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식습관

2021-08-19 11:51:02 게재
박범영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장

북미 지역의 1913년 이후 가장 더운 폭염, 서유럽 지역의 폭우와 홍수로 인한 피해 등 기후위기를 체감할 수 있는 뉴스를 자주 접하게 된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자는 목소리에 공감한다. 환경부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2018년 국가 온실가스 총 배출량은 에너지 분야 86.9%, 산업공정분야 7.8%, 농축산업분야 2.9%, 폐기물분야 2.3%순이다. 위와 같이 우리의 생활 모든 부분이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되어 있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여러 방법 중 식품섭취와 관련해서는 많은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동물성 식품 소비를 줄이자는 주장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

첫째 인체 영양소 공급측면에서 식물성 식품이 동물성 식품을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느냐이다. 결론적으로 영양학자들의 중론은 '어렵다'이다. 단백질은 인체의 성장과 유지 등에 매우 중요한 영양소이다. 인체 구성 단백질은 20여종의 아미노산 조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중 8종의 아미노산은 인체에서 합성되지 않아 필수 아미노산이라 한다. 동물성 단백질 식품에서 공급받을 수 있다. 단백질 합성에 필요한 아미노산 중 한 종류라도 부족하면 나머지 아미노산들을 많이 섭취하였다 하더라도 이용되지 못한다. 일부 시도 교육청에서 채식의 날을 정해 축산물이 없는 식단을 유도한다고 한다. 우려되는 부분이다. 성장기 청소년과 50대 이상 사람의 정상적인 성장과 근골격 유지를 위해서는 양질의 단백질(축산물, 어패류 등)섭취는 어떤 영양소보다 중요하다. 물론 어떤 영양소이든지 과잉섭취는 건강에 좋을 리가 없다. 인체에 있어 영양소 공급이 부족하거나 과잉이 지속되면 질환으로 발전하게 된다. 따라서 식물성 식품과 동물성 식품이 상호 보완적으로 인체에 활용되도록 적정하게 섭취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식습관이다.

둘째 우리가 온실가스 저감 식품을 이야기할 때 탄소발자국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탄소발자국은 먹거리가 농장에서 생산되어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운송, 포장, 저장 등 전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총합을 말한다. 좀 오래된 연구결과이지만, 2015년 국립축산과학원에서 추정한 한우고기와 미국산 소고기의 탄소발자국을 비교해보면 1kg 기준으로 각각 27.75㎏CO2와 119.4㎏CO2(수송부분 92.34)으로 미국산이 약 4배 높다. 이 결과를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곳과 가까운 지역에서 생산된 식품을 소비하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같은 원료의 경우 생산 가공 포장단계의 온실가스 배출은 비슷하지만 운송거리에 따라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셋째 사람들은 축산물 생산이 기후변화의 주범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관계를 확인해 보면 오해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 중 축산은 1.3%를 차지하고 있다. 2018년 OECD 국가별 통계에서도 세계 온실가스 총 배출량 중 농축산부문은 9.5% 정도이다. 축산물을 제외한 우리나라 농업분야에서도 1.6%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다른 식품으로 대체한다고 하더라도 온실가스를 줄이는 효과는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현재 축산 분야에서는 다른 방법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저감 사료 개발, 정밀 영양관리 기술개발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건강과 장수는 인간의 염원이다. 건강과 환경을 고려한 식품 섭취로 질병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줄이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식습관을 가져 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