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임시정부 역사 품고 재도약
용산구 '애국선열의 도시' 선포
예술 더해 지속가능 기반 확보
"기와는 썩고 물이 새고 있었어요. 비둘기가 안쪽까지 날아와 더럽히지…. 아무도 관심갖고 있지 않을 때 자체 예산을 들여 성역화 했습니다. 저 영정사진이 전에 내걸렸던 것입니다. 지금과 비교해보세요."
서울 용산구 효창동 효창공원 내 의열사(義烈祠) 내부를 둘러보던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여느때보다 편안하고 홀가분한 얼굴이었다. 공원에 잠든 김 구 선생을 비롯해 독립운동과 임시정부에 헌신한 8명을 기리는 제사 숭모제를 막 끝낸 참이다.
20일 용산구에 따르면 구는 이달부터 '애국선열의 도시'로 재도약한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인 11일부터 22일까지는 선포기념주간으로 정하고 주민들과 함께 축하하는 각종 공연과 전시회 등을 이어가고 있다.
효창공원은 용산은 물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독립운동 성지다. 광복 이듬해 김 구 선생이 독립운동가 묘역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백범을 비롯해 이봉창 윤봉길 백정기 3의사와 임시정부 요인인 이동녕 조성환 차리석 선생이 묻혀있다. 1989년 사적 330호로 지정됐다.
의열사는 백범 등 7명 위패를 모신 공간인데 안중근 의사 가묘가 들어서면서 용산구는 기념사업회와 함께 매년 '8위 선열 숭모제전'을 열고 있다. 숭모제는 올해로 12회째지만 그런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성장현 구청장은 "국립묘지는 나라를 지키려다 돌아가신 분들이 안장된 곳이고 의열사는 나라를 되찾기 위해 일제에 맞선 분들 묘역"이라며 "용산의 자존심이자 대한민국의 성지"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그는 매년 간부들과 함께 참배하며 한해를 시작한다. 용산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하는 청년들도 한번씩은 찾도록 했다. 2016년부터는 일반에 개방하고 우리말을 비롯해 중국어 일본어 영어까지 자동안내기기를 더했다. 백범 묘역부터 3의사 묘역까지는 데크를 놓아 접근성을 높였다.
의열사와 효창공원이 본래의 의미를 되찾도록 하면서 일제에 저항한 선조들 흔적을 찾아내고 복원하는 역사바로세우기 사업을 병행해왔다. 이봉창 의사 생가터, 용산인쇄소 노동자 만세시위지, 경성전기 용산출장소 터, 용산 일본군 병기지창 등이다. 조선에 주둔했던 일본군 사령부 터, 함석헌 집 터, 손기정 선수 옛집, 김상옥 의사 항거터 역시 그 결과물이다.
유관순·안중근 추모제, 이봉창 역사울림관과 함석헌 기념공원 등 주민들이 역사를 공유할 시간과 공간도 마련했다. 지난달에는 한강로에 그 거점이 될 용산역사박물관을 개장했다.
용산구는 숭모제와 선포식에 이어 22일까지 지하철 4·6호선 삼각지역부터 6호선 녹사평역까지, 효창공원 내·외부도로에 깃발 110장을 내건다. 애국선열도시 기념주간을 알리는 깃발인데 지역 서예인들이 독립영웅들 명구와 명언을 붓글씨로 담았다. 이태원동 용산아트홀에서는 22일까지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을 만날 수 있는 특별전이 열린다. 선생과 연해주 독립운동 관련 사진과 영상 등이 기다리고 있다.
6월에는 애국선열 초상·사진 전시를 이어가고 이봉창 의사 순국 90주년을 추모하는 연극을 선보인다. 하반기에는 숙명여대와 손잡고 애국정신 독립영화제를 계획 중이다. 애국선열의 도시 기반을 탄탄히 하기 위한 작업들이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애국선열의 행적을 더욱 빛내고 널리 알리는 일은 취사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이 시대를 살고 있는 후손들의 책임과 의무"라며 "애국선열 도시 선포는 평화유지를 위한 국제협력 증진에 대한민국이 앞장서야 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