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후정보 신뢰성 높이는 투자, 국민건강관리 출발점

2022-06-07 14:55:13 게재
신도식 APEC 기후센터 원장

기상청의 기후변화 추세 분석에 따르면 1912~1940년에 비해 1991~2020년 연평균 기온이 1.6℃, 열대야는 8.4일 증가했다. 또한 과거 109년(1912~2020년)간 강수일수는 줄었지만 강우강도는 세졌다. 21세기 말에는 충청도 이남까지 월평균 기온 10℃ 이상이 8개월 넘게 유지되는 아열대기후가 나타난다.

기후변화로 감염병 매개체인 곤충·설치류의 개체수가 증가하고 서식지가 확대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기온 1℃ 상승시 말라리아 등 '진드기·모기 매개 감염병' 발생률은 평균 4.27% 증가한다.

정부의 '한국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에 의하면 주민의 건강과 사회·경제적 상태에 따라 폭염의 영향이 각각 다르다. 기온이 1℃ 오르면 사망위험이 5%, 폭염 땐 사망위험이 8% 높아졌다. 기온이 올라 75세 이상 고령자와 만성질환자 등 건강취약 계층의 사망위험이 커졌다.

APEC기후센터는 고령자가 많은 농촌이 폭염·온열질환에 취약하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하루 중 최고기온이 34~35℃인 더위에 잘 대비된 광역시는 인구 100만명당 온열질환자가 최대 0.91명, 농촌·비광역시는 1.45명 발생했다. 재난·재해와 함께 국민건강 피해가 우려된다.

기후요소가 건강에 끼치는 영향 커져

그럼 이런 건강상의 위험·위협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첫째, 향후 기후변화로 발생 가능성이 큰 질병과 변동하는 기온·강수 등의 기후요소가 건강에 끼치는 영향에 관한 체계적인 연구·분석이 필요하다.

미국 조지타운대학 연구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포유류 내 종을 넘는 전염이 향후 50년간 1만5000여건 발생할 수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동물 간의 활발한 이동과 상호작용 때문에 박쥐의 몸에서 나온 것으로 여겨지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같은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한반도에 출현할 수 있다.

둘째, 체감도 높고 상세화된 기후정보를 활용해 기후변화 취약계층의 건강피해 예방을 위한 대책 수립·이행이 가능하다. 기상청은 하루 최고기온만을 반영하는 폭염특보 기준을 운영해왔다. 이는 사람의 열적 체감도 반영에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2020년 5월부터 기상청은 기온과 습도를 고려한 실제로 사람이 느끼는 '일 최고체감온도'를 반영해 새 기준을 시범운영하고 있다. 새 기준의 도입으로 온열질환 사망자에 대한 감지율도 이전 기준 대비 약 17%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한파로 인한 '한랭 질환 감시시스템'이나 이상기후에 대비하기 위한 '24시간 재난 응급의료 상황실' '식중독과 같은 수인성 및 식품매개 감염병 감시시스템' 도입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에 앞서 기후예측 정보의 신뢰성과 정확성을 높이는 노력이 선행돼야 이러한 시스템들이 효과가 있다. 기후정보의 신뢰성 제고를 위한 국가·사회의 관심과 투자가 국민 건강관리의 출발점이 된다.

기후행동 실천으로 기후변화속도 줄여야

끝으로, 환경부하를 줄이는 사회 전체의 관심과 기후행동의 실천을 통해 지구온난화 및 기후변화의 속도를 줄여야 한다. 인류의 생존과 건강한 삶의 영위를 위해서 모두가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이로 인한 건강상의 위험·피해를 인지해야 한다.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해 자원순환과 친환경 중심의 저탄소 소비생활로 기후변화를 막는 기후행동 실천에 함께 참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