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지금 '아이디어 전쟁 중'

2022-06-16 12:07:19 게재

전 사업에 약자와의 동행 … 과열경쟁·부실정책 우려

약자와 동행이 서울시 전 부서 과제로 떨어졌다. 오세훈 4기 핵심구호인 만큼 역점사업화 한다는 구상이다. 일각에선 지나친 부서 간 경쟁은 급조된 정책을 낳아 사업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서울시는 15일 오 시장 대표공약인 약자와의 동행을 위해 교육 플랫폼 '서울런' 서비스를 대폭 확대한다고 밝혔다. 서울런은 사회경제적 이유로 교육자원과 정보에 접근이 어려운 취약계층에 다양한 교육 서비스를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차상위계층 등 저소득층, 학교밖·다문화·북한이탈 청소년이 가입 대상이다.

확대되는 서비스 주요 내용은 △학습 사이트(교육업체) 확대 △메타버스 '서울런 학습 놀이터' 오픈 △1대 1 진로설계 및 전략 컨설팅 △직업문화체험 프로그램 등이다.

지난 13일엔 교통 분야 약자와 동행 사업을 공개했다. 사선 주차장 도입이 핵심이다. 기존 평면형 주차장을 구획선이 45도 기울어진 형태로 바꾸면 사각지대나 회전 반경이 줄어 초보자도 쉽고 빠르게 주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옆 차량과 여유 공간이 확보돼 임산부 유아 노인 등 교통약자 승하차가 편리하다.

서울시 사업 전 영역에 약자와 동행이 적용되면서 서울시 전 부서들은 앞다퉈 관련 아이디어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경쟁은 다음달부터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오 시장이 사업 활성화를 위해 부서별 경쟁인 '정책 연찬회'를 부활키로 했다. 일종의 정책 경연대회인데 10년 전 오 시장이 만든 창의경영 발표회를 다시 불러온 것이다. 경연 주제는 약자와의 동행과 글로벌 도시경쟁력 강화다. 약자와 동행 관련 사업 아이디어가 쏟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고 역점사업 아이디어를 다양한 방식으로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부서별 지나친 경쟁이 급조된 사업과 설익은 정책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시 직원들 사이에선 과거 창의경영 발표회 당시 시장 눈에 들기 위해 실현 가능성이 낮거나 지속성이 부족한 제안이 자주 등장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급조되거나 부실한 아이디어가 행정력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 만든 사업에서 문제가 발견되거나 폐지될 경우 낭비는 더 커진다. 세밀한 검증없이 제출된 아이디어가 사업화될 경우 혈세 낭비로 이어진다.

전직 서울시 고위 간부는 "수백가지 사업을 만들고 집행하는 서울시에서 요란하게 시작했다 소리도 없이 사라지는 사업이 상당수 있다"며 "언론과 시민의 무관심 속에 슬그머니 용도폐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한번 시작한 사업은 접는다고 끝이 아니라 준비단계까지 들어간 시간 노력 등 투입비용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며 "다른 사업에 들어갈 노력을 허비한 셈이기 때문에 설익은 정책 시행의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 몫"이라고 말했다.

최창수 사이버외대 지방행정의회학과 교수는 "새로운 사업은 기존 사업과의 중복 여부, 적합성과 성과 창출 가능성을 기준으로 충분한 토론을 거쳐 신중하게 검토 후 추진하는 게 필요하다"며 "전에도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이 많았던 만큼 소속 정당이 바뀌었지만 성과 있던 정책들은 계승발전 시키는 것도 행정력 낭비를 막는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약자와 동행은 사실 진즉부터 공공 정책의 근간이 되었어야 할 내용"이라며 "단기간 반짝하는 사업이 아닌 시정 전 분야에 공공의 책무를 되새기고 공직에 임하는 자세를 가다듬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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