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정치 활성화된 해외 6개국, 10개정당 공통점

"15세부터 정당 가입 … 독립적 청년대표, 공천결정에 참여"

2021-12-24 11:30:51 게재

국회 입법조사처 '청년 정치인 교육·충원 시스템' 연구용역보고서

정개특위, 정당가입연령 하향조정 논의 … "충분한 정치 경험 기회"

우리나라 청년 정치인에 대한 교육과 양성 프로그램의 빈약함이 비판받고 있는 가운데 해외 주요 선진민주국가의 청년 정치 활성화 사례가 소개돼 주목된다. 청년정치인들의 비율이 높은 국가들의 정당과 국가의 역할을 분석한 결과 우선적으로 지목된 특징은 정당 가입 연령이 낮다는 점이었다. 또 청년조직을 독립적,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청년 대표가 일상적인 당무뿐만 아니라 공천 등 주요 정당결정에 참여하는 것도 주요한 공통점으로 발견됐다. 정부에서 청년 의회를 별로도 만들어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띄었다.

발언하는 김태년 정개특위 위원장│김태년 국회 정치개혁 특별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차 정치개혁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24일 국회 입법조사처가 한국정당학회에 의뢰해 제출된 '정당의 청년 정치인 교육 및 충원 시스템 연구:해외사례를 중심으로' 연구보고서에서는 "모든 국가에서 정당의 청년조직 가입연령이 법정 투표연령보다 낮았다"고 했다. 이 보고서는 미국 민주당의 YDA, 미국 공화당의 YR, 영국 보수당의 Young Conservative, 영국 노동당의 Young Labour, 독일 사민당의 JUSOS, 독일 기민련의 JU, 스웨덴 사민당의 SSU, 노르웨이 노동당의 AUF, 뉴질랜드 국민당의 Young Nats, 노르웨이 노동당의 AUF, 뉴질랜드 노동당의 Young Labour 등 청년 정치인 비율이 높은 6개국의 10개 정당 청년조직을 분석했다.

한국정당학회 장승진 국민대 교수가 연구책임을 맡았고 박선경 인천대 교수, 김은경 국민대 교수, 정진웅 단국대 교수가 연구원으로 참여했다.

청년 정치인 활동이 많은 6개 국가들의 투표연령은 모두 18세였지만 정당청년조직 가입 연령은 이보다 훨씬 낮은 15세가 가장 많았다. 뉴질랜드 국민의당의 영 네츠(Young Nats)는 12세부터 가입이 정당에 들어갈 수 있다. 보고서는 "제도적으로 성인이 되기 전부터 청년들에게 충분한 기간 동안 다양한 정치적 경험을 쌓을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학습을 통해서 준비된 민주적 시민으로 투표와 다른 정치활동을 참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치개혁특위에서도 정당가입연령 하향조정안을 놓고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법안도 제출돼 있다.

중앙선관위는 지난 5월 25일에 정당 가입 가능 연령을 만 16세로 낮추는 내용의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제안취지에 대해서는 "정당의 구성원 자격은 되도록 많은 사람에게 개방되는 것이 민주주의 원칙에 부합하므로 정당 가입 가능연령을 하향해 정당 활동의 자유를 확대 보장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2018년에 내놓은 '청소년의 정치참여 현황과 개선 과제'보고서에서는 "대부분의 민주국가들이 당원의 자격이나 가입 연령 등은 정당 자율에 맡기고 있으며, 정당의 당헌·당규를 통해 규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했다.

◆청년 대표, 당연직 최고위원으로 = 이 보고서는 또 당내 청년조직의 독립성도 청년정치 활성화의 핵심요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 당헌과 당규에 청년조직을 명문화할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대표성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청년조직의 대표가 당연직으로 정당의 최고의사결정기구에 참여해 실질적으로 청년의 목소리가 정당 내부 의사결정과정에 반영되게 제도적으로 보장해주고 있다"며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를 결정하는 최고결정단계에서 청년조직의 대표가 반드시 참여하도록 명시돼 있다"고 했다. 이는 "청년조직의 목소리가 일상적인 당무는 물론이고 후보자 선출과정에도 반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청년조직이 모당의 하위조직이 아니라 완전히 독립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강조됐다. 이러한 독립성은 청년조직이 모당과 별개로 자신들의 정치적 의견이나 정책 등을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자유롭게 발표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독일의 경우엔 청년조직이 법적으로 모당과 독립적인 법적 지위를 가진 독립조합 형태를 띠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국가로부터 재정을 충당하므로 재정적으로도 완벽히 자유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제도보다 정당 내부 운영방식 중요 = 청년 정치인 양성과 교육 프로그램 역시 중앙당 중심으로 청년 당원이 동원되는 게 아니라 청년 조직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게 더 활성화돼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보고서는 스웨덴의 봄메쉬빅이나 알메달렌 정치 주간, 노르웨이의 우퇴위아 여름 캠프를 제시하며 "오랜 전통과 큰 규모를 가진 정치활동프로그램도 찾아볼 수 있다"고 했다.

국가차원의 청년정치 활성화를 위한 제도도 소개됐다. 독일의 연방정치교육센터나 뉴질랜드의 청년개발부 등 중앙정부에서 청년 정치교육과 대표성 향상을 위한 다양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뉴질랜드 청년의회는 기존 의회와 별도로 청년 120명으로 구성되며 3년마다 모여 국가의 다양한 정책과제를 논의한다.

보고서는 "한국 의회의 산술적 대표성은 높지 않고 특정 연령, 성별 및 직업군이 과대대표되고 있다"며 "이러한 비례의 분균형 중에서도 최근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청년세대의 산술적 대표성 문제"라고 했다. 이어 "국제의원 연명의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만 30세 미만 청년의원 비율의 순위가 0%로 최하위인 것은 물론 만 40세 미만으로 청년 범주를 넓히더라도 청년의원의 비율은 3.7%로 총 110개국 중 107위인 최하위권이었다"고 지적했다.

또 "독일 스웨덴 핀란드 뉴질랜드가 시행하는 비례대표제도가 청년 정치인 배출에 우호적 제도 환경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공천제도의 경우도 지역당보다는 중앙당이 공천과정에서 주도권을 더 많이 행사하는 독일 사민당, 스웨덴, 핀란드에서 청년 정치인 진입이 유리했다"면서도 "미국과 영국 사례에서 보듯 선거제도와 공천제도가 청년 정치인의 원내진입에 우호적이지 않더라도 그 나라의 정치문화나 정당 내부 운영방식 등 다양한 측면의 행태적 요인으로 청년 정치인이 성장하는 경우도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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