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도서관·독서문화 진흥하는 대선 공약을 보고 싶다

2021-12-30 11:35:42 게재
차성종 신라대 문헌정보학과 교수

지금 우리 사회는 코로나 팬데믹이 가져다준 파편화된 공동체 위기를 겪고 있는 중이다. 대선 정국을 맞아 후보들이 이런저런 공약을 앞다투어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팬데믹 상황 속에서 점점 약화되어 가는 사회적 관계를 회복시킬 공약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쉽게 찾을 수 있는 이런 공약을 어떤 후보든지 제대로 제시한다면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도서관·책 읽기는 '위기 상황'

바로 도서관과 독서문화진흥에 관한 공약 말이다. 코로나로 야기된 우리 사회의 소통 부재, 해체 위기의 공동체, 심화된 디지털 디바이드 문제 해결을 위해 '도서관'과 '책 읽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도서관은 전통적인 지식정보제공 기관을 넘어 이제 시민이 필요로 하는 각종 교육과 문화적 향유를 제공하는 복합문화센터, 시민들이 소통하고 토론하는 지역 커뮤니티 센터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사회적 책 읽기를 통해서는 팬데믹 시대에서 사회, 세대 간의 갈등과 격차를 극복하고 소통을 모색해 낼 수 있다. 하지만 도서관과 책 읽기는 지금 위기다.

지난 4월 23일 KBS에서는 세계 책의 날을 맞아 우리나라 공공도서관과 초중고 학교도서관의 운영 실태를 짚어보는 특별기획 '공공도서관 가보셨습니까'를 마련했다. 기사에서는 도보로는 방문하기 힘든 곳이 허다한 도서관 접근성 문제, 10곳 중 4곳의 장서수가 법정최소기준에 미달하는 현실, 정보취약계층에 대한 예산 자체가 0원인 곳이 30%(414곳)에 달하는 등 공공도서관의 열악한 상황을 지적했다.

또한 장서량이 150권에 불과한 학교부터 7만여 권을 소장한 학교까지 400배 넘게 차이가 나고, 자료구입비도 0원인 학교가 47곳이나 존재하는 등 편차가 극심한 전국 학교도서관의 장서 및 예산 현황을 가감없이 보여주었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나라 전체 공공도서관 3곳 중 1곳과 무려 절반에 달하는 학교도서관의 사서 배치수가 법정최소기준에도 못 미친다는 점이었다. 그동안 도서관통계를 통해 어느 정도 알고 있던 우리나라 도서관의 인프라 및 서비스 현황에 대해 방송 기사로 직접 확인하니 정말 착잡했다.

이번 특별기획은 이미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는 대한민국의 2021년 현재 도서관 정책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동안 정부에서 3차에 걸쳐서 국가 5개년 '도서관발전종합계획'과 '독서문화진흥계획'을 수립해 추진해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부족한 현실을 제대로 지적해 준 것이다.

책 읽는 대선 후보는 언제쯤

"우리가 아이들에게 신비한 도서관의 문턱을 넘어가도록 아이들을 설득하는 순간, 우리는 아이들의 삶을 훨씬 나은 것으로 바꿀 수 있다." 독서광으로 유명한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한 말이다. 도서관과 책 읽기가 아이들의 성장과 교육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한 것이다. 이렇듯 도서관과 책 읽기는 삶의 양식이며 국민들이 꿈을 이루고 더 나은 삶을 찾을 수 있도록 인도하는 터전이다. 그렇기에 그 기반을 제대로 갖추도록 국가적 차원의 투자 와 노력이 필요하다. 대선 후보들이 제시할 도서관 및 독서문화진흥 공약을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서관과 서점을 찾아서 책을 읽고 시민들과 토론하는 일정을 소화하는 대선 후보, 더불어 도서관 및 독서문화진흥 정책을 제시하는 후보의 공약을 보고 싶다.

언제쯤 우리는 이런 대선 후보와 공약을 만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