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사망 줄이기 | 산재예방, 안전보건관리 구축이 답!

재해 위험 높은 업종 '자율점검표'부터 활용해야

2022-06-21 11:21:32 게재

건설·화학·사업시설관리·도소매·음식·임업 등 … 고용부·안전보건공단 홈페이지에 공개

지난 1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공단)은 기업, 특히 중소기업의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을 지원하기 위해 업종별 자율점검표를 제작해 배포했다.
고위험 업종인 건설업, 화학제조업, 임업, 사업시설관리업, 도소매·음식업 등이 대상이다. 자율점검표는 7가지 핵심요소별 점검항목과 위험요인별 세부 점검항목으로 구성됐다.
핵심요소별 점검항목에는 △최고경영자의 리더십 △현장 근로자의 참여 △위험 요인 파악 및 통제 △도급·용역 시 안전보건 확보 및 비상조치 계획 등이 포함됐다. 위험요인별 세부 점검항목에는 업종별로 관리가 필요한 위험 기계, 유해인자, 위험작업 등 주요 위험요인을 통제하기 위한 상세 방안이 담겼다.
중소기업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산재 발생 위험이 높은 업종의 자율점검표를 소개한다. 자율점검표는 고용부 홈페이지 또는 안전보건공단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울산 에쓰오일 화재 진화작업 | 지난달 19일 대형 화재가 발생한 울산 에쓰오일 온산공장의 진화 작업 모습. 사진 소방청 제공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현장에서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 발생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적발되면 처벌하는 법이다.

법 시행을 앞두고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공단)은 지난해 8월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안전보건 관리체계 가이드북'을 배포했다.

9월에는 법 적용 대상인 50~299인 제조업 전체 사업장에 자율진단표를 제공했다. 10월에는 대부분 업종에서 적용할 수 있는 '중소기업 안전보건 관리체계 자율점검표'를 배포했다.

◆건설현장 위험요인, 사전 차단 필요 = 21일 고용부와 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산재 사망자는 828명이었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417명(50.4%)이 건설현장에서 사고를 당했다.

건설업은 본사와 위험요인이 상존하는 현장이 분리돼있고, 공사 진행 정도에 따라 위험요인이 계속 변한다. 또 공정별로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특성에 따라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은 물론 이를 시행하기도 쉽지 않다.

자율점검표는 위험요인에서 △재해유형별 △건설기계·장비별 △위험작업별 △공정별 점검사항을 사망사고 현황과 함께 제시했다.

또한 고용부와 공단은 최근 1억원 이상 50억원 미만 중소규모 건설현장을 위한 '기인물 자율 안전점검표'를 제작해 배포했다. 최근 3년(2019~2021년)간 중소규모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자 566명에 대해 분석한 결과, 사고 10건 중 6건(60.8%)이 12개 기인물에 의해 발생했다. 기인물은 재해가 일어난 기계, 장치 또는 기타 물건, 환경 등을 말한다.

사고가 자주 발생한 12개 기인물 중 '건축, 구조물'은 옥상이나 통로의 끝 같은 '단부·개구부'(9.0%), 철골(8.5%), 지붕(7.1%), 비계·작업발판(6.9%) 등이다.

부딪힘·떨어짐·맞음 사고가 주로 발생하는 '기계·장비'에는 굴착기(4.9%), 고소작업대(4.9%), 트럭(3.4%) 등이 포함됐다. 굴착기 운전원이 후방을 확인하지 않고 후진하다 지나가던 작업자가 깔려 사망한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자율점검표에는 △건설현장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정기 안전점검 △작업 전 안전미팅(TBM) △재해조사 등을 담았다. 또 △12대 기인물 자율점검표 △각 기인물에 대한 작업별 자격과 면허 △특별안전보건교육 사항 등을 담았다.

이와 함께 굴착사면, 흙막이 지보공(흙막이 벽체를 지지하는 작업), 타워크레인, 차량 건설기계 등 대형사고를 유발하는 기인물에 대한 자율점검표도 포함됐다.

고용부 관계자는 "사망사고는 익숙한 시설과 장비에서 발생한다"며 "안전조치 확인 소홀이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관리감독자는 어떤 작업이 위험한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확인해야 재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화학공장 폭발사고 예방은 이렇게 = 화학제조업은 건설업과 함께 산재 위험요인이 많은 대표적인 업종이다.

화학업종은 화재·폭발에 취약한 인화성 물질들을 제조·취급하고, 이를 높은 온도·압력조건에서 다루기 때문에 제대로 관리하지 않을 경우 화재·폭발 등 대형사고 위험이 높다.

지난달 19일 발생한 에쓰오일 울산공장 폭발사고 때 엄청난 굉음과 진동, 수십미터의 불기둥이 치솟았다. 화재는 휘발유 옥탄값을 높이는 첨가제 추출 공정 중 C컴프레서 후단 밸브 정비 과정에서 발생했다. 사망자 1명을 포함 사상자 10여명이 발생했다.

울산은 폭발·화재가 전국에서 가장 자주 발생하는 곳이다. 유해화학물질 취급사업장 470개, 위험물 취급사업장 7500개가 있다. 화학공단의 폭발·화재 사고는 한번 발생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진다.

고용부와 공단은 화학제품 제조업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지원을 위한 자율점검표를 4만3000개에 달하는 사업장 모두에 배포했다.

자율점검표는 폭발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반응기' 점검항목에 △온도·압력을 위한 계측장치 △압력방출설비 △원·부재료 투입을 위한 작업표준 등의 항목을 점검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화학공장에서 가장 관리가 어렵고 사고시 다수의 재해자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작업인 '밀폐공간 작업'에 대해선 △산소 및 유해가스 농도 측정 △보호장비 비치 및 착용 △입조 허가절차 등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공학적·관리적 안전대책을 제시했다.

◆안전한 사다리로 보수작업 산재 막는다 = 건물 관리와 청소 등을 수행하는 사업시설관리업에서 활용할 안전관리체계 자율점검표도 나왔다.

건물관리업이나 인력공급, 경비 등 사업지원서비스업에서 최근 5년간 발생한 사고사망자는 111명이다. 이 가운데 50대 이상이 104명(93.7%)으로 고령 작업자가 대부분이다.

건물관리업무는 위험성이 큰 보수작업 등이 많고 야간작업을 포함한 경비업무, 폐기물 수거 및 분리 등 작업마다 다수의 유해·위험요인이 존재한다. 특히 시설관리·보수작업에 사용하는 사다리 관련 사고, 차량 부딪힘, 계단·통로 등에서 넘어져 사망한 경우가 47명(42.3%)에 달한다.

자율점검표는 사다리 차량 계단 승강기 등 재해가 다수 발생하는 위험요인에 대해 상세한 점검이 가능토록 다양한 항목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사다리 작업시 △2인 1조 작업 △미끄럼방지 고무패드가 장착된 사다리 사용 △이동용 사다리(일자형)와 작업발판형 사다리(A형) 구분 사용 △야간작업 후 충분한 휴식시간 부여 등을 제시했다.

공단 관계자는 "사업시설관리업은 비용 절감을 위해 외부 위탁을 주로 하고 있어 안전관리에 취약한 대표적 업종이므로, 위험요인을 사전에 파악하고 제거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령 작업자, 경험 의존은 위험 = 임업은 지형이 험준한 산지에서 무거운 목재를 다룬다. 산재 발생 위험성이 특히 높다. 또 작업자의 기능과 경험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임업 재해는 대부분 목재와 체인톱 등에 의해 발생한다. 벌목한 나무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쓰러지거나 주변 나무에 걸려서 뒤집히면서 재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진드기 벌 뱀 등 곤충·동물 등을 매개로 한 감염과 상해로 작업자가 사망하기도 한다.

2월 14일 경북 봉화 영주국유림관리소 '숲가꾸기' 사업장에서 벌목을 하던 노동자 A씨가 쓰러진 나무에 머리를 맞아 치료를 받았으나 3월 6일 사망했다. A씨는 다른 동료가 베어낸 나무가 다른 나무에 걸쳐있는 상황에서 나무를 베다가 사고를 당했다.

4월에는 경남 사천시 사남면 야산에서 벌목작업을 하던 일용직 노동자 B씨가 소나무에 부딪혀 숨졌다. 소나무를 톱질한 B씨는 당시 안전구역에 있었지만 나무가 넘어지는 과정에서 인근 나뭇가지에 걸려 방향을 바꾸는 바람에 봉변을 당했다.

임업에서 활용할 안전보건관리체계 자율점검표에는 작업시 위험기계와 유해인자 등에 대한 상세한 점검방안이 담겼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임업 작업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자의 약 86%(58명)가 50대 이상이다. 60대 이상자도 29명(40%)이 넘었다. 특히 지난해 재해자 가운데 3명은 70대였다.

자율점검표에는 △임업 작업에 사용하는 체인톱 △원목집게(우드그랩) △장거리에서 생산된 원목을 공중으로 띄워 위·아래로 집재하는 장비인 삭도집재기 등 위험 기계·기구를 사용할 때 주의할 사항을 포함했다.

또 벌목시 수목·지형·풍속을 고려해 안전한 방향을 선택하고 충분한 수구(나무를 톱으로 베면서 넘어지는 쪽에 파놓은 홈) 및 노치각(수구 상·하면의 각)을 만들어 완전히 쓰러지도록 절단할 것도 함께 강조한다. 곤충과 동물을 매개로 한 감염예방을 위해 준수해야 할 보건 관련 점검사항도 상세하게 포함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특히 벌도목에 맞거나 깔리는 사망사고가 전체 사망사고의 65%를 차지하고 있다"며 "관련 기업이나 단체에서는 자율점검표를 통해 이런 부분을 중심으로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점검 항목으로 오토바이 사고 차단 = 고용부는 이 외에도 도·소매업과 음식점용 산재예방 자율점검표도 제작·배포했다.

음식점업에서 발생하는 사망사고는 이륜차 등에 의한 '사업장 외 교통사고'가 대부분이다. 고용부와 공단은 산재예방을 위해 도·소매업과 음식점업에서 활용할 안전보건관리체계 자율점검표를 제작·배포한다.

도·소매업 자율점검표는 △진열제품 정리정돈 중 추락 △화물자동차 이동 중 부딪힘 △사다리 작업시 떨어짐 △화물용 승강기 끼임 등 주요 사망사고 위험요인을 점검하도록 했다.

음식점업은 △이륜차 배달 교통사고 점검 항목 외에도 △학교 급식실 조리원의 폐암 발병 및 산재승인으로 주목받은 배기 후드 △식품 가공용 기계 등에 대한 항목도 포함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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