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박근혜 특별사면 … '대선정국' 영향 촉각
여론 이유로 거리 두다 건강 고려 급선회
4년 9개월만 … 한명숙 전 총리 포함
문재인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특별사면했다. 박 전 대통령의 최근 건강 악화가 전직 대통령 사면에 부정적이던 문 대통령의 입장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임기 중 마지막 사면이 될 공산이 큰 점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정치적 의도와 선을 그었지만 정치권에선 이번 특별사면이 가져올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언행이 여야, 특히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대선전략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24일 브리핑을 통해 "12월 31일자로 중소기업인·소상공인 등 서민생계형 형사범, 특별배려 수형자, 선거사범, 사회적 갈등 사범 등 3094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특별사면 대상자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한명숙 전 총리도 포함됐다. 정부는 '국민 대화합' 차원 이라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이번 사면 결정으로 2017년 3월 31일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수감된 후 4년 9개월 만에 풀려나게 됐다.
법무부와 청와대는 당초 박 전 대통령의 사면에 부정적 입장이었다. 청와대 역시 이달 초부터 전직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 "논의된 바가 없다"며 선을 그어 왔다. '국민적 동의'를 강조한 문 대통령의 인식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올해 초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사면론을 제기했을 당시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고, 지난 5월 취임 4년 기자회견에서는 "국민들의 많은 의견을 들어서 판단해 나가겠다"고 했다.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한 국민 여론은 여야 지지층, 세대별로 찬반이 갈렸다. 리서치앤리서치가 채널A 의뢰로 실시한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한 조사(11월 27~29일. 1008명)에서 찬성 39.2%, 반대 43.7%였다. 20~40대는 사면 반대가 과반을 넘겼고, 60대 이상은 찬성이 많았다. 민주당 지지층은 반대가 76.5%, 국민의힘 지지층은 찬성이 74.4%였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은 빠지고 박 전 대통령만 사면한 것은 정치적 고려없이 건강상태만을 고려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구속 후 두 차례 수술을 받았고, 지난달 22일에 병원에 입원해 정형외과와 치과, 정신건강의학과 등의 진단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은 박 전 대통령의 특별 사면이 TK 등 보수층의 여론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수감 초기 형집행정지 신청을 했던 것에 반해 이번에는 별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이번 특별사면을 통해 정치활동이 가능해 졌다. 특히 국정농단 사건을 지휘한 윤석열 후보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이느냐에 따라 야권의 대선전략에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선후보는 지난달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집권 초기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추진하겠다"고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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