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걸어서 5분이면 지하철역·보건소

2021-10-14 14:12:53 게재

동작구 공공임대주택 '남다른 기준'

최소 주거공간 법적 기준보다 확대

"보증금 인상이나 이사 걱정 없이 평생 살 수 있어요. 경제적으로 훨씬 여유로워졌죠. 햇빛도 잘 들어오고 공기가 맑아 건강에도 좋구요."

서울 동작구 상도동 주민 고 모(78)씨. 지하방에 살면서 임대료 때문에 잦은 이사를 해야 했던 시절에는 자녀들이 찾는 것도 반기지 않았다. 어머니가 열악한 환경에서 거주하는 걸 가슴아파하던 자녀들도 방문을 꺼렸다. 고씨는 "경제적·정서적으로 풍요로워졌고 아이들 왕래가 늘었다"며 "처지가 비슷한 이웃들과 더불어 살 수 있어 편하고 좋다"고 말했다. 동작구가 노년층 주민들을 위해 마련한 '미소주택' 효과다.

이창우(왼쪽) 동작구청장이 2018년 상도동에 공급한 미소주택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동작구 제공


동작구가 민선 6기부터 '동작구형 공공주택'을 공급해 주민들 삶의 질을 개선하는 효과를 얻고 있다. 공공주택 공급은 정부나 광역지자체 몫이라는 생각부터 버렸다. 이창우 구청장은 "정부나 서울시 공급에만 의존해서는 지역 주민들 실정을 담아내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공공주택 건설은 규모가 큰 개발사업이라는 고정관념을 떨치고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지 않고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았다"고 말했다.

공공주택 전담팀을 신설해 주거복지 관점에서 접근했다. 민간 건물을 활용한 맞춤형 매입임대주택, 주민편의시설과 공공주택을 결합한 복합화 건물에 공을 들였다. LH나 SH와 협력해 양 공사가 새로 지은 주택을 매입하면 구에서 입주자를 선정하거나 낡은 경로당과 어린이집 등 재건축때 공공주택을 얹는 방식이다.

2015년 한부모가정을 위한 모자안심주택 26세대를 시작으로 홀몸노인과 청년 신혼부부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주민들 보금자리를 확대하고 있다. 2017년 39세대, 2018년 66세대, 2019년 79세대를 공급했고 지난해와 올해 각각 90세대와 105세대까지 총 405세대를 위한 공간을 마련했다. 현재 진행 중인 곳도 230세대에 달한다.

통상 공공주택은 정부 최저 기준인 14㎡를 적용하는데 동작구는 실질적인 주거공간을 보장하기 위해 20㎡ 이상 전용면적으로 공급한다. 주택마다 공동체공간을 마련해 지역자원과 연계한 공동체 활성화 과정을 지원, 입주자간 갈등을 줄이고 공동체의식을 키우도록 유도한다.

편의시설과의 접근성도 고려 대상이다. 대방동에 새로 들어선 미소주택만 해도 신대방3거리역과 성대시장, 보건분소까지 노인들 걸음으로 2~5분이면 닿는다. 널찍한 베란다를 갖춘 원룸형 주택마다 안전 손잡이와 소화기 에어컨을 갖추고 있고 가스레인지 대신 인덕션을 비치했다. 동작구 관계자는 "노년층 걸음걸이를 고려해 평지에 공공주택을 지었고 내부 시설도 언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며 "공급 확대에만 집중하지 않고 입주 이후 더 행복한 삶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8년부터는 보증금 마련이 어려운 주민들을 위한 경제적 지원을 더했다. 동작신협과 '맞춤형 주택 입주자 보증금 융자 협약'을 맺고 최대 90%까지 보증금을 빌릴 수 있도록 했다. 보증금을 빌린 주민들은 5년 거치로 상환하면 된다.

경로당과 청년주택을 결합한 복합시설, 자치구 최초로 설계부터 시공까지 책임진 공공주택 등을 선보인데 이어 올해부터는 아동복지시설을 떠나는 청소년에 공급물량 5%를 우선 공급해 안정적으로 정착하도록 돕고 있다. 이창우 동작구청장은 "안정적인 주거환경에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건 모든 주민의 권리"라며 "지방정부 차원에서 이를 보장하기 위한 의무를 다하고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삶을 사는 공정한 도시를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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