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학교체육
활동성 없는 수업, 아이들 뇌 쪼그라든다
키는 줄고 체중 증가 … 디지털교육 시대, AR-VR 융합한 체육 필요
학교체육이 청소년 건강과 성적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점점 줄어들던 학교체육은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서서히 자취를 감추었다. 2020년 7월 교육부가 발표한 '2019년도 학생 건강검사 표본통계'는 학생 건강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한국 청소년들 건강상태는 OECD 국가 중 꼴찌다.
초중고 학생들의 키는 줄거나 그대로였지만 체중은 남녀 학생 모두 증가했다. 생활습관 영향이 가장 큰 원인으로 조사됐다. 현장 교사들은 "원격수업에 따른 체육활동 감소와 패스트푸드 섭취가 주요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2020년 이후에는 코로나19 집단감염을 우려해 건강검사도 진행되지 못했다. 관련 통계자료도 없다. 특히 학생 건강검사에서 빠진 정신건강 문제는 진단도, 대안 마련도 어렵게 됐다. 최근 학교체육의 중요성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학교체육이 왜 중요한지 전문가 의견을 들어본다.
"코로나 때문에 체육수업을 못한 지 3년째입니다. 코로나 전에도 체육수업은 입시 주요과목에 밀렸죠. 2020년 이후 학생 건강 지표는 그전보다 훨씬 나빠졌을 겁니다."
5일 김진만 서울 강동구 ㄱ 중학교 체육교사의 말이다.
2019년 교육부 조사에서 학생 건강지표는 '키는 줄거나 그대로'였고 '체중은 초중고 학생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체중 이상 비율은 25.8%(비만 15.1% + 과체중 10.7%)로 최근 5년간 매년 1%p 수준으로 증가했다.
한국 청소년의 운동 부족은 세계 최악이다. 세계보건기구가 2016년 146개국 11~17세 학생을 대상으로 신체활동량을 조사한 결과 한국 청소년의 94%가 운동부족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학생의 경우 97.2%가 운동부족 진단을 받았다.
초등학교 저학년은 아예 체육수업이 없다. 방과 후 체육활동에 참여하는 학생 비율 42%도 OECD 국가 중 꼴찌다. OECD 평균 66%보다 20% 이상 낮았다.
특히 정신건강 문제는 진단도, 대안 마련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1월 18일 불안 우울 스트레스 등으로 정신건강에 어려움을 겪고있는 학생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전문가 심리지원과 신체상해 치료비 지급 등이다. 365일 비대면 상담창구 '다들어줄개'도 열어놨다.
학생 10만명당 극단적 선택을 한 학생은 2019년 2.5명에서 2020년 2.7명으로, 2021년에는 3.6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학생정서·행동특성 검사 결과 정신건강 지속관리가 필요한 '관심군' 학생은 8만명에 이른다. 검사대상 초중고 학생 173만명 중 4.6%에 해당한다. 부산시 한 초등학교는 공부에 대한 중압감, 학업 스트레스가 신체발달 저하와 정서불안, 성적저하의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유은혜 부총리는 "학습결손 뿐 아니라 정신건강 고위험군 청소년 심리 정서 회복 방안이 시급하다"고 지난 3월 7일 주문했다. 정부는 정신과전문의와 연계한 의료서비스 지원방안을 제시했지만 이런 정책은 실행력을 담보하지 못했다.
◆수업 전 운동, 학업성적 향상 =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국내외 기관들은 신체활동이 인지발달과 연결되어 있다며 스포츠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최근 우리나라도 코로나19에 따른 우울감 해소 방안으로 체육활동에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체육활동이 학습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연구결과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2008년 존 레이티 하버드의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뇌와 체육의 관계를 밝혀낸 책 '운동화 신은 뇌'를 펴냈다. 레이티 교수는 "온종일 앉아만 있는 한국식 청소년 교육은 학생들의 뇌를 쪼그라들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레이티 교수는 수업 전 학생들에게 운동을 시켰다. 그 결과 수업 전에 운동을 한 학생들은 수학성적이 19.1점 올랐고 운동을 하지 않은 학생들은 9점대에 머물렀다. 실내 자전거나 수영, 클라이밍을 30분 이상 한 학생들의 두뇌 4곳과 해마 활동도를 비교한 결과 두뇌 활동도가 2.5배 이상 높아졌다.
운동을 하지 않고 종일 앉아있을 경우 공부의 집중도가 낮아지고 성적도 떨어진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공부는 엉덩이로 한다'는 교사와 학부모들 주장이 잘못됐음을 증명하는 사례들이 쏟아지면서 현장 교사들 인식도 '잘 노는 아이가 공부도 잘한다' 쪽으로 바뀌고 있다.
안용규 한국체육대학교 총장은 5일 "체육활동이 학생들의 뇌를 활성화시켜 공부를 더 잘하게 만든다"며 "이러한 과학적 원리를 한국체대 교육과정에 접목해 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 학생선수를 양성한다는 얘기다.
최근 인수위는 메타인지 교육과정을 강조하고 나섰다.
학생 미래역량 교육에 창의성과 협력, 의사소통을 융합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AR(증강현실)은 필수로 꼽힌다. 미래교육의 특징은 특정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미래 AI와 함께 살아가기 위한 사고력과 문제해결능력을 키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교육 시대 체육도 인공지능 융합으로 = 스포츠교육을 설계하는 전문가들은 "단순히 달리고 뛰는 스포츠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운동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교육부는 학교스포츠클럽과 방과 후 학교 내 스포츠 활동을 장려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학부모들은 방과후교실에서 체육활동보다는 국영수 학원형 수업을 원한다. 아이들이 종일 의자에 앉아 있어야 안심이 되기 때문이다.
교육단체들은 5일 "체육활동보다 국영수 수업을 선호하는 이유는 대학입시 대비와 경쟁교육에서 밀리지 않아야 한다는 학부모들의 욕심일 뿐"이라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ㅅ초등학교 체육담당 교사는 5일 "학부모들은 체육선수가 아니면 체육활동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학부모들의 인식을 바꾸지 않는 한 학생 체육활동은 갈수록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