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창간28 | 'K-금융 길을 묻다'-(3)금융권에서 멀어지는 서민들

저신용자, 법정금리 초과 '불법 사금융' 내몰려

2021-10-15 11:37:10 게재

심사 강화한 대부업체에 거절당해 '벼랑끝'

정책금융확대·대출시장 기능회복 필요

법정 최고금리가 20%로 인하된 이후 금융당국에 고금리 피해 신고가 급증했다. 제도권 금융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서민들이 법정 금리를 초과하는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기사 10면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7월초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된 이후 7~8월 동안 고금리·불법추심 피해 상담·신고는 월평균 750건으로 올해 상반기 581건 대비 29.1% 증가했다.

고금리·불법추심 피해 신고는 7월 763건, 8월 736건을 기록했으며, 8월말까지 누적 신고는 4987건에 달했다. 지난해 고금리·불법추심 신고건수가 총 5167건으로 월평균 431건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미등록 대부업체 신고도 830건으로 나타났다.

법정 최고금리가 낮아지면서 대출에 따른 이자 부담은 줄었지만 신용등급이 낮은 취약계층들에 대해 대부업체들 마저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법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금리가 낮아졌기 때문에 조달금리와 연체율 등을 고려할 때 저신용자들에 대한 대출이 어렵다는 게 대부업계의 분위기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7등급 이하 저신용자들에 대한 신규 신용대출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며 "최고금리 수준인 20%로 대출을 해주더라도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서 기존 고객들의 만기가 도래하면 계약을 연장하거나 갱신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대부업체 이용자는 대략 200만명으로 추산된다.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신용등급 7등급 이하 다중채무자는 지난해 말 기준 47만5936명이다. 신용등급체계가 점수제로 개편된 이후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신용점수 700점 이하 다중채무자는 6월말 기준 42만7123명으로 나타났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의 여파는 최소 40만~50만명에게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 철 숙명여대 소비경제학과 교수는 금리 인하에 따라 약 3조원의 초과수요가 발생해 약 57만명의 수요자가 대출을 받고자 해도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NICE신용정보 자료에 따르면 대부업체의 대출 조회건수는 지난해 1월 43만건에서 올해 1월 34만건으로 줄었고, 지난달 30만9614건으로 떨어졌다. 승인율은 10~12% 수준이다. 대출을 신청한 10명 중 1명만 승인을 받는 상황이다.

김명일 서민금융연구원 이사는 "2018년 법정 최고금리가 24%로 낮아진 이후 2019년 한 해 동안 대부업체에서 대출이 거절돼 불법사채로 이동한 규모가 19만명, 3조원 규모에 이른다"며 "대부금융업권에서 조차 배제되는 경우 불법사금융으로 전이될 것이 충분히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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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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