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특혜 의혹에 뿔난 2030세대

"내 집 마련은커녕 당장 취업하는것도 어려운데…"

2021-10-05 12:55:18 게재

'아빠 찬스' 취업 후 고액 퇴직금에 아파트 분양까지 … "해명 상식적이지 않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중심에 선 자산관리사 화천대유에 근무했던 곽상도 의원(무소속) 아들 곽 모씨와 박영수 전 특별검사(특검) 딸 박 모씨를 바라보는 2030세대의 심경은 한마디로 '분노'다. 특히 '아빠 찬스'를 사용하고도 크게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듯한 태도는 내집 마련은커녕 취직도 힘든 청년들에게 허탈감을 느끼게 한다.

5일 특혜 논란과 관계된 기관과 인물들의 말을 종합하면 곽씨와 박씨는 '아빠 찬스'로 정규직 일자리를 상대적으로 쉽게 구했다.

화천대유 압수수색 | 9월 29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화천대유자산관리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검찰은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의 특혜 의혹을 받는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와 관련자들의 사무실·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사진 공동취재단


실제로 곽씨는 '아는 사람이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하는데 사람을 구한다고 하니 생각이 있으면 한번 알아보라'고 한 아버지의 소개로 화천대유에 입사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화천대유 고문변호사였던 박 전 특검의 딸인 박씨도 곽씨와 비슷한 시기인 2015년 6월 입사했다.

반면 대다수 '2030세대'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일자리 자체가 줄어든 데다 그나마 나오는 일자리도 단기 일자리에 그쳐 좌절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5.8%로 전년 동기 대비 1.9%p 하락했다.

그러나 청년이 체감하는 실업률을 의미하는 '확장실업률'은 21.7%였다. 확장실업률은 실업률에 포함되지 않은 '시간 관련 추가취업가능자'와 구직활동 여부와 상관없이 취업을 희망하는 '잠재경제활동인구'도 포함한다. 즉, 대기업 정규직 취업을 준비하면서 단기간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공무원 등 장기간 취업시험 준비를 하는 청년들도 통계에 포함한다. 공식 통계와 달리 일하고 싶은 청년 5명 중 1명꼴로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구직단념자도 급증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 구직단념자는 21만9188명으로 2015년(18만5254명) 대비 18.3% 증가했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 조사에 따르면 구직단념 이유는 '원하는 임금 수준이나 근로조건이 맞는 일거리가 없을 것 같아서'가 33.8%로 가장 많았다.

◆학자금 대출도 못 갚는 청년들 = 청년층 고용여건 악화는 학자금 대출 체납 증가로도 이어졌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취업후 학자금 대출 총 체납건수는 5만4384건, 체납액은 583억6700만원이었다. 이 중 상환된 1만8148건, 157억1600만원을 제외하고 상환되지 않은 '미정리체납'은 3만6236건, 체납액은 426억5100만원이다.

2010년 도입된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도(ICL)는 소득 8분위 이하 대학생에게 등록금을 우선 대출해 준다. 대출자가 취업해 일정 수준(2020년 기준 2174만원)의 연간 소득을 올리면 다음해부터 대출 상환 의무가 생긴다.

결국 학자금대출이 체납된 것은 일정 소득을 올리던 청년이 실직했거나 다른 생활비 부담 때문에 학자금을 갚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통계청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2021년 1분기 임금근로 일자리동향'을 보면 임금 일자리는 1899만7000개로 전년 동기대비 32만1000개 증가했다. 하지만 20대 이하 일자리는 317만2000개로 3만5000개(-1.1%) 줄었고, 30대는 6만3000개(-1.5%) 감소한 427만5000개로 집계됐다.

갚지 못한 학자금은 해마다 증가한다. 2017년 1만2935건, 145억3100만원이던 '미정리 체납'은 3년 만에 3배 수준으로 늘었다. 올해도 이런 추세는 계속돼 상반기까지 미정리체납 건수는 3만6000건, 체납액은 449억원이다.

익명을 요구한 이화여대 학생 A씨는 "원서를 몇 십 개씩 넣어도 한두 군데 정도 서류심사를 통과하고 최종 합격은 하늘에서 별 따기 수준"이라며 "대장동 논란을 보면서 정말 한국사회가 능력이나 개인의 노력으로 성공할 수 있는 사회인가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50억원 퇴직금에 대가성 논란 = 문제는 '아빠 찬스' 논란이 이것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화천대유는 6년간 근무한 곽씨에게 50억원의 퇴직금을 지급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청년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고 급기야 모종의 곽 의원 역할에 대한 대가성이라는 의혹으로 번졌다.

화천대유 측은 이 돈은 '퇴직금, 성과급도 포함됐지만 산업재해(산재) 위로금 성격이 컸다'고 밝혔다. 곽씨가 업무 스트레스로 이명과 어지럼증이 악화돼 진단서를 내고 올해 3월 사직했고, 당시 이사회 의결을 거쳐 위로금을 지급했다는 것이다.

곽씨도 지난달 26일 입장문을 내 "업무 과중으로 인한 건강악화에 대한 위로"라며 "기침이 끊이지 않고, 이명이 들렸으며, 갑작스럽게 어지럼증이 생기곤 했으며 한번은 운전 중에, 또 한 번은 회사에서 쓰러져 회사 동료가 병원으로 이송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주장을 종합해보면 화천대유에서 6년간 근무한 곽씨는 퇴직하면서 성과급 5억원, 퇴직금 3000만원, 산업재해 위로금 44억7000만원을 지급받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산재 보상이란 설명이 상식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논란이 확산되자 곽씨는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50억원의 상당부분이 성과급 성격이라고 입장을 바꾸기도 했다.

곽 의원 아들을 향한 분노는 대학가로 번졌다. 청년단체 2022대선대응청년행동은 1일 건국대, 연세대, 이화여대, 홍익대에 '곽 의원 아들 50억 퇴직금에 분노한 대학생들의 대자보'를 부착했다. 연세대에는 '당신이 오십억게임을 즐기는 동안 청년들은 죽어가고 있었다'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기도 했다.

대구·경북지역 청년단체 회원들은 곽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 간판 로고에 적힌 '국민의힘' 위에 '아빠의힘'이라고 적힌 종이를 부착했다.

◆산재 사망자 위로금 기준은 1억원 = 통상 산재가 발생하면 피해자가 받을 수 있는 금전적인 보상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피해자 측은 회사나 보험사로부터 위로금을 지급받는다. 가장 심각한 피해인 사망 사고의 경우 지급되는 위로금의 기준은 1억원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이 2015년 3월 1일 이후에 적용한 교통사고와 산업재해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 위자료를 산정할 때 본인 과실없이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1억원을 기준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물론 회사의 중대과실이 있거나 사고가 사회적 이슈가 된 경우 이 기준보다 더 많은 위로금을 지급받기도 한다. 하지만 통상 이 기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곽씨와 같이 재해인 경우 노동능력상실률을 계산해 1억원에서 그만큼 제하고 위로금을 지급한다.

산재 피해자는 또 산업재해보상보험(산재보험)에 따라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 보상금을 받는다. 규모는 노동자 평균임금에 따라 다르다. 2021년 기준 평균임금의 최고선은 1일당 22만6191원, 최저선은 1일당 6만9760원이다.

사망사고를 기준으로 삼아 계산하면 유족보상연금은 1년 치 평균임금의 47%에 유가족 수에 따라 최대 20%가 가산된다. 유족보상일시금은 1일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1300일 분을 지급한다.

이 공식에 대입하면 유족보상연금은 최소 월 99만원에서 최대 월 460만원, 유족보상일시금은 최소 9068만원에서 최대 2억9400만원이다.

특히 평균임금 최고선이 없다고 가정하더라도 약 45억원의 유족보상일시금을 받으려면 하루 임금이 346만원이어야 한다. 한 달 급여로 치면 1억529만원, 연봉으로는 12억6346만원가량 받아야 가능하다.

하지만 화천대유에서 곽씨 한 달 급여는 200만~380만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곽씨의 퇴직금이 아버지 곽 의원에게 건너가는 '대가성 뇌물'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특히 곽씨가 중대재해를 입었다는 주장과 달리 당시 조기축구회에서 활동했다는 주장도 제기돼 재해에 대한 진정성도 의심받고 있다.

서울지역 한 노무사는 "산재 보상이나 손해배상금은 연령과 임금 수준 등에 따라 달라진다"며 "하지만 수십억원은 통상적인 위로금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이어 "소음이 심한 건설 공사 현장에서 굴착 작업을 하는 경우 등에서는 이명이 올 수 있지만 사무직으로 일하면서 이명이 왔다는 것은 업무상 재해가 아닐 가능성도 있다"면서 "특히 이명이나 어지럼증 정도는 산재 인정이 어렵고, 인정을 받아도 노동력 상실이 크다는 판정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곽 의원은 대가성 의혹을 반박했다. 곽 의원은 2일 국회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열고 "제 아들이 받은 성과퇴직금의 성격도 제가 대장동 개발사업이나 화천대유에 관여된 것이 있는지도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며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검찰도 '퇴직금 50억원'이 과도하다는 논란이 불거진 만큼 금액 책정 경위와 곽 의원 연루 여부를 철저히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전담 수사팀은 1일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곽씨의 휴대폰과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칩 등을 분석 중이다. 검찰은 조만간 그를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시세 15억 아파트 7억원에 구입 = 이런 가운데 화천대유가 박 전 특검 딸에게 시세 15억원인 대장동 아파트를 7억원에 매각한 것과 관련해 그 방법과 시점 모두 상식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천대유는 2018년 12월 성남시 대장동 '판교 퍼스트힐 푸르지오'를 분양했다. 그러나 6억~7억원으로 비교적 높은 분양가와 근처에 설치된 송전탑 때문에 142가구가 미분양 됐고, 2019년 2월 무순위 청약을 통해 97가구를 추가 분양했다. 화천대유는 남은 45가구 중 24가구를 분양하지 않고 보유했다. 박씨가 지난 6월 분양받은 아파트는 그 중 하나이다.

박 전 특검 측은 "두 차례 분양 공고가 났지만 미분양돼 직원들에게 분양이 이뤄진 것"이라며 "기존 주택을 처분해 마련한 자금으로 분양 대금을 납부했다. 특혜는 없었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박 특검 측의 반박은 오히려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박 전 특검의 해명처럼 보유분 판매는 공개추첨인 원분양, 추가분양과 달리 시행사가 입주자를 특정해 계약할 수 있다.

문제는 화천대유가 박씨에게 분양권을 판매한 시점이다. 대출이자 등 금융비용을 부담하며 2년 넘게 보유하다 분양원가인 7억원에 팔았기 때문이다. 박씨가 분양권을 구매한 지난 6월은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이미 수억원의 시세차익이 확정된 상황이었다.

박씨가 앉아서 시세차익을 올릴 때 청년들은 폭등한 부동산 가격에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내 집 마련의 통로가 막히는 좌절감을 맞보고 있다.

한경연이 고용노동부 통계청 KB국민은행 등의 자료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노동자 월급총액 평균은 2015년 299만1000 원에서 2020년 352만7000원으로 연평균 3.4% 인상됐다.

반면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아파트값에 따라 줄을 세웠을 때 가운데 있는 집 가격)은 같은 기간 5억282만원에서 9억2365만원으로 연평균 12.9 % 올랐다.

노동자가 서울 중위가격 아파트를 구입하려면 월급을 한 푼도 사용하지 않고 21.8년간 모아야 한다. 일반 직장인이 월급을 모아 내집을 마련할 통로가 사실상 막힌 것이다.

부동산 문제만은 해결하겠다는 정부를 믿었던 청년들은 결국 이른바 '영끌'에 나섰다. 실제로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집값의 절반이 넘는 금액을 대출 받아 집을 사는 2030세대가 가파르게 늘었다.

강준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2017년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자금조달계획서(주택취득자금 조달 및 입주계획서) 123만7243건을 분석할 결과에 따르면 주택구매 자금의 50% 이상을 금융기관 대출로 충당한 2030세대는 2017년 하반기 15.3%에서 올 상반기 36.2%로 2.4배 늘었다. 특히 주택구매 자금의 60% 이상을 대출 받아 집을 산 2030세대는 같은 기간 6.8%에서 21.9%로 3.2배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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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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