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방협진 확대 강화

"한·양방협진으로 나은 의료서비스 제공"

2022-06-10 14:25:01 게재

국민 건강위해 협진으로 효과 좋아지는 질환 홍보·발굴 필요 … "시범사업 넘어 제도화"

많은 국민들이 자신과 가족의 질환진료를 위해 스스로 알아서 의약과 한의약을 이용한다. 하지만 적절한 협진이 이뤄지지 않아 같은 질환에 대해 불필요한 진료를 중복해 받거나 과잉진료로 이어지기도 한다. 의료비도 이중으로 지출한다.
국민 건강과 효율적인 질병 관리를 위해 한·양방(의·한)협진이 제도화되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 지 오래됐다. 보건복지부는 2016년 7월부터 의·한협진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또 올해 4월부터 2024년까지 추가 시범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보다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의·한 협진 제도화가 가능하도록 협진 효과성을 확인하는 작업도 진행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국회와 정부가 의·한협진의 제도화를 위한 지원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내외에서 진행된 의·한 협진 사례와 연구 결과를 살펴 봤다.

자생한방병원의 의사와 한의사 한자리 진료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 자생한방병원 제공

 

한·양방(의·한) 협진은 의사·한의사가 서로 다른 학문적 이론과 의료기술을 바탕으로 상호 협력해 공동으로 하는 모든 의료 활동을 말한다. 협진 매뉴얼(또는 시스템)을 갖춘 의료기관 안에서 혹은 다른 의료기관 간에 예방·진료·재활 등 의료행위를 제공한다.

국내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의·한 협진으로 환자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이용 환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대 서울한방병원도 의·한 협진이 이뤄지는 병원 중 하나다. 이 병원은 동서암센터 통합면역센터 척추신경재활센터 여성의학센터 혜화협진센터 등을 운영한다. 혜화협진센터에서는 응급의학과전문의 산부인과전문의 2인이 근무하면서 한방내과전문의 침구의학과전문의 한방부인과전문의 등과 공동진료와 증례발표-토의를 진행한다.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등에서 치료중인 암환자들이 입원치료를 받는다. 수술 후유증과 항암·방사선 치료 부작용 등에 대해 협진을 통해 전문적인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예를들면 항암치료 도중에 발생하는 호중구 감소증 등에는 류코스팀 등 골수기능을 개선하는 주사와 함께 미엘로필(황기 단삼)이라는 골수기능 개선 한약과 침치료 처치가 함께 이뤄진다. 또 △고주파 온열암치료 △싸이모신알파1 △미슬토 주사 등 통합암치료를 통해 암환자의 면역력을 개선한다.

서울한방병원의 의·한협진 모습. 사진 서울한방병원 제공


의·한 협진 방식으로 진료하고 있는 자생한방병원의 척추관절연구소 이윤재 한의사 연구팀이 2021년 5월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8%가 한의사와 의사를 한자리에서 만나 진료 받는 것을 선호했다.

김남권 부산대 의·한 협진모니터링센터장(부산대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9일 "최근 연구를 분석해 보면 의·한 협진이 제도화 되지 않은 현재에도 많은 국민들이 동일 질환에 대해 의과 한의과를 동시에 방문해 진료를 받고 있는 실정"이라며 "정부는 의·한 협진에 대한 환자들의 미충족 의료이용 부분을 개선하고 양질의 협진 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협진 시 효과성 높은 질환 진료지침 권고안 마련 = 의·한 협진을 할 경우 의약이나 한의약 단독으로 진료·처치했을 때보다 효과가 좋아지는 질환들이 확인돼 협진 확산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 한국한의약진흥원 주관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개발사업단에서 개발한 임상진료지침에는 의과·한의과 동시치료가 단일 치료에 비해 왜 효과가 좋은지 확인하고 권고한 내용들이 있다.

예를들면 △만성심부전 환자의 현훈(어지러움) 증상에 대해 표준치료 단독 처방에 비해 표준 치료와 한약의 병용 치료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인지기능과 일상생활능력 개선을 위해 항치매약물 단독치료보다 전침 치료와 항치매약물의 병용 치료 △안면신경마비 환자에게 침치료와 스테로이드를 병행 시행하는 것이 스테로이드 단독 치료에 비해 효과적일 수 있음으로 스테로이드 요법을 시행 중인 안면신경마비 환자에 대한 침치료 시행 △견비통에 대한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일반침 치료와 물리치료 병행 △갱년기와 폐경 후 여성의 빈뇨·과민성방광에 대해 한약과 항무스카린제 치료를 병행하는 것은 양약 단독치료와 비교해 증상 개선에 더 효과적임으로 항무스카린제와 한약치료의 병행을 고려해할 것 등을 권고했다. 각 지침서는 한국한의약진흥원 누리집(nikom.or.kr)에서 볼 수 있다.

그동안 의·한협진 시범사업 임상연구 성과를 분석한 부산대 의한협진모니터링센터의 보고에 따르면 요통의 경우 협진 치료를 받은 환자군이 단독치료를 받은 환자군에 비해 요통으로 인한 기능장애가 감소하고 삶의 질도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내용은 2021년 7월 SCI 학술지에 발표됐다.

◆일본·중국도 기존 의학과 병행시 유용성 확인 = 우리나라와 같이 의약 한의약을 사용하는 일본과 중국의 사례에서 의·한 협진의 효과성을 엿볼 수 있다.

9일 권영규 부산대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일본의 EBM위원회(Evidence Based Medicine Committee) 보고서에는 암질환 감염질환 치매와 같은 정신과 질환을 치료하는 기존 현대의학의 각종 치료법의 한계를 보완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다양한 한약제제가 병용 투여되고 있었다. 유의미한 치료효과가 있다고 보고됐다.

중국의 협진 사례에서는 한약은 뇌졸중 간질같은 신경계 질환, 협심증 심근경색 같은 심혈관 질환, 항암제 부작용 등 암질환에, 침치료는 두통 뇌졸중 안면마비 등 신경계 질환에 치료효과가 인정된다고 보고됐다.

권 교수는 9일 "고통을 겪는 환자는 많은데 양방에서는 치료수단이 없고 한방에서는 치료수단을 가지고 있지만 환자가 없는 형국이 지금도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며 "의·한협진의 저변확대를 위해 효과성이 있다고 발굴된 질환에 대한 협진활성화 방안을 만들고 동네한의원서도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재 시범사업을 통해 근거를 수립하고 제도를 완성하면 국내 의료체계의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 산업적 측면에서도 시범사업을 통해 도출된 임상적 근거들을 기반으로 국제적으로 경쟁력있는 협진 및 통합의료 시범병원과 같은 국내 협진 의료시스템 자체를 수출할 수도 있는 의료계의 블루오션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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