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인데도 매출 찔끔 올랐다고 손실보전금서 제외"
소상공인들 '폐업기준 철회·산정기준 현실화' 요구
정부 "손실보전은 선별지급" … 사각지대 해소 난색
"코로나19로 인해 정부의 집합·영업제한 조치를 받은 사업장은 폐업 여부와 상관없이 그 피해를 정부가 보상해야 한다."
12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 소상공인들이 '손실보전 지급기준 확대'를 요구했다. 집회를 주도한 단체는 '사각지대에 놓인 소상공인연합'이다. 단체명에서 알 수 있듯이 코로나19 방역조치로 피해를 입고도 정부의 손실보상에서 제외된 소상공인들이 거리로 나선 것이다.
이들의 주장은 '온전한 손실보상'이다. 정부의 방역조치로 피해를 입었다면 당연히 보상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들은 "1·2차 방역지원금에 비해 기준이 협소해져 많은 소상공인이 손실보전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면서 손실보전금 폐업기준 철회와 소급적용 시행을 요구했다.
◆거리로 나선 소상공인 = 코로나19 방역조치에 따른 손실보전을 놓고 윤석열정부와 소상공인 갈등이 커지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폐업일 등 불합리한 기준을 문제삼고 있다. 반면 정부는 "기준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소상공인 손실보전금 지원대상을 매출규모 매출감소 개업일 폐업일 등을 기준으로 선정했다. 매출규모는 연간 매출액이 50억원 이하다. 2019년 대비 2020년과 2021년의 연간 또는 반기 신고매출액이 감소해야 한다. 사업자등록증 개업일이 2021년 12월 15일 이전이거나 2021년 12월 31일 기준으로 폐업 상태가 아니어야 한다.
정부는 이 기준으로 5월 30일부터 7월 5일까지 약 353만개사에 21조4000억원의 손실보전금을 지급했다. 손실보전금 예산(23조원)의 약 93%를 지급했다. 그간 재난지원금을 신청한 적이 없어 과세자료 사전 확인이 곤란했던 업체 11만4000여개사의 경우 국세청과 지방자치단체 협조를 받아 추가 지급을 진행하고 있다.
이은정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 코로나19회복지원단장은 지난달 1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손실보전금은 선별지급"이라며 현 기조 유지 원칙을 밝혔다. 12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도 중기부는 기준 변경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2021년 12월 31일 이전 폐업자 제외 = 소상공인연합회를 비롯해 소상공인 단체들은 정부 지급기준이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우선 폐업일 기준이다. 소상공인 손실보전금은 2021년 12월 31일 이전 폐업자에 대해서는 지원하지 않았다.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코로나19로 피해는 2020~2021년이 가장 컸다. 이 기간 동안 피해를 견디지 못하고 폐업한 소상공인들이 상당수다. 폐업 소상공인들은 방역지침을 준수해 피해 사실이 있으나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관광지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던 A씨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관광객이 급감해 매출이 없자 2021년 7월 폐업했다. A씨는 손실보전금 폐업 기준일 이전이라는 이유로 손실보전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됐다. 2020년 1월 음식점을 개업한 B씨도 2021년 12월 폐업했지만 폐업일이 12월 31일 이전으로 손실보전금을 받지 못했다.
'행정명령 이행확인서' 발급 형평성도 문제로 지적된다. 대표적인 업종인 개인과외교습자들이다. 개인과외교습자들은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시기에 공부방 문을 닫았다. 매출이 일어나지 않거나 적자 운영이었다.
이들 역시 손실보전금은 그림의 떡이었다. 코로나19 방역수칙 준수 대상자에게 발급되는 '행정명령 이행확인서'가 발급되지 않아서다. 개인과외교습자는 방역수칙 준수를 권고했을 뿐 준수 대상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정부는 방역수칙 준수를 명령하는 공문이나 기타 공지에서 '교습소 및 개인과외교습자'를 대상으로 했다. 따라서 개인과외교습자들은 스스로 문을 닫았다.
현재 교육부에서는 개인과외교습자들에 대한 행정명령 이행확인서를 발급하지 않고 있다.
◆고정비 지출 고려않고 매출만 = 매출확인이 안되는 경우도 손실보전금 지원대상에서 빠졌다. 소상공인 손실보전금 지원대상은 국세청이나 과세 자료를 기반으로 매출 증가 여부를 판단해 선정했다. 국세청이나 과세 매출이 확인되지 않을 경우 지원대상에서 빠진 것이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은 코로나19로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어도 인건비나 임대료 등을 지출했다.
전남 나주에서 2020년 7월과 8월 각각 소프트웨어와 전자상거래 회사를 설립한 C씨는 2020년 하반기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다. 열심히 노력해 2021년 하반기 2개사 모두 매출이 소액 발생했다. 당연히 기술개발과 회사운영 관련 고정비용 지출이 더 많았다.
C씨는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증명원 기준으로 매출 손실을 입었는데도 손실보전금 대상이 아니었다.
2021년 5월 서울 등산로 인근 소매점을 개업한 D씨의 코로나19 이후 월평균매출은 80만원에 그쳤다. 그해 12월 송년회를 앞두고 일시적으로 매출이 110만원으로 늘었다. D씨는 곧 크게 후회했다. 30만원 매출 증가로 손실보전금을 지원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스터디카페를 운영하는 D씨는 사업 업종코드 변경으로 손실보전금에서 제외됐다. D씨는 2021년 5월 스터디카페 사업자 등록을 마치고 7월 22일부터 영업을 했다. 문제는 2021년 5월 발생했다. D씨의 스터디카페는 업종코드가 부동산 전대업으로 분류돼 손실보전금 지급대상에서 빠졌다. 반면 2021년 5월 이전에 휴게음식점으로 등록한 스터디카페 사업자들은 지원금을 받았다.
같은 업종인데도 업종코드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 셈이다.
◆업종별 차이 인정 안 해 = 현재 정부의 손실보전 산정 기준도 현실성이 없다. 손실보전금에는 고정비 중 인건비와 임차료만 포함하고 있다. 고정비용에는 인건비 임차료 외에도 통신비 수도광열비 전력비 감가상각비 지급수수료 등 다양하다. 업종에 따라 고정비 비중이 항목별로 다른데도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
4시간 영업하는 PC방의 손익계산서(2020년 기준)를 살펴보면 직원 급여(241만여원)보다 고정비에서 제외된 전력비(2095만원)와 통신비(636만원), 지급수수료(4380만원)가 훨씬 많다.
삼겹살 식당(2021년 기준)도 통신비(168만원) 전력비(568만원) 광고선전비(585만원) 지급수수료(1127만원)가 용역비를 포함한 급여(1130만원)에 버금가는 규모다. 노래방의 경우 신곡구매 비용 비중도 무시하지 못한다.
김기홍 소상공인연합회 손실보상비대위원장은 "사정이 너무 어려운 소상공인들에게 정부의 손실보전금은 단비같은 존재지만 여전히 지급 대상기준과 산정기준에 많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불합리한 기준으로 정부의 손실보전금 지원을 받지 못한 억울한 사연들이 너무 많다"며 "정부는 이러한 사각지대를 적극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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