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7기를 빛낸 지자체 정책│ 서울 영등포구 '영중로 보행환경 개선'
50년간 노점이 점령한 거리 '주민 품으로'
주민 뜻모아 8개월만에 해결
"지역 변화와 발전의 신호탄"
"아이 손을 잡은 젊은 부부가 횡단보도로 건너지 않고 지하도로 들어가요. 불편하게 길을 돌아가야 하는데 왜 그럴까 했죠. 길이 좁고 위생·안전문제가 심각했어요." 채현일 서울 영등포구청장은 "주민들 자존감까지 떨어진 상황이었다"며 "노점 정비에 대한 요구가 압도적이었다"고 말했다. 지역의 얼굴격인 영등포역 앞 영중로 이야기다.
13일 영등포구에 따르면 민선 7기 대표적인 성과는 '영중로 보행환경 개선'이다. 정치인마다 약속을 내걸었던 50년 묵은 지역 현안이었다. 누구도 해법을 찾지 못했는데 2018년 7월 채 구청장 취임하고 8개월만에 길을 열었다.
400m가 채 안되는 거리. 영등포역을 비롯해 버스정류장 11개에 경유하는 노선만 55개로 서울에서도 유동인구 많기로 이름난 곳이다. 그 앞쪽으로 노점이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하더니 몸집을 불리고 세를 늘려 어느새 보행자가 밀려나는 상황이 됐다. 비오는 날 우산을 펴거나 아이 손을 잡고 걷기가 어려워졌고 건물 간판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 초행자는 길을 잃기 일쑤였다. 낡은 천막이 하늘을 가리고 보행자들은 비위생적인 환경에 눈살을 찌푸렸다.
조직을 가다듬으며 준비하고 있던 차에 '영등포신문고' 1호 청원으로 접수됐다. 주민 1000명 이상이 공감하면 구청장이 직접 답변하는 소통창구인데 8일만에 1297명이 공감을 눌렀다. 구도 뒤질세라 힘을 실었다. 100회가 넘는 간담회와 설명회를 열어 의견 차를 좁히는 게 우선이었다.
주민과 상인 전문가 등이 참여해 '생계형'과는 상생이 가능하다는 합의점을 마련했다. 보상금으로 개인 3억5000만원, 부부 합산 4억원쯤 책정했다. 지난 2019년 3월 물리적 충돌이나 고성·욕설 없이 철거작업이 진행됐다. 채 구청장은 "초기에는 오해도 있었는데 '큰 틀에서 봐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설득했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101개 노점 대신 36개 '거리가게'가 자리를 잡았다. 1~2m도 확보가 어려웠던 보도는 2.5m로 확장됐고 보도블록 가로수 가로등은 물론 낡은 간판까지 교체·정비했다. 영등포구가 민선 7기에 앞세웠던 '탁트인'이 실현된 셈이다. 채현일 구청장은 "거리가게에는 전기는 물론 상하수도 시설까지 연결해 안정화시켰다"며 "서울 서남권과 강남북을 연결하는 길목을 되찾은 상징적인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첫 단추가 잘 꿰어지자 노점상과 함께 쪽방촌 성매매집결지까지 3대 숙원사업으로 꼽히던 문제까지 술술 풀렸다. 1만1016㎡에 달하는 쪽방촌은 청년·행복주택 917가구로 탈바꿈할 채비 중이다. 쪽방 주민들이 임시로 거주할 공간을 먼저 마련한 뒤 공공주택이 완공되면 이사하는 형태로 주거권을 보장한 게 눈에 띈다.
서울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성매매집결지 역시 주거·업무·판매공간으로 변신한다. 최고 44층에 달하는 공동주택과 주상복합 6개 동이 들어서는 재개발사업이 확정됐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은 "주민들이 바란 급한 현안에 집중해 변화와 발전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며 "3대 도심의 위상과 역사성·정체성에 맞는 새로운 도약을 위한 주춧돌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