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후보자들 잇단 의혹·논란 … 어깨 무거운 한덕수(국무총리 후보자)
정호영 이어 이상민 후보자도 '아빠 찬스' 의혹
'실질적 제청권' 윤석열정부 1호 '책임총리' 흠집
한덕수, 장교동 토지매매 의혹에 "이미 나왔던 얘기"
차기 정부 장관 후보자들에게서 국민의 감정선을 건드리는 의혹·논란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한덕수 국무총리후보자에게 '불똥'이 튈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당선인에게서 '실질적 제청권'을 부여받고 조각 과정에도 참여한 만큼 인선 실패 여론이 비등할 경우 부실검증 책임으로부터 자유롭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한, 어제까지는 자신감 보였는데 = 한 후보자는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사청문준비단 사무실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약 3분가량 대화하며 각종 현안에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 김오수 검찰총장의 면담에 대해서는 "그런 문제에 대해서 특정한 입장을 지금 표명하는 것은 저로서는 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답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한동훈 법무부 장관후보자에 대한 기대를 묻는 질문에도 "인사청문회를 마치고 발령을 받으면 각 각료들과 협의를 해가면서 각 부처를 어떻게 하면 더 국제화시키고 더 효율적이고 더 경쟁력 있는 부서를 만드느냐 하는 논의를 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지금 구체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한 후보자는 앞서 전날 출근길에는 10분 이상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주고받으며 장관후보자들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정호영·한동훈 후보자를 향해서는 "기득권 쇄신의 적임자"라고 호평하는가 하면 정호영 후보자 '아빠찬스' 의혹에 대해서는 "검증 단계에서 다소 간의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알았다"면서도 "그렇게 심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저희가 1차로 검증은 했다. 그 대상이 되는 자녀들의 평판조회 등을 봤다"며 자신이 검증에 적극 참여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19일에는 다른 장관 후보자들의 의혹들이 계속 제기되는 데 대해 "모든 것은 인사청문회의 논의를 좀 지켜봐야 되지 않나 싶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김인철, 성희롱 교수에 장기근속 포상 논란 = 이런 가운데 장관 후보자들 사이에서도 입시·취업 등 국민의 감정선을 건드리는 의혹·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두 자녀의 입시 및 군복무와 관련해 '아빠찬스' 의혹을 받고 있는 정호영 후보자는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자청하는 등 적극 해명에 나서고 있지만 버거운 모습이다.
정호영 후보자의 자녀들이 경북대 학사편입 과정에서 아버지의 의대 동문 및 논문 공저자들로부터 평가를 받았다는 점, 면접이 블라인드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 등이 논쟁거리다. 정 후보자는 자녀들이 특혜를 받지 않았다며 직접 조사를 받을 의지까지 비치고 있다.
여기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후보자도 자신이 사외이사를 맡은 회사가 속한 그룹 계열사에 아들이 입사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아빠찬스' 의혹이 제기됐다.
이 후보자는 한국알콜그룹 계열사인 이엔에프테크놀로지에서 사외이사로 선임돼 활동 중인데, 이 후보자의 장남도 한국알콜그룹 계열사인 케이씨엔에이에서 근무 중인 사실이 알려진 것.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18일 자료를 내고 "장남은 2021년 초 해당 기업의 공개채용 공고를 통해 지원했고 정당한 채용 절차를 거쳐 최종 입사했다"며 "사외이사 직위는 해당 기업의 채용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후보자는 한국외국어대 총장 재임시절 기업 사외이사 겸직을 '셀프 허가' 했다는 논란과 더불어 성희롱 가해교수에게 장기근속 포상을 했던 사실, 학점특혜 의혹 등 예민한 논란거리들이 불거졌다.
◆한 "이창용 후보자, 4차산업혁명 시대 역할" = 국민의힘 쪽은 장관후보자들의 이같은 의혹들이 '실질적 제청권'을 부여한 윤석열정부 1호 책임총리의 능력 및 자질문제로 이어질 위험성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19일 통화에서 "걱정되는 것은 제2, 제3의 정호영 후보자 같은 케이스가 등장할 가능성"이라며 "당선인 측은 한 후보자를 책임총리로 앞세우며 인사검증에 적극 참여했다고 홍보중인데 인선이 실패했다는 여론이 비등할 경우 인선 책임론, 무능론으로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더불어민주당으로서도 한 후보자를 무조건 낙마시키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여론이 내각인선 실패로 흐르면 분위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고 봤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19일 통화에서 "한 후보자 본인의 문제가 크게 나오지 않는 이상 총리 낙마까지 생각하지는 않고 있다"면서 "장관후보자들의 결격사유 때문에 윤석열정부 1호 책임총리로서는 내상을 입고 임기를 시작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한편 한 후보자는 19일 인사청문회를 하는 이창용 한은총재 후보자에 대해 "새로운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상당한 역할을 하는 그런 부서, 일종의 통상산업자원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한다"며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서울 장교동에 보유했던 토지를 2배 가까운 금액에 판매해 50억원대의 차익이 났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이미 2007년 청문회 때도 나왔던 얘기고 전혀 정상적인 상거래가 아닌 어떤 그런 추가적인 또는 예외적인 것들은 없었다"며 "모든 세금은 아주 완벽하게 다 납부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