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 시작 … 민주당 "자료제출 안한다"며 '보이콧' 압박
한덕수 후보자에 '권한남용·전관예우·비정상적 축재 의혹' 제기
"청문 일정 연기 불가피" … 험난한 국회 본회의 동의절차 예고
정호영 후보자엔 '자녀 의대편입 특혜·시대착오적 여성관' 지적
한동훈 지명, '인사 난맥상 차단' 명분으로 … "발목 안 잡으면 망해"
15일 한덕수 총리후보자 인사청문특위 위원인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은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한 후보자측에서 자료 일체를 제공하지 않고 있으며 특별한 이유나 설명도 없다"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인사청문회를 진행할 수 없다"고 했다. 신 의원은 "세금과 관련한 자료를 국세청에서 전혀 제공하지 않고 있으며 김앤장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에 앞서 청문특위 민주당 간사인 강병원 의원은 "현재 한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연관된 기초적인 자료조차 열라마거나 검토하지 못한 상황에서 정상적인 청문회 개최는 불가능하다"며 "자료 검토가 불가능하니 증인과 참고인 채택도 연기될 수밖에 없고 청문회 일정의 전반적인 변동 역시 불가피하다"고 했다.
애초 청문특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증인채택과 의사일정을 확정할 계획이었다. 한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서는 지난 7일에 국회에 제출됐으며 현재까지 8일이나 지났다. 청문시한은 26일까지다.
강 의원은 "한 후보자의 권한남용과 특혜제공, 비정상적인 축재와 관련한 의혹이 쏟아진다"며 "이중 국민의 이목이 가장 집중되는 것이 18억 원의 고액 고문료를 받은 김앤장과 관련 전관예우 의혹"이라고 했다. 그는 "한 후보자는 김앤장과의 근로계약서 제출 요구조차 거부했다"고도 했다.
강 의원은 또 "한 후보자가 대법관후보추천위원장으로서 친 김앤장 인사를 추천했다는 의혹과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매각 당시 공직 이력을 악용해 부적절하게 개입했다는 의혹, 10년간 12억원이 증가한 배우자의 재산과 미술품 재산신고 누락 의혹 등이 연인 제기되고 있다"며 "한 후보자는 인사청문위원들이 요구한 일체의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차일피일 시간만 미루고 있다"고 했다.
장관임명은 국회 동의 없이도 가능하지만 총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과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172석의 민주당이 거부하면 총리 임명은 불가능하다. 그런 측면에서 민주당에서는 총리인준을 지렛대 삼아 일부 후보자를 낙마시키는 전략을 사용할 전망이다.
많은 후보자의 결정적 흠결이 발견돼 일방처리하기 어려울 경우엔 일부 후보자를 낙마시키면서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여당이 돌파해 왔던 게 그동안의 관례다.
정호영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는 민주당에서 꼽은 첫 번째 낙마대상이다. 정 후보자의 출산과 결혼에 대한 생각, 여성관 등이 그동안 써온 칼럼에서 드러나면서 국회 보건복지위 여성 의원을 중심으로 '지명철회'와 '후보사퇴'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 경북대병원 부원장과 원장을 지내면서 두 자녀의 경북의대 편입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돼 있다. 편입 전형 등에 정 후보자가 압력을 넣거나 권한을 행사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여론이 비등해지면서 전날 정 후보자측에서는 상세한 설명자료로 대응에 나섰다. 정 후보자 청문준비단에서는 두 자녀가 2단계 개별면접에서 모두 95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2018학년도 의·치대 학사편입학 기본계획에 따라 특정 개인을 대상으로 이익을 주는 것은 어려운 구조로 운영됐다"고 했다. 후보자 딸이 3고사실 구술평가에서 유일하게 60점 만점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고사실마다 문항이 다르고 지원자의 점수도 고사실별로 편차가 있는 평가로 파악된다"며 "당시 구술평가 시 2고사실에서도 만점을 받은 지원자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했다"고 했다.
아들이 대학시절에 공동저자로 참여한 논문 2편에 대해서는 "의과대학이 아닌 공과대학의 전공 관련 논문으로, 지도교수인 박종태 교수의 추천으로 논문 작성에 참여한 것으로 절차상 부당한 과정은 없었다"고 했고 정 후보자가 고위직에 있는 경북대병원에서 두 자녀가 봉사활동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병원의 사회사업실을 통해 신청했으며, 경북대병원의 경우 자원봉사를 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연중 상시로 신청이 가능하다"고 했다.
민주당 청문TF에 들어가 있는 모 의원은 "한덕수 총리에 대한 인준을 쉽게 해줄 필요는 없다"면서 "총리 없이 새 정부가 출범하더라도 민주당이 버텨내야 한다"고 했다.
청문TF 팀장인 민형배 의원은 전날 KBS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당선인이) 인사 원칙을 세우지 않고 있기 때문에 참사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데 이런 경우에 정말 발목 안 잡아주면 망한다"며 "(발목잡기가) 되풀이될 것 같다"고 했다.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인사를 이렇게 하면 안 된다"며 "자기에게 필요한 사람만 갖다 쓰고 있는 것은 권력의 사유화다. 되게 위험한 상황"이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