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디지털 전환으로 지속 성장 예상
6000억달러 돌파할 듯
메모리는 하반기 반등
비메모리 수급불안 계속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은 코로나19에 따른 디지털전환 가속화를 배경으로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또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시장 주도권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세계 반도체산업은 매출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600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지난해 발표한 반도체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반도체 매출 규모를 6015억달러(715조원)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대비 8.8% 증가한 수준이다. WSTS는 2021년 세계 반도체 매출 규모를 5530억달러로 추정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도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규모가 지난해 대비 8.9% 증가한 6443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품목별로는 메모리는 지속되고 있는 IT기기 수요 영향으로 지난해 대비 18.7% 증가할 것으로 봤다. 비메모리는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메모리 대비 낮은 성장률을 보이며 4.6%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트너가 추정한 2021년 반도체 시장규모는 5914억달러였다. 이는 2020년 대비 26.9% 증가한 규모다.
◆하반기 메모리 가격 반등 전망 = 반도체는 한국 수출품목 가운데 20% 넘는 비중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반도체산업 전망은 국내 산업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 특히 메모리반도체(D램, 낸드플래시)는 국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 44%, SK하이닉스 27.2%를 차지했다. 낸드플래시도 지난해 3분기 기준 삼성전자 34.5%, SK하이닉스 13.5% 점유율을 기록했다.
업계에선 올해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지난해만큼은 아니지만 큰 폭의 성장을 계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트너는 올해 D램 시장규모를 지난해 대비 21.5% 증가한 1133억달러로 전망했다. 낸드플래시 시장규모는 지난해 대비 18.8% 증가한 826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가트너는 지난해 D램과 낸드시장 규모를 각각 933억달러와 695억달러로 추정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3분기부터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이르면 2분기 늦어도 3분기부터는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유안타증권은 2022년 산업전망 보고서에서 "D램 가격은 올해 1분기부터 하락 폭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르면 2분기, 늦어도 3분기에는 가격이 반등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최근 현물가격을 중심으로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이 멈추고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소식도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지난달 24일 기준 D램 제품 현물가격이 전주 대비 상승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대표 제품인 DDR4 8Gb의 현물가격은 3.58달러로 1주일 만에 5.5% 상승했다. 낸드 대표 제품 가운데 하나인 64Gb MLC도 지난달 24일 기준 2.71달러로 전주 대비 5%, 전월 대비 8.4% 각각 상승했다. 현물가격은 반도체 제조사와 대규모 IT업체들이 거래하는 고정가격과는 다르지만 시장변화 방향을 예측할 수 있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박재근 한양대 석좌교수는 "사회 전반적인 디지털전환 흐름이 계속되고 있어 반도체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며 "올해 반도체산업은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수급 부족상황이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관련 기업에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중 무역분쟁, 공급망 불안 여전 = 미·중 무역분쟁과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 작업 등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올해 중점적으로 대응해야 할 사안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D램 반도체 경쟁력 확보를 위해 중국 우시 공장에 극자외선(EUV) 노광기를 반입하려 했지만 미국 정부 반대로 보류한 상태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 공급망을 점검하겠다며 국내외 반도체 업체들에 매출, 고객정보, 판매·재고현황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민감 고객정보를 제외하고 제출한 바 있다.
업계에선 미국이 이 같은 움직임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이 벌이고 있는 반도체 공급망 내재화 작업은 단기간에 끝나거나, 한쪽이 양보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기업이 독자적으로 대응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박재근 교수도 "앞으로 미중 무역분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미국의 기업에 대한 정보요구도 계속될 것"이라며 "정부가 나서 기업들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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