룹과 후니드를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 혐의로 공정위와 검찰에 고발·진정하기도 했다.
당시 참여연대는 "SK그룹은 창업주 일가의 회사라는 이유만으로 후니드에 SK그룹 계열사 직원식당의 대부분의 급식용역을 몰아줬다. 이어 태영과의 합병으로 총수일가의 지분율을 줄인 뒤, 베이스에이치디라는 페이퍼컴퍼니에 지분을 양도하는 복잡한 방법을 통해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대한 신종 회피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현대차 조사는 미적미적 = 하지만 공정위는 현대차 계열사들의 급식 몰아주기 의혹과 관련해서는 조사 속도를 내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달 말 공정위가 삼성 계열사들이 사내급식 일감을 삼성웰스토리에 몰아준 혐의로 제재하자 "현대자동차그룹도 조사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현대그린푸드는 현대차 양재동 본사, 남양 연구소, 마북 연구소와 현대건설 등에 수의계약으로 단체급식을 공급 중이다.
현대그린푸드는 현대백화점그룹의 계열사다. 총수 일가의 지분 비중(정지선 회장 12.7%, 정교선 부회장 23.8%)이 높은 편이다. 계열사 가운데에는 현대백화점이 12.1%, 현대홈쇼핑 25%를 보유하고 있다.
정 회장과 정 부회장 형제는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삼남인 정몽근 현대백화점 명예회장의 아들이다. '사촌 회사'인 셈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현대그린푸드의 단체급식 매출액(6287억원) 중 현대차 계열사의 비중은 50%를 넘는다.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등 범현대가의 급식 몰아주기 덕분에 현대그린푸드는 단체급식 시장의 17.9%를 차지해 3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2019년 기준 단체급식 시장점유율은 삼성웰스토리(28.5%)와 아워홈(17.9%)이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