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동해안 대형산불의 효율적 진화를 위한 제언

2022-04-18 10:31:50 게재
심상택 동부지방 산림청장

3월 4일 담뱃불 실화로 추정되는 경북 울진군, 강원도 삼척시 산불로 산림 약 1만6301㏊와 주택 등 시설 4000여 개소가 소실되고 10일 만에 종료됐다.

연이어 3월 5일 방화에 의한 강원도 강릉시 동해시 산불도 산림 약 4221㏊를 태우며 2019년도 대형산불의 상흔이 아물지 않은 주민들에게 상처를 안겨준 채 7일간의 사투 끝에 진화되었다.

이 2건의 산불로 축구장 2만8740여개에 해당하는 산림이 소실됐으며, 대대로 이어져 온 지역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어버렸다. 이번 대형산불은 1973년 이후 50년 만에 최악이라는 겨울 가뭄과 함께 봄철 동해안 지역에서 부는 초속 20m 이상의 강풍이 침엽수 단순림을 만나 걷잡을 수 없이 번져 나간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악의 가뭄과 강풍, 임상적 요인을 차치하고, 발생한 산불을 조기진화해 피해를 줄일 수는 없었을까. 산불진화헬기 152대, 진화차·소방차 4568대, 인력 6만690명 등 국가차원의 진화자원이 총동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13시간이라는 진화시간과 역대 2번째로 큰 피해면적의 산불을 기록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큰 원인 중 하나는 산 능선에 거미줄처럼 설치되어 있는 송전철탑과 송전선이 꼽히고 있다. 이 시설들은 산불진화헬기의 신속한 진화와 안전비행에 큰 위험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불진화헬기는 불이 붙은 나무와 최대한 가깝게 저공비행을 하면서 물을 투하해야 진화효율이 높아지는데 50~80m 높이의 송전탑과 거미줄처럼 이어진 선로가 있는 현장에서는 높은 상공에서 물을 뿌릴 수밖에 없어 확산되는 주불을 진화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항공승무원의 목숨까지도 위협받게 되는 것이다.

지난 2017년 5월 6일 삼척시 도계읍 점리에서 발생한 대형산불을 진화하던 산림청 헬기가 현장의 송전선로에 접촉되면서 불시착해 산림청 소속 항공승무원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강원도 내 송전탑은 총 5328개로 송전선로는 서울~부산을 2회 왕복할 수 있는 거리인 1750㎞에 달한다. 특히 발전소가 대형산불이 많이 발생하는 강원도 및 경상북도 동해안 지역에 집중돼 있어, 산불을 진화하는 승무원들은 산불과 송전탑, 그리고 송전선을 피해 곡예비행을 해야 하는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다. 실제 강릉·동해 산불현장에 위치한 초록봉 일대에는 84기의 송전철탑과 6개 노선 29㎞의 송전선로가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어 헬기진화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산불은 사전예방이 상책이고, 발생한 산불을 초기에 효율적으로 진화하려면 여러 가지 대책과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번 경북·강원 대형산불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진화의 효율성을 감소시키고 안전을 위협함은 물론 경관측면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산림 내 송전탑과 송전선로를 지중화로 대체하는 것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산불은 인간의 실수로 발생하는 재난이다. 따라서 예방이 최우선이지만, 불가피하게 산불이 발생하면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신속히 진화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산림 내 송전탑과 송전선로를 지중화해 나가야 한다는 제언이 국민적 관심과 공감대를 얻고 정부 정책에 반영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