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번기 농촌인력 공급 땜질처방 한계 … 공공역할 확대가 해법

2022-04-28 10:51:51 게재

불법 체류자 중심 인력시장에서 공공형 외국인 근로제 도입

생활형 숙소 공급 확대해야 … 근로자 숙련도 교육 지원 필요

코로나19 확산으로 외국인 근로자에 의존하던 농촌인력시장이 한계에 달했다. 농번기 농촌인력 수급에 비상이 걸리면서 땜질식 처방이 아닌 공공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은 올해부터 농촌인력중개센터를 총가동해 인력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27일 농협에 따르면 올해 농촌인력중개센터를 통해 연간 136만명이 농촌에 투입될 예정이다. 지난해보다 20만명 늘어난 수치다.

농촌에 외국인 근로자 공급이 막히면서 봉사활동 중심의 땜질 처방인 일손돕기가 전방위로 진행되고 있다. 불법 체류 시장에서 정부가 보증하는 공공형 외국인 근로자 공급 시스템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진 농협 제공


외국인 근로자도 연간 62만명이 투입된다. 이를 위해 농식품부와 법무부는 13일부터 올해말까지 외국인 근로자 취업활동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이번 연장 조치는 취업활동 기간(3년 또는 4년 10개월)이 만료되는 외국인근로자를 대상으로 한다. 대상 외국인근로자(E-9, H-2)는 최대 13만2000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 외국인근로자(E-9)는 연장 조치 대상이 되는 7만7094명 전원에 대해 취업 활동 기간을 일괄 연장하고, 방문취업 동포(H-2)는 연장 조치 대상이 되는 5만5519명 중 근로개시신고 등 합법 취업 확인 시 취업 활동 기간을 연장할 계획이다.

◆외국인 근로자 공급 공공형으로 = 농림축산식품부와 지방자치단체·농협 등은 무주 임실 부여 고령군 등 4개 지자체에 '공공형 외국인 계절근로' 사업을 시작했다. 불법 체류 중심의 인력시장에서 합법적인 공공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전북 무주군은 지난해 연간 1만명 정도 부족했던 일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처음 도입한 공공형 외국인 계절근로자 사업을 활용하기로 했다. 다음달 11일에는 이 제도를 활용해 배정받은 외국인 계절근로자 85명이 네팔에서 들어온다. 100명을 신청했지만 사증발급 과정에서 결격사유가 있는 사람은 빠지고 최종 확정된 인원이다.

이들은 4년 10개월까지 머물 수 있는 고용허가제 외국인 근로자(비자 E-9)와 달리 3개월 또는 5개월 국내에 머물 수 있다.(비자 E-8)

무주군은 연간 필요한 농업노동력을 4만5000명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은 1년 365일 상시 필요한 인력이라기 보다 수확기 등 단기간에 일시 필요한 계절근로자들이다. 100일간 일할 수 있는 근로자 450명이 있으면 되는데, 이렇게 인력을 공급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무주군은 이를 위해 예산 9억3200만원을 마련했다. 예산에는 숙식비, 산재보험료, 건강검진료, 항공료, 작업장까지 이동하는 교통비, 간식비 등도 포함했다. 항공료는 1인당 25만원씩 200명까지 지급할 예정이다. 강명관 농정기획팀장은 "6월부터 합법적 외국인 계절근로자 300명이 상주하게 되는데 이들이 100일 동안 일하면 연간 3만명 정도 되는 셈"이라며 "올해 처음 시도하는 '공공형' 외국근로자가 들어왔을 때 작업에 차질이 없도록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해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요 많은 곳에 도시인력 공급 = 농촌인력 시장은 도시인력을 중개하는 인력센터나 사설 용역업체 등을 통해서 내국인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외국인 근로자에 의존하는 비중이 크다. 코로나19 같은 재해나 기상악화 등 변수가 생기면 인력을 구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진다.

이에 따라 안정적으로 내국인 인력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내국인 중심 인력중개센터를 도입한 충남 공주시 우성농협이 대표적이다. 정국묵 우성농협 농촌인력중개센터장은 "지난해 세종 대전 경기도 등에서 온 70명을 포함 120명이 들어왔는데 올해는 주로 공주시 관내에서 96명이 등록됐다"며 "앞으로 50명 이상 추가해 최소 150명 정도 인력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개센터를 통해 확보한 인력은 농협에서 모여 작업장으로 이동한다. 농가에서 주로 수송을 담당하지만 정 센터장도 새벽에 나와 수송을 돕고 있다. 정 센터장은 "농촌은 대중교통이 불편하고 새벽에는 택시도 잘 없다"며 "농협에서 수송을 돕고 있지만 예산에는 반영이 안 돼 있어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성의 고삼농협은 '체류형 영농작업반' 사업을 신청, 운영하고 있다. 체류형 영농작업반은 특정 시기에 1개월 안팎으로 계속 일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한 지역에 운영하는 것으로, 올해 처음 시범도입했다.

길도건 고삼농협 차장은 "남자의 경우 인건비 15만원에 체류비 3만원을 포함 하루 18만원을 지급하는데 관건은 숙련도"라며 "불법 외국인체류자들이 대부분 담당하고 있는 농촌노동을 정부의 '공공형' '도시형' '체류형' 등의 공급 프로그램으로 대체해 나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인력수요가 많은 상위 6개 품목 주산지와 지난해 인력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던 지역을 중심으로 25개 중점관리 시·군을 정했다.

마늘 주산지 중 한 곳인 경북 의성군의 경우 연간 필요인력 3만5000명을 자가노동이나 사설업체(68%), 공공인력중개(15%), 체류형 작업반(4%), 일손돕기(6%), 계절근로(7%) 등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정현출 농식품부 농업정책국장은 25일 공주시 우성농협 인력중개센터를 방문, 운영현황과 지원실태를 점검하고 지원방안 검토에 들어갔다.

정연근 김성배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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