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몸질환 치과치료

잇몸·잇몸뼈 치료에 연 1조6천억원 쓴다

2022-04-08 11:10:18 게재

치주질환 반복되면 연 2회 관리 필수 … "중년 때 관리 소홀하면 노년 불행해져"

양치를 하던 중 피가 나거나 잇몸이 붓는 경우가 있다. 잇몸이 짙은 붉은 색으로 변하면서 출혈이 생기고 잇몸에 고름이 생기거나 심한 경우 치아 뿌리가 드러나서 치아가 흔들리기도 한다. 평소보다 구취가 심해지고 음식을 씹을 때 통증을 느낀다.
치주질환은 성인 4명 중 3명에서 평생에 한번 이상 나타나는 흔한 질환이다. 어린이나 10대에서도 나타난다. 2020년 기준 1635만여명의 치주질환자가 진료를 받았다. 1조6829억원의 진료비를 썼다.
방치하면 이를 뽑아야 하고 임플란트를 해야 하기도 한다. 더욱이 치주질환은 구강암 폐암 등 다른 질환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치주질환은 심하게 악화된 이후에 진료를 받는 경향이 있어 치료를 받지 않거나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동-장애인-노인-직장인 등이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치주질환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이해하고 중증상태로 가지 않도록 생활 속 칫솔질 등 예방실천이 중요하다. 치과 전문가들은 개인의 치주건강관리를 위한 생애주기별 지원을 맡는 주치의제적인 제도의 필요성도 강조한다.

 


치주질환이란 잇몸과 잇몸뼈 전반에 나타나는 질환으로 흔히 치은염 치주염 등을 일컫는다.

치주 질환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다빈도 질병 통계'를 보면 외래 부문 환자수와 비용 측면에서 치주 질환이 2019~2020년 연속으로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치주 질환의 주원인은 치아 주변에 침착되는 세균막(혹은 치태)이다. 이 외에도 유전적인 요인이나 면역력 흡연 생활습관 등이 영향을 줄 수 있다.

치주 질환은 20대 성인이 되면서 주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18년 20대 이상의 치주 질환 이환율은 25% 정도이고, 40대가 넘어가면 30% 이상으로 상승한다.

그리고 성별 차이가 크다. 2016~2018년 수치를 비교하면 남성이 30.9%, 여성이 18.1%로 큰 차이가 나타난다. 성인 남성, 특히 40대를 넘어가면서 치주 질환에 더 취약함을 보여준다.


◆소리 없이 다가오는 치주질환 = 7일 이효정 분당서울대병원 치과 교수는 "치주질환은 소리 없는 질환"이라고 말했다. 질환이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치아를 감싸고 있는 치조골이 염증으로 인해 소실되고 그로 인해 치아가 흔들리고 잇몸이 붓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초기에 아무 증상이 없다고 해서 제때 치료받지 않으면 결국 치아를 빼야 하는 경우로 이어지기 때문에 평소 관리의 중요성이 큰 질환 중 하나이다.

또한 치주질환은 구강암 외에도 식도암 췌장암 폐암까지도 연관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눈에 잘 띄지 않는다고 해서 지나치지 말아야 한다.

치주질환은 치아에 형성되는 세균막, 일명 플라크 때문에 발생하며 크게 치은염과 치주염으로 나뉜다.

'치은염'은 잇몸과 같은 연조직에만 국한된 형태로 비교적 가볍고 회복이 빠르다. 잇몸 뼈나 치주인대에 퍼지지 않았기 때문에 가벼운 상태라면 칫솔질로 치태를 제거하여 회복할 수 있다.

'치주염'은 치아를 보호하는 잇몸과 잇몸뼈 그 주변까지 진행된 염증을 말한다. 흔히 '풍치'라 부르는 것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치아를 둘러싼 조직에 염증이 생겼기 때문에 이가 흔들리거나 빠질 수 있다. 잇몸뼈가 손실돼 치아가 길어 보이고, 이에 따라 치아가 흔들리기 쉽기 때문에 흔히 '바람이 들어 뿌리가 병든다, 이가 바람에 흔들려 뽑힐 듯하다'고 말하는 것도 마냥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치주조직은 치은(잇몸)과 치아인대, 치조골(잇몸뼈)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중 치아를 지지하는 조직인 치조골이 지속적으로 소실되면 치아 상실의 원인이 된다. 씹는(저작) 기능의 저하로 이어진다.

◆중년 남성이 치주 질환에 더 취약한 까닭은 = 치주 질환과 성별의 연관성을 다룬 많은 연구 결과가 증명하듯, 전세계적으로도 남성에서 치주염 유병률이 높게 관찰된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성별에서 기인한 영향이라기보다는 △평소의 구강 위생관리 정도 △음주와 흡연빈도 △치과에 내원하는 횟수 등이 주요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교수는 "음주와 흡연 비율이 일반적으로 남성에서 높게 나타나며 상대적으로 외부활동 시간이 많아 구강 위생관리에 소홀하게 되는 30대 40대 이후의 남성이 더 취약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흡연은 여러 치주 질환과 관련해 대표적인 위험요인 중 하나다. 치주 질환의 유병률과 심한 정도 모두에 영향을 미친다.

흡연자의 치주 질환 이환율은 비흡연자에 비해 1.5배에서 7.3배까지 높게 나타난다. 담배에 들어있는 다양한 성분들은 치주조직의 염증을 일으키고 치조골 소실을 증가시킨다. 반대로 출혈 양상은 감소시켜 사람들이 잇몸에 발생하는 문제를 덜 인식하게 만든다.

음주의 경우에는 명확한 연구 결과가 부족하다. 하지만 심한 음주는 전신과 구강 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학계의 입장이다.

스트레스도 비슷한 맥락일 수 있다. 정신적 사회적 스트레스는 개인의 면역계 신경계 내분비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스트레스로 이 악물기나 이 갈기 등 구강건강에 좋지 않은 습관이 발생하기도 한다. 과도한 스트레스는 흡연 음주와 연결될 수 있으며 구강 위생관리 소홀로 이어지게 된다.

◆실패한 치주관리, 노년의 건강에 악영향 = 평소 치주관리를 소홀히 하면 노년이 불행해질 수 있다. 중년기에 발생한 치주 질환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노년기에 이르면 상태가 더 심해져 치아 상실로 이어지고 결국 삶의 질 저하를 가져오게 된다.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자연적인 치조골 흡수(잇몸뼈가 퇴화해 점점 적어지는 현상) 또는 소실에 치주염이 더해져 치아 건강을 심하게 악화시킬 수 있다.

2010~2018년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60~70대에서 치주염 유병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확인된다. 이는 중년에서 시작된 치주 질환의 결과이다.

양치에서 치간 관리도 중요하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올바른 양치습관이 치주질환 예방 = 어떤 경우에서든 치주 질환 예방의 초석은 올바른 양치 습관이다.

이 교수는 "칫솔모를 치아 표면에서 45도 정도 각도로 치아와 잇몸 사이에 닿도록 한 상태에서 칫솔질을 하며 양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잇몸 속으로 플라크가 쌓이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치간 칫솔이나 치실은 치아 사이사이를 닦기에 가장 좋은 도구다.

이 사이의 틈은 하나지만 이 틈을 만드는 치아는 두 개라는 점을 명심하고 뒤쪽 치아와 앞쪽 치아 모두를 닦아야 한다. 모든 치아와 잇몸을 한 부분씩 정성스럽게 관리해 줘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양치를 해도 일반적으로 성인의 영구치는 28개이기 때문에 반드시 관리되지 않는 부분이 발생한다.

따라서 최소 6개월에 한번, 잇몸이 좋지 않은 사람은 3~4개월에 한번씩 치과를 방문하는 것이 좋다. 정기적인 스케일링으로 관리하면 치아 상실의 주범인 치주 질환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이렇게 관리하는데도 지속적으로 출혈이 발생하거나 잇몸이 붓고 둔한 통증이 생겼다면 주저하지 말고 치과를 찾아야 한다.

대부분의 치주 질환은 큰 통증을 동반하지 않고 출혈이나 부종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증상이 감소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가 반복되다 보면 어느 순간 이가 크게 흔들리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인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치아가 흔들리면 치조골 소실 양상이 커 치료 후에도 불편감이 지속되거나 아예 이를 빼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일단 치주염이 발생하면 정도에 따라 치은연하소파술이나 치은박리소파술, 치근활택술 등의 치료를 받게 된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일 뿐 절대 끝이 아니다.

치주염은 재발 경향이 아주 높은 질환에 속한다. '끝'이라는 개념이 없다. 매일매일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세심한 구강 위생관리와 매년 2~4회의 스케일링을 통한 꾸준한 유지관리가 건강한 잇몸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이다.

◆방사선 검사에서 치조골 없으면 검게 보여 = 차재국 연세대 치과대학병원 치주과 교수에 따르면 치아 검사는 치주 탐침 검사, 타진검사, 동요도 검사 등이 있다.

△치석과 치주낭 형성 △치은의 염증 △탐침 시 출혈 정도를 확인한다. 방사선 검사에서 치아를 지지하는 치조골이 없어진 부분이 검은색으로 보이기 때문에 치주질환 진단이 가능하다.

단순 치은염은 양치질과 스케일링을 통해 증세가 호전될 수 있지만, 치주질환이 진행되면 치주 치료나 치주 수술이 요구된다. 잇몸 절개 후 치석과 염증조직을 제거하고, 진행 정도에 따라 인공 뼈를 이식하기도 한다.

차 교수는 "치주질환은 아주 흔한 질환이지만 규칙적인 양치와 스케일링을 통해 쉽게 예방할 수 있다"며 "치아를 지탱해주는 잇몸 건강이 전신 건강과 삶의 질에도 영향을 준다는 경각심과 적절한 동기부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1635만7871명이 치주질환으로 진료를 받았다. 관련 진료비는 1조6829억6914만원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로 보면 50대가 336만명이 치주질환 진료를 받고 진료비는 4097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 60대 285만명 3397억원, 40대 270만명 2936억원, 20대 228만명 1884억원, 30대 227만명 2087억원, 70대 이상에서 182만명 1889억원을 사용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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