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 제대로 읽기│④ 연금개혁은 어떻게

혜택은 '구체적'으로, 개혁방안은 '두루뭉술'

2022-02-24 12:03:40 게재

거대양당 '원칙론'만 제시

'국민 동의·합의'만 강조

심·안 "국민연금 방식"

거대양당 후보들은 추가적인 연금 혜택을 구체적이고 공개적으로 제시하면서도 공약으로 내놓은 개혁안은 '원칙론'에 그쳤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는 공약집에 "노후소득보장 사각지대를 없애고, 국가와 개인의 협력으로 적정 노후소득이 보장되도록 공적연금제도를 개혁하겠다"면서 "공적연금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연금개혁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그러고는 "2023년 국민연금 5차 재정계산과 연계해 연금개혁안을 마련하고, 국민 동의를 바탕으로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개혁의 절차는 언급했지만 어떻게 개혁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국가와 개인의 협력'과 '적정한 소득보장'이라는 두루뭉술한 단어들만 조합했을 뿐이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역시 "보장성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 총체적 다층 구조 개혁을 실시하겠다"며 △공적 연금과 기초연금, 퇴직연금 및 개인연금을 포괄하는 통합적 연금개혁 방안 △공적연금의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한 연금개혁 △공적연금과 국민연금의 관계 재정립 등을 모두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하겠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 직속 연금개혁위원회를 설치해서 전문가와 이해관계자들의 논의를 거쳐 사회적 합의 하에 연금개혁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했다. "노인 빈곤율을 5%p 가까이 완화하겠다"면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국민연금을 포함한 노후 소득 보장체제 전반을 개혁해 노인 빈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해 나가겠다"고도 했다.

역시 '절차'만 제시했을 뿐 '어떻게'는 빠져있다.

반면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구체적인 개혁방안을 제시했다.

심 후보는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하고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역연금을 국민연금 방식으로 통합하는 '상향 평준화' 방안을 제안했다. 다만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을 무리하게 국민연금과 같은 구조로 만들지 않고 현재 재직하고 있는 경우엔 사회적 논의를 우선 거치되 신규 공무원부터 적용하겠다는 복안까지 제시했다. 또 기초연금, 국민연금, 퇴직연금 등 중장기 다층연금체계 구축계획도 내놓았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군인연금·사학연금 등 특수직연간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며 "1990년 이후 출생한 청년과 미래세대도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했다. "대통령 임기 내에 국민연금 단일체제로 개편하겠다"고도 했다.

구체적으로 보험료 납부율, 국가·사용주의 부담비율, 소득대체율, 연금개시 연령 등을 국민연금 기준으로 일원화하는 '동일연금제'를 추진하겠다는 원칙을 먼저 내놓았다. 또 제도개혁 이전의 가득권을 그대로 인정하고 개혁 이후엔 가입시점과 관계없이 동일한 제도를 적용해 세대간 형평성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이같은 개혁을 위해 여야 정치권, 중립적인 시민사회, 연금재정 전문가로 구성하는 '범국민 공적연금 개혁추진회의'를 구성해 연금 통합운영의 구체적인 기준을 설계하고 공개하기로 했다.

또 공적연금 체제를 국민연금 단일체제로 개편하고 공적연금 개혁 로드맵을 제시하는 통합국민연금법 제정 계획도 제시했다.

대통령 선거 당선권에 들어가 있는 거대양당 후보들이 공약으로 구체적인 연금개혁안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향후 논의과정에서 합의점을 찾아가기 더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당 선대위 핵심관계자는 "원칙론은 내놓을 수도 있고 사회적 합의체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핵심원칙은 정해놔야 논의를 진행할 수 있는 것"이라며 "아무런 입장이나 방향없이 논의할 수는 없다"고 했다.

한편 문재인정부는 임기내 성과 평가에서 '사회보험 개혁'에 미진했음을 지적받고 있다. 김대중정부 이후 연금개혁을 하지 않은 유일한 정부로 기록될 전망이다. 따라서 20대 대선 당선자의 경우엔 당장 집권 초반에 연금개혁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봉착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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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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