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 차별심각

"정신장애인에게 온전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라"

2021-09-03 11:07:38 게재

장애인복지법에서는 지원 제외, 정신건강복지법제도는 시행안해 … "교육-고용-활동지원 등 혜택을"

정신장애인은 신체-발달 장애인과 더불어 정신질환성 장애로 인해 다양한 사회지원이 있어야 사회적으로 삶을 온전히 영위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신장애인은 다른 유형의 장애인과 달리 제대로 된 복지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치료관리를 위한 지원책이 마련돼 있을 뿐 교육 일자리 활동지원 등 다양한 욕구에 대한 지원이 없다.
정신장애인뿐만아니라 지원활동을 벌이는 활동가와 전문가들도 법제도적으로 정신장애인들은 차별받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신장애인들이 겪고 있는 차별 실태를 살펴보고 그 해결방안을 찾아본다.

지난 5월 4일 오전 공익인권재단공감 등 정신장애인 권익지원 단체들이 '장애복지법 제 15조로 인한 정신장애인 복지서비스 차별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제공


우리나라 정신장애인들은 장애인으로 받아야 하는 복지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있고 장애인 가운데 가장 취약한 삶을 살고 있다. 정신장애인은 신체-발달장애인과 더불어 장애인에 속한다.

우리나라 전국 장애인 거주시설 입소자 전체인원은 2018년 말 기준 2만7089명이다. 하지만 정신요양시설과 정신의료기관에 입원 혹은 입소한 정신질환자수는 7만7161명으로 정신질환자의 격리 수용의 비율은 다른 장애유형에 비해 상당히 높다.

정신장애인의 경우 거주지역에서의 복지서비스와 돌봄 체계가 매우 미흡하다. 2017년 장애인실태조사에 의하면 정신장애인의 기초생활수급 비율은 약 55%로 다른 장애 유형에 비해 매우 높다.

경제활동참가율은 19.2%에 불과하다. 전체 장애인의 평균적인 경제활동참가율의 절반 수준이다. 대학교 이상 고등교육 이수 비율 29.6%로 상대적으로 교육수준이 높은 데도 가장 가난하게 살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정신장애계는 정신장애인 관련 정책지원이 대부분 의료 중심의 입원치료에 집중되어 있고 복지서비스가 미흡한 점을 원천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황운성 한울정신복지재단 대표는 "정신장애인들은 장애인복지법 15조에 따른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대상에서 배제되어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많은 정신장애인들이 정신병원이나 정신요양시설에서 계속 살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반인권적이고 차별적인 상황은 즉각 종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재우 서초열린세상 소장은 "약만으로 정신장애인의 삶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며 "정신장애인들의 열악한 삶은 치료의 빈곤이 아닌 복지의 빈곤이 만든 결과"라고 지적한다.

◆법제 미비와 넘치는 차별 사례 = 정신장애인의 열악한 복지 현실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복지지원을 담보할 법 제도가 미비한 것과 관련이 있다. 다른 유형의 장애인들은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복지서비스를 제공받는다. 하지만 정신장애인은 장애인복지법 적용 대상에서 배제되고 있다.

장애인복지법 제15조에 "장애인 중 '정신건강복지법'과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다른 법률을 적용받는 장애인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이 법의 적용을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2016년 정신보건법을 정신건강복지법으로 개정하면서 정신건강복지법 제33조∼38조에 △복지서비스 개발 △고용 및 직업재활 지원 △평생교육지원 △문화 예술 여가 체육활동 등 지원 △지역사회 거주 치료 재활 등 통합지원 △가족에 대한 정보제공과 교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근거를 마련했다.

하지만 실태조사 외에 이 조항과 관련된 하위법령이 만들어지지 않아 유명무실한 상태다.

게다가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라 정신장애인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 부서는 장애인부서가 아닌 정신건강정책과다. 정신건강정책과는 보건 분야에 속하는 부서이고 복지서비스와 관련된 업무를 하지 않는 곳이다.

정신장애인 관련 법적 제도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담당부서도 현실과 어긋나 있는 셈이다. 당연히 시군구 지역사회에서 정신장애인 복지서비스를 제공할 전달체계도 미비할 수밖에 없다.

◆정신장애인 지원부서 혼선 =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신장애인은 사실상 장애인 복지서비스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공공과 민간기관의 장애인사업에서 정신장애인이 배제되는 사례는 흔하다.

한 정신재활시설(주간재활시설)은 이용인원 31명 가운데 28명이 정신장애인 등록자인데 행정상 정신건강증진시설로 분류돼 장애인지원사업에서 배제된다. 해당시설 차량도 장애인차량으로 인정받지 못해 주차요금이나 통행료 감면 등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정신장애인의 공동생활가정 '거주기간 제한' 규정도 문제다. 김 모(가명)씨는 공동생활가정에 거주할 수 있는 기한 3년이 지나 퇴소했다. 이후 자립생활주택으로 이전해 2년의 거주기한을 채웠다. 그 이후에는 갈 곳이 없는 상황이 됐다. 그는 치료가 아닌 거주 목적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다.

심 모씨는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이용하려고 했다. 그러나 센터가 그의 장애유형과 연령 등을 고려하지 않은 서비스를 제공해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결국 센터 이용을 중단했다. 박 모씨도 장애인복지관을 이용하려고 방문했으나 장애인복지관에서 "지체장애나 발달장애 프로그램은 있으나 정신장애 프로그램은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나 모씨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진행하는 장애인 취업성공 패키지에 참여하려 했다. 취업능력과 직업흥미를 알아보는 검사를 받았다. 이때 발달(지적·자폐성)장애인에게 사용하는 검사도구를 이용했는데 정신장애의 특성을 고려하기에는 많은 한계가 있었다.

최 모씨는 환청·환시 증상이 심해 버스조차 타지 못한다. 외출시 보호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신청에서 정신장애인에게 불리한 판정 때문에 탈락했다.

이관형 장애인식개선 강사는 "정신장애인들은 사회에서 타인들의 편견 때문에 상처를 받고 자신의 장애 상태를 밝히지 않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 정신질환자 가운데 1/5 정도만 자신의 상태를 공개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차별과 편견이 강하기 때문이고 정신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와 차별 폐지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모든 장애인에 동일한 복지서비스를 = 정신장애인의 차별대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법제도 정비와 함께 지역사회 돌봄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김동호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유독 정신장애인만 치료-입원 관리 중심으로 접근하고 복지서비스를 등한시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며 "모든 장애인은 동일한 복지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하며 열악한 지역사회 지원자원을 확충하기 위한 정책적 고려와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정신장애를 포함해 모든 장애인 관리는 장애인정책국 소관으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정하 '정신장애와인권 파도손' 대표는 "발달장애인지원법처럼 정신장애인도 별도의 지원법을 새로 만들거나, 제정 중인 장애인권리보장법에 정신장애를 포함시키든지, 장애인복지법과 정신건강복지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 대표는 "어떤 식으로든 실질적으로 정신장애인에게 다양한 복지서비스 제공될 수 있도록 법제를 정비해야 한다"며 "정신장애인 특성을 고려한 일자리와 주거지원 등이 시급하며 당사자 단체가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국과 일본, 호주의 경우 지역사회 단위에서 정신장애인을 위한 통합적인 전달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정신장애인에게 제공되는 서비스는 다른 신체장애인과 동일하다.

주거와 고용을 지원하고 지역사회 안에서 자립하고 생활하는 것을 보조한다. 별도의 정신장애인시설보다는 다른 장애인과 같은 시설에서 복지서비스를 제공한다.

황운성 한울정신복지재단 대표는 "신속히 법제도 정비를 진행해야 한다"며 "법제를 정비할 때 지역사회 통합돌봄 속에서 정신장애인들이 복지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지역서비스 제공 자원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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