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당청관계 벌써 이상기류? … "지방선거가 갈림길"

2022-04-21 11:47:50 게재

윤 당선인측, 당 장악 속도 … 당내 일각 "정호영 사퇴"

인사·대통령 지지도·지방선거 승패가 당청관계 '변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국민의힘. 앞으로 5년간 이들의 관계는 순탄할까. 최소 대통령 임기초에는 당청관계가 끈끈하기 마련이지만,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 사이는 좀 다르다. 인연이 짧다. 벌써 이상기류가 감지된다. △내각을 비롯한 인사 △대통령 국정지지도 △6.1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예비 당청관계의 방향성이 정해질 것이라는게 21일 정치권 인사들의 전망이다.

임기초에는 당청이 통상 '밀월기간'을 갖는다. 청와대 뜻에 따라 여당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마련이다. 대통령이 여당과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년 인연을 맺어왔기 때문에 대통령과 여당인사들은 서로의 속내를 잘 안다.

6월 1일 제8회 지방선거 참여해요│경상남도선거관위원회가 지난 19일 오후 경남 창녕군 창녕낙동강유채단지 내 조성된 대형 기표 모양 꽃밭에서 제8회 지방선거를 홍보하고 있다. 경남선관위는 6월 1일 시행하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관심도 제고와 투표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이 퍼포먼스를 준비했다. 연합뉴스


더욱이 임기초 대통령은 새 내각을 꾸린다. 국정 지지도도 고공행진한다. 여당 의원들로선 인사권과 지지도 눈치를 보기 마련이다. 임기초 '밀월기간'이 이어지는 이유다.

하지만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 사이는 전례와 다르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7월말에야 국민의힘에 들어왔다. 국민의힘과의 인연이 1년도 안된 셈이다. 일부 윤핵관을 빼면 윤석열계가 광범위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윤 당선인측은 국민의힘에 대한 장악력을 키우기 위해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윤핵관 맏형인 권성동 의원을 원내대표에 앉히기 위해 윤 당선인이 직접 나서 조율을 했다. 원내대표 유력주자였던 김태흠 의원을 충남지사로 보냈다.

지방선거 공천에도 '윤심'을 앞세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부 비윤 인사들이 컷오프됐고, 당선인 측근들은 당 조직의 지원사격을 받아 공천에 바짝 접근해있다.

문제는 국민의힘이 윤 당선인 뜻대로만 움직이지 않는 기류가 감지되는 것. 윤 당선인은 정호영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와 관련 "부정의 팩트가 확실히 있어야 하지 않나"라며 정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을 청문회까지 끌고 가려는 입장이지만, 당내에서는 정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국민의힘 3선 윤영석 의원은 20일 YTN 라디오 '이앤피'에 출연해 "국민의힘의 지금 내부의 전반적인 분위기 또 다수의 의원들은 아마 정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기를 바랄 것이다. 저 또한 마찬가지 생각"이라고 밝혔다. 윤 의원은 "조 국 전 장관의 자녀 입시문제로 국민이 홍역을 치르고 고통을 받지 않았냐. 아직도 그런 트라우마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이것이 조 국 시즌2가 되지 않겠느냐 하는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용태 최고위원은 19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나와 "많은 국민들께서 윤석열정부에 상식과 공정을 기대하고 있고 아직도 이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는데 계속해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면 윤석열정부에 많은 국민들이 기대를 저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 후보자께서 빨리 결단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3선 하태경 의원도 "억울하더라도 자진사퇴하는 게 맞다"고 거들었다.

윤 당선인측의 '윤심' 공천을 겨냥한 반발도 잇따른다. 여론조사에서 강세를 보였지만 컷오프 된 박맹우 전 울산시장은 "신 권력층에 가까운 일부 정치인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며 무소속 출마를 결행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향후 당청관계가 3대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내각을 비롯한 인사 △대통령 국정지지도 △6.1 지방선거 승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20일 "인사가 한창 진행 될 때는 다들 기대심리가 있기 때문에 청와대 눈치를 보지만, 인사가 끝나면 분위기가 바뀌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국정지지도도 변수다. 국민의힘 지지도를 압도하면 청와대 눈치를 볼 수밖에 없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진다는 것. 아직까지는 윤 당선인 국정지지도가 국민의힘보다 높지만, 역대 대통령에 비해선 낮은 편이라 낙관하기 어렵다.

결정적 고비는 지방선거가 될 전망이다. 앞서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방선거에서 '윤석열정권이 일하도록 힘 실어주자'는 여론에 힘입어 국민의힘이 압승을 거둔다면 당청관계가 순탄하겠지만, 선거에서 만의 하나 진다면 당청관계는 곧바로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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