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농업피해액 산정 보수적"

2021-11-11 11:16:53 게재

국회입법조사처, 민감품목 피해 정밀분석 필요 지적 … 농업계도 "피해규모 산정 과소평가"

우리나라가 참여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따른 국내 농업 피해 규모가 보수적으로 추정됐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RCEP 영향평가의 농업부문 주요 결과와 향후 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가 철폐하기로 한 농축산물 관세에 따른 피해 규모가 예상보다 더 클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농업 부문의 예상 피해 규모를 왜곡·축소했다고 보는 것은 무리"라면서도 "그러나 정부도 이러한 분석 결과가 계산 가능한 부분에 한해 매우 보수적으로 추정된 수치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정부는 전체 농산물의 63.4%에 해당하는 1029개 품목의 관세를 20년 내로 철폐하기로 하면서 국내 농축산물 피해 규모를 연평균 77억원, 20년간 1531억원이라고 추정했다. 특히 열대 과일류 수입 증가로 국내 과일 생산액 감소분이 전체 농업생산액 감소분의 52.5%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이미 RCEP 외에도 57개국과 17건의 자유무역협정(FTA)을 발효해 이에 따른 시장개방과 농업 부문생산액 감소가 지속돼왔다. 이번 영향평가가 품목·산지별로 구체적인 수준까지 분석해 그 결과를 도출하는 작업은 아니기 때문에 민감품목의 경우 정밀한 단계의 분석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두리안 구아바 파파야와 같이 소량만 수입되던 열대과일의 경우 RCEP 발효 이후 수입 효과를 분석하기에는 현재 확보된 데이터 자체가 적다는 사실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이같은 분석은 RCEP 피해액 산정이 과소평가 됐다는 농업계 주장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농업계는 RCEP이 아세안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농산물 수출비중이 높은 15개국으로 구성된 세계 최대의 FTA라는 점에서 농업 피해액 77억원을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과수 생산액이 연간 4조5000억원에 달하고, 수박·참외도 1조3000억원으로 정부가 밝힌 생산 감소액 77억원은 무의미한 수치라는 것이다. 농업계는 국회 RCEP 조기 비준을 위해 피해규모를 과소평가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RCEP의 우리나라 농업부문 협상내용을 보면 쌀 쇠고기 돼지고기 사과 등 국내생산 민감 품목을 비롯해 수입액이 큰 바나나 파인애플 등도 양허 제외됐다. 그러나 두리안 대추야자 망고스틴 구아바 파파야 등 열대과일이 개방되면 발효 후 10년 이내 관세가 철폐된다. 최근 소비가 증가한 아보카도와 냉동열대과일도 관세가 없어지고, 일본 청주·맥주와 중국 녹용이 완전 개방된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RCEP이 발효되면 열대과일 추가 개방과 누적원산지 규정에 따른 관세혜택, 동식물위생검역 구체화 등의 효과로 농업에 큰 타격이 우려된다"며 "정부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RCEP은 2020년 11월 아세안 10개국을 비롯해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15개국이 협정을 타결했다. 무역규모나 역내총생산(GDP), 인구 등의 측면에서 전세계의 3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FTA다. 우리나라와 다른 RCEP 회원국들 간 농림축산물 교역액은 2017~2019년 평균 약 179억6000만달러(수출 약 42억달러, 수입 약 138억달러)로 전체 교역액 중 3.45% 수준을 보인다. RCEP 회원국들과 전체 교역이 2010년 이후 흑자로 전환된데 반해 농림축산물 적자폭은 2000년대 초반 이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정부는 현재 RCEP 발효를 위한 국회 비준동의안을 제출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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