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국 논란, 정권-14만 경찰 전면전 양상
경감·경위 30일 회의 "너도 나도 참석" … 류삼영 대기발령, 총경 2차 회의 검토
정부와 경찰의 충돌이 전면전 양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대통령실까지 나서 '집단행동'에 대해 강경방침을 밝히며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경찰의 반발은 더 거세지고 있다. 총경에 이어 경감·경위 등 중간 및 초급 간부들은 30일 전국회의를 열기로 했다.
서울 광진경찰서 김성종 경감은 24일 경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30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경감·경위 등을 대상으로 하는 회의 개최를 제안했다.
유근창 경남 마산동부경찰서 양덕지구대장(경감)은 25일 경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30일 전국팀장회의에 전국 지구대장과 파출소장의 참석도 제안하며, 저부터 참석하겠다"고 밝혔다.유 경감은 "전국 총경들이 경찰인재개발원에 모이고 화상회의를 함께하며 단지 경찰을 걱정했는데 돌아온 건 '대기발령'과 감찰이었다"면서 "(류삼영) 서장도 대기발령에 감찰조사 받게 되고 팀장들도 같이하겠다는데 지구대장과 파출소장도 동참하는 게 동료의 의리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지구대장·파출소장도 참석하자 = 25일 오전 9시 현재 경찰 내부망에는 회의 소집에 200개가 넘는 지지 댓글이 달렸다. 경남김해경찰서 소속 한 경찰관은 "야간근무를 하고 눈을 쑤셔가면서라도 참석하겠다"며 "지금 막지 못하면 행안부 경찰 노비제 이후에는 목숨을 걸어도 지킬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경찰관은 "나도 그 대단한 대기발령 받으면 되지 않겠냐"면서 "30일 회의 꼭 참석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팀장회의도 23일 열렸던 전국 경찰서장 회의와 마찬가지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참석을 병행하고 미참석자의 동참 의사 화환도 받기로 했다. 회의에서는 행안부 경찰국 신설과 전국 경찰서장 회의 참석자에 대한 징계와 감찰의 정당성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본보기식 징계가 기름 부어 = 결과적으로 류 서장에 대한 징계를 '본보기'로 내부 반발 여론을 잠재우려 했던 경찰 지휘부와 정부 계획이 오히려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격'이 됐다.
경찰 지휘부가 류 서장에 대한 징계에 나서자 동료 총경들은 오히려 2차 총경회의를 검토하고 나섰다. 앞서 경찰청은 류 서장이 강제해산 지시에도 총경 회의를 끝까지 이끌어 국가공무원법상 '복종의 의무'를 어겼다며 울산경찰청 공공안전부 경무기획정보화장비과로 대기발령 조치했다. 회의 참석한 56명에 대해서도 같은 이유로 감찰을 벌이고 있다.
소식이 알려지면서 기존에 경찰국 신설해 반대해온 경찰직장협의회는 물론 경찰 행정직 공무원들도 힘을 보태고 나섰다.
경찰직협 회장단은 25일부터 29일까지 매일 오전 9시∼오후 6시 서울역에서 경찰국 반대 대국민 홍보전을 연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류 총경의 대기발령을 비판하는 1인 시위와 함께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국회 입법 청원 온라인 서명 운동도 할 계획이다.
국가공무원노동조합경찰청지부와 경찰청주무관노동조합도 24일 성명을 내고 "류삼영 총경 대기발령을 철회하고 전국 경찰서장 회의 참석 총경에 대한 감찰조사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류 총경 대기발령은 행안부 장관이 인사권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증거를 스스로 제시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국민을 바라보고 국민에게 충성해야 할 경찰이 이제는 인사권을 행사하는 행안부 장관에게 정치적으로 예속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노조들은 "검찰 인사방침과 수사권조정 반발, 법무부 장관 수사 지휘 거부 등의 이유로 총 7번이나 이루어진 평검사 회의는 정당하고 총경 회의는 부당한가"라며 "평검사 회의로 징계 받은 검사가 과연 있었던가"라고 반문했다. 두 노조는 "류 총경 대기발령 취소와 회의 참석자 감찰 조사를 중단할 때까지 투쟁하고, 행안부가 경찰국 신설과 지휘규칙 제정을 철회할 때까지 대국민 홍보전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여론 지지속 반발 확산 = 경찰 안팎에서는 정부가 민정수석실 폐지에 따라 경찰국 신설을 통한 경찰통제라는 명분으로 쉽게 마무리할 것으로 생각했던 것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경찰 반발이 여론의 지지 속에 확산되면서 경찰국 신설을 둘러싼 논란으로 집권 초기 정권이 흔들거리고 있다.
실제로 총경회의 참석자들이 여론조사 업체 마크로밀 엠브레인에 의뢰해 지난 15일부터 20일까지 20~60대 전국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0.4%가 경찰국 설치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5명 중 3명(67.2%)은 '경찰국 설치 시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SBS가 넥스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9~10일 이틀간 전국 유권자 101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12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윤석열정부의 경찰국 신설 방침에 대한 질문에 '경찰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47.9%였다. 반면 '비대한 경찰 권력을 견제할 수 있어 적절하다'는 의견이 39%로 나타나 오차범위 밖의 차이를 보였다.
◆청장 후보자 사퇴 요구도 =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는 내부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한 경찰관은 경찰 내부망에 "경찰 조직 전체를 통솔할 리더십에 이미 큰 흠결이 생겼다"면서 "행안부 장관과 대통령만 바라보는 청장을 우리는 원하지 않는다. 대기발령을 정상발령으로 바로잡을 용기가 없다면 스스로 물러나시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취임도 전인데 '식물 경찰청장'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인사청문회 전부터 윤 후보자는 안에서는 경찰 내부조직원들의 비판을 받고 밖에서는 경찰 조직을 통제하려는 행안부 등 정부의 눈치를 봐야하는 입장에 놓여있다"며 "사실상 정부와 입장을 같이할 수밖에 없는 윤 후보자는 경찰청장으로 취임하더라도 내부 통제력이 크게 상실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대통령실과 정치권까지 가세하며 사태는 확산 기로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공무원을 35년 한 과거 경험으로 봤을 때 부적절한 행위가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여당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경찰서장들의 집단행동을 강하게 성토했고 야당은 "경찰 장악 시도를 중단하라"며 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