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생관리로 간 보호

묵묵히 일하는 간, 아프다면 이미 중증

2021-10-15 11:13:50 게재

약물 오남용 주의 … A·B·C·E형간염, 백신접종이나 위생관리 중요해

간은 소화기관으로부터 온갖 성분과 물질을 받아들여 생명활동 에너지를 만들고 해독·살균도 하면서 신체가 살아갈 수 있도록 쉬지 않고 일한다. 그래서 간은 애당초 튼튼하게 타고난다.
하지만 술·담배나 독하고 탁한 음식을 즐기고 지나치게 많은 양을 먹으면서 운동도 하지 않으면 간도 힘들어 한다. 튼튼하게 타고한 간은 웬만하면 '아픈 티'를 내지 않는다.
그래서 간으로 드러눕게 되면 이미 심각해진 상태가 된 것이다. 이 때문에 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일상생활 속 위생관리가 중요하다. 간에 스트레스를 주거나 발병을 일으킬 수 있는 요인들을 파악하고 주의해야 한다.
질병관리청과 의료전문가들로부터 간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방법을 알아본다.

이미지투데이

 


간은 몸 안 신진대사 활동에서 묵묵히 일하는 특징이 있다.

탄수화물 대사, 아미노산 및 단백질 대사, 지방 대사, 담즙산 및 빌리루빈 대사, 비타민 및 무기질 대사, 호르몬 대사, 해독 작용 및 살균 작용 등 여러 대사 작용을 한다. 이렇듯 간은 우리 몸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므로 간의 기능이 저하되면 여러 임상적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간은 웬만하면 아프거나 힘들다는 표현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이 자신의 간 이상증상을 자각하기는 쉽지 않다.

드문드문 간의 이상증상이 드러나기도 하지만 다른 장기의 증상일수도 있어 간의 이상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피로하거나 온 몸이 쇠약해지고 구역 구토 식욕감퇴 소화불량이 나타나거나 복통, 오른쪽 위 복부 통증이나 불쾌감이 나타날 수 있다.

정숙향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에 따르면, 간에 이상이 있으면 황달이나 간장색 같은 진한 소변이 생길 수 있다. 피부가 노래지거나 눈 흰자 부위가 노란색을 띠면 의심해야 한다. 오줌 색이 갈색 혹은 빨갛게 보이기도 한다.

간에 질환이 있으면 간세포에서 혈액응고인자들을 충분히 만들지 못해 잇몸 출혈이나 코피, 쉽게 멍드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간경변증이 있으면 배에 물(복수)이 차 불러오거나 온몸이 붓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만성 간질환이 있으면 성호르몬의 균형이 깨져 고환이 위축되거나 발기부전, 무월경 등 성기능 장애가 올 수 있다. 남자에게는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 중상이 나타날 수 있다.

간기능이 많이 떨어지면 기분상태가 달라지고 밤낮이 바뀌거나 엉뚱한 소리를 하는 등 심하면 깊은 혼수에 빠지는데 이를 간성혼수라 한다. 변비나 지나친 고단백식, 위장관 출혈이나 염증 등 다양한 원인들이 간성혼수를 일으키거나 악화시킨다.

최근 5년간 알콜성 간질환, 독성, 간부전, 만성간염, 간 섬유-경변증 등 간질환(질병코드 K70∼K77)으로 진료를 받는 경우가 연 최소 123만명에서 155만명이나 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6년 123만5909명, 2017년 124만7395명, 2018년, 137만4850명, 2019년 155만0314명, 2020년 144만9786명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진료가 줄어든 경우를 제외하면 지속적으로 연간 진료인원이 늘어난 셈이다.

정 교수는 "생활 속에서 간 질환을 예방하고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간 건강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불필요한 약은 오히려 간에 해로울 수 있으니 삼가야 한다. 처방된 양약, 한약, 건강보조식품이나 생약 등도 간 손상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오남용 등 복용에 유의해야 한다. 특히 간질환이 있는 경우 더욱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독한 술 과식, 간에 큰 부담 = 지나친 음주는 심각한 간 질환의 원인이 된다. 과도한 음주 후 해장술을 마시거나 불필요한 약제를 추가로 복용하면 간 손상을 더 심하게 만들 수 있다.

영양분이 어느 한가지로 치우치지 않게 골고루 균형잡힌 음식을 섭취하는 게 간의 부담을 줄여준다. 튀기거나 기름진 음식을 줄이고 싱겁게 먹고 섬유소가 많은 야채 과일 곡물을 먹는 게 좋다.

너무 달고 지방성분이 많은 후식이나 간식은 피하고 비만해지지 않도록 체중을 조절해야 한다.

하지만 무리한 체중 감량으로 몸에 필요한 비타민이나 미네랄 성분, 영양분들이 부족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1주일에 1kg 이상 급격한 체중감소는 오히려 심한 지방간염 혹은 간 부전증을 일으킬 수 있으니 피해야 한다.

적당한 운동은 건강한 간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간염환자라고 쉬기만 할 필요는 없다. 특히 만성간염이 있어도 일부 환자들에서만 간경변증과 간암이 발생하며 50∼70%는 치료 혹은 관리를 하면 문제가 없다. 담당의사와 상의하면서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조개젓은 익혀 먹어야 간염 예방 =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간염을 예방하고 검진과 조기치료로 간 건강이 악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 간염은 A-B-C-E형이 있다.

A형간염은 A형간염바이러스에 노출돼 피로감 식욕부진 메스꺼움 복통 등 증상이 생기고 황달이 동반되기도 한다. 소아와 달리 성인은 70%이상 증상이 있고 심하면 전격성 간염으로 사망할 수 있다.

2019년 A형간염 유행시 원인이 조개젓으로 밝혀졌는데 감염자가 1만7598명으로 많았다. 당시 국민들에게 조개젓 섭취 중지를 권고한 바 있다.

A형간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손씻기, 조개류는 반드시 익혀서 먹기, 물 끓여 마시기 등이 중요하다. 항체가 없는 경우 백신접종을 권한다.

B형간염 예방을 위해서도 백신접종이 중요하다. B형 간염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으로 급성 간염증상을 일으킨다. 황달 흑뇨 식욕부진 오심 근육통 등 증상이 나타나고 만성간염 간경변증 간부전 간세포암이 발생한다. 세계적으로 매년 간경화 간암으로 약 50만∼70만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는 생후 0, 1, 6개월에 3회 예방접종을 하고 성인은 0, 1, 6개월 간격으로 3회 접종해 감염자가 많지 않다. 지난해 382명 발생했다.

C형간염은 바이러스감염에 의해 급·만성 간질환을 일으킨다. 주사기를 공동으로 사용하거나 재사용, 수혈, 성접촉, 문신 등으로 전파될 수 있다. 지난해 국내 1만1849건이 신고됐다.

C형간염은 만성화 경향이 B형간염보다 높으며 만성간염, 간경변, 간세포암으로 이행된다.

하지만 최근 좋은 치료제 개발로 치료 성공률이 90% 이상 높아져 안심해도 된다. 그런데 자신이 C형간염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는 검사를 하지 않으면 확인할 수 없다. 70∼80%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정기검사에서 간염검사를 반드시 할 필요가 있다.

신동현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C형간염은 최근 치료법의 발달로 대부분 바이러스 박멸이 가능한 병"이라며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병이 진행될 수 있으므로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이동한 질병관리청 감염병관리과장은 "여러 간염을 예방하기 위해서 손씻기나 음식 익혀먹기 등 일상생활 속 실천이 중요하며 C형간염에 대응하기 위해 적어도 생애 한번은 간염검사를 실시해 간 건강을 챙기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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