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 전 언론보도 제한, 유출시 내사도
법무부,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 시행
법률에 근거 없이 국민의 알권리 제한 비판도
법무부가 17일 기소 전 공보 내용의 범위를 확대하고 보도 대상인 피의자의 반론권을 내용으로 하는 새로운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시행한다. 하지만 법률이 아닌 법무부 훈령의 형식으로 보도 내용을 제한하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에 대한 지나친 제한이 될 수 있다는 법조계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충윤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전 대변인)는 18일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개정안은 인권보호관에게 진상조사 및 내사권 또한 부여하고 있는데, 이는 언론사의 단독 보도 등을 실질적으로 위축시켜 국민의 알권리 등 기본권을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측면이 상당하다"며 "법률이 아닌 법무부 훈령의 형식으로 알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자칫 법무부의 언론통제 편의를 위한 것으로 비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개정 형사사건 공개 규정은 수사 중인 경우라도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필요한 경우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 의결을 전제로 공식적 공보 내용을 확대했다.
법무부는 "사건관계인 인권보호, 무죄추정원칙과의 조화를 위해 위원회가 신중히 의결하도록 수사단계별로 공개범위를 세분화해 엄격한 기준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수사기관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피의사실이 공표되지 않도록 예외적 공개 허용을 위한 일반적인 기준을 설정하고, 오보대응 범위를 제한하며, 예외적으로 공개할 수 있는 각 상황에 범죄유형 등을 열거하는 방법으로 공개요건을 구체화했다.
예외적 공개를 위해서는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객관적인 정황'이 있어야 하고, 공개되는 정보는 '객관적이고 충분한 증거나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에 한정된다.
개정 형사사건 공개 규정은 인권보호관에게 진상조사 권한을 부여해 수사정보 유출을 통제한다. 허용되지 않은 수사정보 유출이 문제될 경우 진상조사를 먼저 한 후 내사도 가능하게 했다. 진상조사 결과 '범죄의 존재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경우 내사를 하고(내사수리 사유를 규정하고 있는 검찰사건사무규칙과 동일 요건), 내사 및 관련 사건은 인권보호관이 전담 조사하고, 검찰 사건사무규칙에 따라 처리한다. 인권보호관은 조사 결과 범죄나 비위를 발견한 경우 소속 검찰청의 장에게 보고하고 감찰조사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기소 전 사건 공개시 피의자의 반론권이 보장된다. 반론 요청이 있을 경우 그 반론 내용을 공개하되 '공개된 반론 대상 정보'와 관련된 사항에 한정(반론요청 범위 제한)되도록 하고, 반론권 행사시기는 공개 후 30일 이내로 가능하다.
법무부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 및 규정의 규범력을 제고하고, 수사동력 확보를 위한 여론몰이형 수사정보 유출을 방지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법무부의 공보 편의를 위한 개정이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이 변호사는 "일방향적으로 나오는 공보 내용이 사실인지 신뢰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데 기자가 단독 취재한 내용에 대해 법무부에 사실확인을 요청할 경우 법무부가 개정 형사사건 공개 규정을 근거로 확인을 거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