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가동률 하락 산업기상 '흐림'

2022-01-05 11:21:26 게재

수요 불확실에 공급 늘어

정유 수익, 항공유가 좌우

석유화학업종은 올해 업황 전망이 부정적이다. 글로벌 수요 확대폭보다 공급물량이 더 커 수급불균형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가동률이 하락하면서 산업기상도는 '흐림'이다.

5일 업계와 산업연구원, 한국산업은행에 따르면 중국 수요 회복이 석유화학 시황을 좌우할 관건이다. 올해 각국의 경기부양정책으로 글로벌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 영향이 큰 중국수요 회복 여부는 불투명하다.

◆불투명한 중국 수요 회복 = 삼성증권의 최근 업종전망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컨센서스는 하향조정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중국의 전력소비 규제로 제조업 가동률이 떨어지고 개발업체 헝다그룹의 채무불이행 위기감이 고조되면서다. 중국은 전력 규제를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때까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리스크도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은 내수 수요 부진을 야기하고 있다.

이처럼 수요측면에서 중국 내수부진이 올해 석유화학 업황에 부정적이다. 공급측면에서는 2020년 이후 설비증설 물량 도입이 진행되고 있다.

화학산업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올해 석유화학 기초유분인 에틸렌 생산능력은 1232만톤 순증설이 예상된다. 수요순증가는 785만톤이다. 신규 공급이 지난해 대비 6.0% 확대되는 반면 수요는 4.4% 성장하는 셈이다. 2021년에 이어 올해도 수급불균형 악화가 예상된다.

에틸렌이 원료인 폴리에틸렌 시장도 971만톤 순증설과 528만톤 수요 순증가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글로벌 가동률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에틸렌은 지난해 86.6%(예상치)에서 올해 85.3%(예상치)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석유화학 대부분의 제품은 가동률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가동률이 상승하는 화학제품은 페놀 PVC 가성소다 정도다.

지난해 석유화학제품 마진은 유가상승에 따라 제품가격 동반 상승으로 전반적으로 양호한 마진을 시현했다. 특히 지난해초 미국 한파에 따른 설비가동 중단으로 가격이 상승해 마진이 양호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올해 각국 경기부양으로 수요가 늘겠지만 미국과 중국 신·증설이 많아 공급이 수요를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각국 자원보호주의가 기승을 부리면서 경기 기상도는 지난해보다 흐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올해 석유화학업계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또다른 요인은 저탄소ㆍ친환경 트렌드다. 증가하고 있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거나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순환경제에 업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또 생분해되는 친환경 소재 개발도 진행 중이다.

국내를 비롯 유럽연합 미국 등은 플라스틱 사용감축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국내 플라스틱 시장은 총공급량 대비 수출이 58%를 차지해 국외 플라스틱 규제는 국내 업계에 영향을 미친다.

◆정유사 석유화학사업 진입으로 경쟁 가속화 = 정유산업 업황은 코로나 백신접종 확대로 이동 제한이 풀리는 정도에 좌우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송용과 석유화학 원료용 석유제품 수요는 견조한 성장이 예상된다.

지난해 12월 국제에너지기구(IEA) 월간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석유수요는 코로나 이전 수준인 2019년 수치인 9976만배럴/일에 근접한 9950만배럴/일로 전망된다. 오미크론 등 신규 변이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이전 변이에 비해 적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항공유 수요 회복이 정유업 실적 호조세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항공유를 비롯한 수송용 석유제품 중심으로 내수와 수출이 증가하고 국내 정제설비가동률이 상향조정돼 생산량이 전년대비 2.9%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국내 정유 4사는 2020년 5조원대 대규모 영업손실 이후 글로벌 석유 수요회복과 정제마진 상승으로 6조~7조원대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올해 석유수요는 지난해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유업계는 글로벌 수급동향에 대응하고 비정유부문 등 신사업에 대한 투자로 미래 먹거리 확보 노력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유업계는 중장기적으로 전기차 확산 등으로 수송용 석유제품 감소에 대비하기 위해 석유화학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실제 석유사업의 영업이익률은 2% 내외에 머물고 있으나 비정유부문은 8.9%에 달한 점도 이같은 경영전략을 취하는 동인이 되고 있다.

올해 국내 정유사 석유화학제품 생산능력은 에틸렌 14%, 프로필렌 30%, 벤젠 26%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수직계열화를 통해 에틸렌과 같은 기초유분부터 3대 유도품(합성수지 합섬원료 합성고무)까지 생산하고 있다.

미국 중국의 생산능력 증가와 정유사의 석유화학산업 진입에 따라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경쟁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범현주 기자 hjbeo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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