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기호 한국산림기술사회장

"관성에 젖은 산림정책, 이제 지양해야"

2022-05-23 11:04:07 게재

산림의 공익가치 221조원 달해

경영권 제한시 합당한 보상 필요

"사유림이든 국유림이든 산림경영에는 목표가 있습니다. 목표를 어디에 두느냐는 관점의 문제죠. 경제림(삼림을 계획적으로 육성해 경제적으로 이용하는 산림) 경관림 등에 따라 필요한 정책이 달라집니다. 정책적 관성에 의해 제도를 집행하는 건 지양할 필요가 있어요."

19일 이기호 한국산림기술사회장(사진)은 '산림경영 목표' 설정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우리가 어떠한 가치를 중점에 두느냐에 따라 정책이 180도 달라지고 미래세대들이 누릴 수 있는 부분도 큰 폭으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소나무를 심은 뒤 20~30년 뒤에 송이가 생산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면 적극적인 간섭을 통해 소나무림으로 가는 정책을 펼치게 되는 거죠. 산주들 입장에서는 소나무가 아닌 내화수목 등으로 갔을 때 어떤 이득이 있을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산주들이 정당하게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국가가 제재를 한다면 그에 합당한 보상을 해줘야 합니다. 부족한 면이 있지만 뒤늦게라도 임업·산림 공익직접지불제가 시행되니 다행이죠."

심각한 산불피해에도 자연은 살아나

지난 3월 경북 울진, 강원도 삼척·강릉·동해에 걸쳐 초대형 산불이 휩쓸고 지나갔다. 이번 산불은 여러가지 면에서 안타까운 점이 많다. 울진·삼척을 합쳐 1만6302㏊와 비슷한 시기에 산불이 난 강릉·동해 일대(4221㏊) 등을 합하면 피해 지역이 2만707ha나 된다. 역대 최장 진화시간(213시간),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로 인간은 물론 자연에도 크나큰 상처를 남겼다.

산림청은 3월 31일 '2022년 경북·강원 대형산불 시사점 분석 및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국가기반시설과 문화재, 주택 인접지 중심으로 산불예방 숲가꾸기(연간 8000ha→연간1만5000ha)를 실시하고 내화수림대(연간 350ha)도 확대 조성할 방침이다.

내화수림대는 주요 시설물이나 대형 산불 피해 복구 대상지 등에 띠 모양으로 내화수목을 심어 산불확산을 차단하는 숲을 말한다. 산불에 강한 내화수목은 굴참나무 느티나무 은행나무 떡갈나무 물푸레나무 등이 대표적이다.

이 회장은 "이번 산불 피해를 입은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금강송면 소광리 지역을 살펴보고 왔다"며 "아극상림 형태로 천이(succession)가 일어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활엽수림이 침엽수림을 압도하는 경향이 일어나고 있다"며 "이는 식물 천이에서 지극히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아극상(subclimax)이란 산불 벌채 등 인위적인 작용으로 극상에 도달하기 이전 단계에서 멈춰 겉보기에는 안정된 상태의 군락을 말한다.

천이는 다양한 규모의 생태계에서 시간에 따라 생물상이 변화하는 현상이다. 산불이나 태풍 등 단기간에 엄청난 식생 변화를 초래해 기존 산림 유형(식생)이 다른 유형으로 순차적으로 계승되는 걸 말한다.

뒤늦은 임업직불제 도입, 잘 정착해야

"울진 북면 두천리~금강송면 소광리 지역을 가보니 그렇게 산불이 심하게 났어도 활엽수들은 벌써 잎이 무성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그만큼 자연의 복원력은 대단합니다. 때문에 인간이 서둘러서 나무를 베어내고 재조림을 실시하는 건 고민을 해봐야 해요. 경사가 급하고 산사태 위험이 있는 곳은 응급처치방식으로 복구작업을 진행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시간을 두고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회장은 만약 국가가 공익을 위해 산주들의 경영권을 제한한다면 합당한 보상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회장은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우리 산림의 공익적 가치는 2018년 기준 221조원에 달하고 국민 1인당 연간 428만원의 공익적 혜택을 누리고 있다"며 "뒤늦게 임업·산립 공익직접지불제가 도입되었으니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관련 지원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0월부터 시행되는 임업·산림 공익직접지불제는 임가의 낮은 소득을 보전하고 산림의 공익기능 확보를 위해 일정 요건을 갖춘 임산물생산업과 육림업 종사자에게 직접지불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산림청은 이 제도 시행으로 임야에서 임업활동을 하는 임업인 약 2만8000명이 수혜를 보고 임가소득은 4.5% 향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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