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라떼'로 키운 채소에서 발암물질 나와
상추 실험에서 '발암물질' 마이크로시스틴 kg당 67.9μg 검출
몸무게 30kg인 초등학생이 상추잎 3장 먹으면 WHO 기준초과
이번 분석은 미국 등에서 사용하는 토탈 마이크로시스틴(MCs)을 기준으로 이루어졌다. 마이크로시스틴 농작물 축적 사례는 외국에서는 다수 보고됐으나 국내 검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4대강사업 이후 낙동강과 금강에는 '녹조라떼' '독조라떼'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녹조 창궐이 일상화됐다. 녹조가 심한 지역의 농산물 안전성 우려가 컸지만 지금까지 환경부 등 정부는 '녹조 독소의 식물 흡수 기작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안전성 검증을 외면해왔다.
이번 조사는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이수진 의원(비례), 대구환경운동연합, 오마이뉴스, 뉴스타파, (사)세상과 함께, 환경운동연합이 주관했다. 수채와 상추 내 마이크로시스틴 분석은 국립 부경대학교 이승준 이상길 교수 연구팀이 진행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농작물 내 마이크로시스틴 가이드라인을 사람 몸무게 1kg당 하루 0.04μg으로 규정한다.
◆청산가리 100배 이상의 독성 = 낙동강 녹조물로 키운 상추에서 검출된 kg당 67.9μg을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6g짜리 상추잎 한장에 대략 0.4074μg이 축적된 셈이다. 이는 몸무게 30kg인 초등학생이 하루에 상추잎 3장만 먹어도 WHO 가이드라인(1.2μg)을 초과한다는 뜻이다. 몸무게 60kg인 성인도 6장이면 WHO 가이드라인(2.4μg)을 초과한다.
마이크로시스틴은 청산가리 100배 이상의 독성이 있고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잠재적 발암물질로 지정하기도 했다.
남세균 독소가 간 독성과 신경독뿐 아니라 알츠하이머 등 뇌 질환을 일으킨다는 연구도 있다.
이번 실험은 8월 13일 낙동강 이노정(대구국가공단 인근) 부근에서 채수한 녹조물을 이용했다.
가로 60cm, 세로 120cm, 높이 20cm, 물 높이 10cm의 간이 수경재배 시설에 녹조물을 넣고 여기에 '상추 재배세트'를 담가 8월 17일까지 5일 동안 재배했다. 상추 내 총 마이크로시스틴 분석은 이상길 교수 연구팀이 맡았다.
대구환경연합 곽상수 운영위원장은 "이번 조사는 실험을 위해 낙동강에서 채수한 녹조물에서 상추를 재배했다는 점에서 일반 농경지 재배 작물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우리나라에서도 남세균 독소가 농작물에 축적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곽 위원장은 "이는 벼와 같이 우리 국민이 주식으로 삼는 다른 농작물에서도 남세균 독소가 축적될 수 있다는 걸 말해준다"고 말했다.
◆"노지채소는 대부분 표층수 사용" = 2020년 서울 가락시장 품목별 출하지역 통계에 따르면, △깻잎 44.7% △당근 19.5% △부추 20% △수박 11.2% △양상추 34.6% 등이 낙동강 권역인 경남지역에서 출하됐다.
이들 채소 중 어느 정도가 낙동강 표층수 물을 사용하는지에 대한 통계자료도 없다. 녹조 창궐에 따른 농산물 안전 문제는 국민건강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종합적인 조사와 대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곽 위원장은 "비닐하우스 안에서 재배하는 시설채소는 지하관정의 물을 사용하지만, 노지재배를 하는 벼나 무, 얼갈이배추, 파, 우엉 등은 대부분 낙동강 표층수를 그대로 주기 때문에 녹조 독성이 축적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곽 위원장은 실제 경북 고령군 낙동강 인근에서 수박농사를 짓는 농부다.
정수근 대구환경연합 생태보전국장은 "4대강사업 이후 만연한 녹조는 이제 '독조' 상태가 됐다"면서 "독조에 가장 확실한 백신과 치료제는 막혀 있는 강을 흐르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