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환경 인재 육성
국내를 넘어 해외로, 국제환경전문가로 날개 달다
코로나 19 장기화에도 국제기구 취업 성공 잇달아 … 국내 우수 환경정책 세계에 알리는 가교 역할 '톡톡'
지난 6월부터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에서 인턴으로 근무 중인 박세영 학생의 말이다. GGGI는 개발도상국의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해 설립된 국제기구다.
대학생인 그는 GGGI와 세계은행(WB),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엔환경계획(UNEP) 등과 함께 진행하는 녹색성장지식플랫폼(GGKP)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 탈탄소 경제 및 산업 전환에 필요한 현장 정보와 정책, 각종 데이터들을 조사하고 분석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취업난이 커지고 있지만 국제환경전문가를 꿈꾸는 청년들의 열정은 변함이 없었다. 박세영 학생은 "1전공이 영어영문학이지만 환경에 관심이 많아서 2전공으로 기후변화융합전공을 하면서 국제기구와 관련한 교육프로그램들을 찾아봤고 기회를 얻었다"며 "인턴이지만 조직 문화가 수직적이지 않아 업무 선택이 자유롭기 때문에 폭넓은 분야에서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입사해도 1~5년마다 취업준비, 경쟁 치열 = 국제기구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언어는 필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취업에 성공할 수는 없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코로나19로 더 문턱이 높아진 국제기구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유엔인구기금(UNFPA) 코트디부아르 사무소에서 비즈니스 분석가(Business Analyst)로 근무 중인 이은주 씨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첫발을 내딛는 게 제일 중요하다"며 "꿈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국제기구 진출을 돕는 정부의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들을 찾아보고 관련 시험 등을 최선을 다해 준비를 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취업이 된 뒤에도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이들 대부분 1~5년마다 취업준비를 계속해야 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자세가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에서는 국제기구에 취업을 꿈꾸는 청년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환경부 한국환경공단은 국제환경전문가 양성과정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국제환경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국내외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물론 국제기구에서 인턴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다.
한국환경공단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청년들의 취업문은 좁아지고 전세계 국경폐쇄 등으로 국제기구 진출이 어려운 상황이 지속됐다"며 "게다가 국내에 있는 국제기구 등 특정 기구로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닫혀 있던 국제기구들과 지속적인 업무협의를 통해 '선(先) 재택근무 시행-후(後) 현지파견' 식으로 국외 파견을 추진했다"며 "다행히 전년대비 파견인원을 170% 확대(10월 현재)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국환경공단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청년들의 안전 확보를 위한 방안도 철저히 준비해 문제가 없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현지파견 근무 직원의 안전현황 관리체계를 구축해 월 2회 인턴 건강 모니터링 및 사전안전회의 등을 하고 있다.
◆국제기구 인턴은 무급, 경제적 여건 고려해야 = 국제환경전문가라는 꿈도 중요하지만 근무여건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국제기구의 근무환경은 어떨까.
OECD에서 환경정책분석 등의 업무를 맡고 있는 정수진 씨는 "국제기구의 근무여건이나 급여 수준 등은 해당 홈페이지 등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며 "OECD의 경우 신입 급여가 월 3000~5000유로(약 400만~680만원)이며 주 40시간 근무가 원칙"이라고 말했다.
WB에서 근무 중인 주보라 씨는 "주 3일 출근, 2일은 재택근무를 하는 등 업무 시간과 환경이 유연하지만 성과는 확실히 내야한다"며 "다른 업종에 비해 연봉이 높고 명예로운 직종인 만큼 업무 강도는 센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제기구로 첫발을 내딛는 발판이 될 수 있는 인턴의 경우 무급이 원칙이다. 인턴에서 우리나라의 정규직과 유사한 성격의 컨설턴트로 전환되기도 쉽지 않지만 인턴 기간 동안 경제적인 문제 등 여러 어려움으로 도전조차 할 수 없는 이들이 있는 게 현실이다.
박세영 학생은 "한국환경공단의 국제환경전문가 양성과정의 경우 단순히 교육뿐만 아니라 국제기구에서 인턴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연계해줘서 여러 가지로 이점이 많았다"며 "게다가 한국환경공단에서 월 80만원을 지원해줘서 한결 부담을 덜었다"고 말했다.
한국환경공단은 국제환경전문가 양성과정 국내 교육 수료자 중 성적우수자들을 환경관련 국제기구에 인턴으로 파견하면서 재정적인 지원도 함께 해준다. 왕복 항공료와 보험료(실비 기준)는 물론 체재비로 월 80만~130만원을 준다. 학생들이 경제적인 문제로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정부 지원금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한국환경공단 관계자는 "국제환경전문가를 전세계에 배출하는 일은 우리나라의 우수 환경정책을 해외에 알리는 기회도 된다"며 "'화학물질관리법'이나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등에 관한 정보들을 공유하는 가교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보라 씨는 "국제 연구 사업을 수행할 때 선진국의 개발 모델을 연구하고 제안할 때가 있다"며 "그 중에서도 한국의 개발 모델 사례를 연구하고 소개할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독일 드레스덴의 유엔대학교 물질흐름 및 자원통합관리연구소(UNU-FLORES)에서 근무 중인 최민정 씨 역시 마찬가지다.
최씨는 플라스틱 폐기물과 국제 정책 거버넌스와 관련한 프로젝트들을 진행 중이다. '플라스틱의 일회용 규제를 위한 환경의 플라스틱 오염 및 넥서스 거버넌스 솔루션(Plastic Pollution in the Environment and Nexus Governance Solutions for Regulating the Single Use of Plastic)' 등으로 국내 플라스틱 및 폐기물 정책을 해외에 공유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인턴도 발언기회 많아, 다양한 주제에 관심 가져야 = 주보라 씨는 "치열하게 노력한다면 국제기구 입사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 수 있다"며 "하지만 방향성을 제대로 잡고 관련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쌓아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쟁이 치열하고 쉽게 자리가 나지 않는 만큼 뜬구름 잡기 식으로 준비하다가는 정작 꿈을 이뤘을 때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수진 씨는 "국제환경전문가 양성과정을 들을 때만해도 국제기구 본부와 지역사무소, 국가사무소의 차이점을 알지 못했다"며 "현장과 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국제기구 본부의 경우 행정이나 리서치업무, 회의 주최 등을 하는 경향이 크며 국가사무소의 경우 해당 국가의 프로젝트를 실시하기 때문에 해당 필드를 방문해 프로젝트를 모니터링 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이러한 차이들을 사전에 미리 알아봐서 본인이 하고 싶은 업무와 유사한 쪽으로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최민정 씨는 "환경문제는 여러 영역에 걸쳐 연관이 있기 때문에 단순히 자신의 전공과 관심 있는 주제에 국한되지 말고 다양한 국제 이슈와 흐름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며 "국제기구에서는 인턴부터 기관장까지 한자리에 모여 논의하는 자리들이 꽤 자주 있는데, 직급에 관계없이 의견을 자유롭게 얘기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다채로운 주제들에 대해 평소에 관심을 가져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은주 씨는 "언어장벽부터 걱정하고 시도조차 못하는 이들이 있는데, 국제기구에서 일을 하면 언어는 어차피 계속해서 노력해야 한다"며 "영어가 능숙해도 서아프리카 지역 내 필드사무소의 경우 모든 회의가 프랑스어로 이뤄지기 때문에 아침저녁으로 새로운 언어를 습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기구에서 일할 기회를 얻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만족도가 높은 직업인 건 확실하다는 게 취업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최민정 씨는 "국제적인 규모의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해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서 기여한다는 점이 가장 보람"이라며 "국제환경에 대해 더 넓은 관점으로 보며 연구하면서 저 역시 성장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이은주 씨 역시 국제기구에서 일하며 세상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서아프리카 지역은 아직까지도 산모 사망률이 굉장히 높습니다. 코트디부아르의 경우 1000명당 6명이 넘는 여성들이 출산 과정 중 사망하고 있어요. 국제기구에서 일을 할 때 가장 큰 장점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개인으로 할 때보다 훨씬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어렵지만 여러분들이 노력한 것보다 더 큰 보람을 분명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