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은 국회, 의원들은 해외로 … 결국 나온 "무노동 무임금"

2022-06-17 11:30:52 게재

후반기 국회 전 상습적으로 '한 달 셧다운'

법안심사·인사청문회 외면, 국회법 위반 중

또 무노동 무임금 얘기가 나왔다. 국회가 19일째 문을 닫고 있기 때문이다.

매월 3회씩 열어야 하는 법안소위가 열리지 못해 계류된 법안만 켜켜이 쌓여 가고 있다. 김창기 국세청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하지 못했고 박순애 교육부 장관후보자,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후보자, 김주현 금융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의원들의 해외 출장 일정이 빡빡하게 짜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침체 경고에 고물가, 고금리로 민생이 더욱 어려워진 가운데 국회가 힘겨루기에 빠져 제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무노동 무임금'이 아니라 세금을 지급하는 만큼 일을 하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국회의원들이 임금을 반납하더라도 국고에 귀속시키는 게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의안과 앞 처리되지 못한 서류들 |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문제를 놓고 지루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13일 국회 의안과 앞 복도에 처리되지 못한 서류들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17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21대 전반기 국회가 종료된 지난달 29일 이후부터 이날까지 19일째 후반기 국회가 열리지 못하고 있다. 상습적이다. 후반기 국회가 14대엔 1994년 6월 25일, 15대엔 1998년 6월 24일, 16대엔 2002년 7월 5일, 17대엔 2006년 6월 19일에 열렸다. 20대엔 제헌절 직전인 7월 13일에야 겨우 열 수 있었다. 민주화 운동 이후인 13대 국회 이후 13대, 18대, 19대 국회에서만 후반기 국회가 시작한 지 열흘 안에 국회의장단 선출과 상임위원 구성에 합의했을 뿐 대체로 장기간 공전을 이어갔다. 이 기간엔 국회의장단도 부재 상태인데다 각 상임위도 해체돼 있어 국정 현안에 대한 논의나 의결을 할 수 없는 구조다. 입법부의 위기관리 기능이 현저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관행화된 국회공전 = 현재 국회는 국회법 위반 중이다. 국회법은 전반기 의장단 임기 종료 5일전에 후반기 국회의장단을 뽑도록 하고 있다. 또 매월 3번이상씩 법안소위를 열고 2번 이상씩 상임위 전체회의를 개최하도록 하고 있다. 대통령이 인사청문요청서를 제출하면 15일 이내에 인사청문회를 마치고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 대통령에게 보내도록 하고 있는 인사청문회법도 지키지 못하는 상태가 됐다.

국회가 공전인 가운데 국회의원들의 해외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이달들어 국회평화외교포럼 대표단(김경협 김주영 김영배 의원, 미국, 6월 5~11일), 미 타임지 초청 방문(장혜영 의원, 미국, 6월 6~10일), 유네스코 카테고리1 기관 유치(임종성 박대출 김웅 의원, 6월 5~12일), 제3차 AIPA-PFSALW 소형무기 세미나 참석(박재호 조은희 의원, 인도네시아, 6월 7~12일), 유럽의회의 ESG 입법동향 점검(위성곤 이원택 이수진 유정주 류호정 의원, 벨기에 네덜란드, 6월 10~18일), 포스트코로나시대 덴마크형 방역해제 모델 도입(국민의힘 최형두, 시대전환 조정훈, 무소속 양향자, 덴마크, 6월 12~17일), 여성담당 정부부처의 주요 업무 파악 및 필요성 조사(정춘숙 권인숙 용혜인 의원, 스위스 독일, 6월 14~22일), 수사공조 체계 구축과 재외국민선거제도 개선 방안 마련 위한 방문(서영교 백혜련 김민철 서범수 의원, 싱가포르 태국, 6월 12~18일), 과학기술 및 원자력분야 의원외교(이원욱 고영인 이양수 정희용 의원, 이스라엘 요르단, 6월 17~24일), 한-캐나다 의회 정상급 교류(박병석 조응천 소병철 엄태영 의원, 캐나다 미국, 6월17~25일) 등의 목적으로 해외로 나간 의원이 적지 않다.

◆줄 잇는 해외 출장 = 앞으로도 해외 방문 계획이 수두룩하다. 한미수교 140주년과 미국 이민 120주년 세계코리아 포럼 참석(양기대 조은희 김홍걸 양향자 의원, 미국, 6월28일~7월3일), 지역간 의료격차 해소 및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비 신재생에너지 활용법 모색(기동민 김원이 양이원영 전봉민 의원, 독일, 6월 19~26일), 2022 OECD 글로벌 의회네트워크 온더로드 회의 참석(고민정 오영환 허은아 의원, 라트비아, 6월 28일~7월 3일), 국제보건 바이오 교육분야 발전방향 모색(김민석 강득구 최연숙 김형동 양정숙 의원, 인도네시아 베트남, 6월 29일~7월 6일) 등이 진행 준비중이다. 7월에도 많은 해외출장이 계획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원욱 의원은 페이스북에 '무노동 무임금'을 내세우며 월급 반납을 언급했다. 국회 고위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이 국회 공전에 책임을 지고 임금 반납을 얘기할 수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세비를 받는 만큼 일을 하는 것"이라며 "국회법을 지키고 우선 국회를 정상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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