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틈으로 만난 '문화' … 칸막이가 낮아졌다
정신장애 편견에 도전하는 완주 문화공동체 '아리아리'
'아리아리'는 아픈 사람들이다. 머릿속이 혼란스럽게 얽혀있는 것이 흡사 조율 되지 않은 현악기와 같아 '조현병'이란 딱지를 붙이고 사는 사람들이다. 세상은 제 음색을 내지 못하는 이들을 '위험한 사람'으로 분류했고, 그들 스스로는 벽 밖으로 나오기를 주저했다. 그런 이들이 연극 무대에 섰다. 지난해 12월 23~24일 전북 완주군 삼례읍 완주문화도시지원센터. 센터가 마련한 '함께;문화로' 행사가 열렸다. '아리아리' 회원들의 서툰 몸짓 너머로 발달장애인 앙상블과 장애·비장애인 혼성 아카펠라 무대가 이어졌다. 공연 중간중간엔, 인정과 소통을 갈망하는, 느리지만 확신에 찬 외침도 터져 나왔다.
완주군 상관면의 한 정신요양시설 장애인들의 '낯선 외출'은 이 시설에서 일하던 김언경 간호사가 완주문화도시지원센터의 문화기획자 양성 교육을 받은 것이 출발이다. 완주군은 지난 2018년부터 '각각의 처지에 맞게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는 '공동체 문화도시'를 준비해 왔다. 시민들의 문화활동에 제한과 차별을 두지 않는 '칸막이'를 치우자는 취지다.(완주군은 지난해 군단위에선 처음 정부의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됐다)
아리아리 회원들은 시설 밖으로 나와 짝을 이뤄 마을 곳곳에서 사진을 찍고 주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그림을 그리고 천연염색 작품으로 주민자치센터에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만남이 늘면서 시설 이전을 요구했던 주민들도 '대견하다'며 먼저 인사를 건넨다. 회원들 스스로 '아리아리'의 이름 앞에 정신장애인문화공동체를 머뭇거림 없이 붙이는 수준이 됐다. 김 간호사는 아리아리의 대표를 맡았다. 그는 "출발은 제가 했지만 활동은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몫이었다"면서 "스스로 사회 구성원이라는 긍지를 갖고, 숨지 않고 소통 하면서 나타난 변화"라고 말했다.
'아리아리'의 이날 공연에는 전북권 10개 정신장애인 시설에서 생활하는 200여명이 랜선으로 참여했다. 이들의 도전은 지역문제를 문화적 방식으로 해결하는 사회혁신과 닿아 있다. 문화활동을 통해 자신이 처한 문제를 직접 마주해 다양한 방식으로 해결하는 '공동체 문화도시'의 확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완주문화도시지원센터는 아리아리의 경험을 정신장애 당사자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에 기반한 축제로 승화시키는 단계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영국 미국 독일 등에서 매년 7월 14일 전후에 열리는 '매드 프라이드'의 전북판인 셈이다.
완주문화도시지원센터 문윤걸 센터장은 "아리아리의 활동이 문화축제로까지 이어진다면 세상의 편견과 낙인을 해소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공동체 문화도시의 문화적 전통을 세우는데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픈 이들이 문 틈으로 공동체 문화를 만나 자존감을 높이고, 편견의 칸막이를 낮추는 희망의 도전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