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산단 기업, 환경오염조사 방해하나
2022-07-27 11:41:29 게재
용역비 못 낸다고 버텨
전남도 편법 입찰 강행
26일 전남도 등에 따르면 전남도 동부지역본부는 지난 4월 여수산단 주변지역 환경오염 실태조사를 진행할 기관 선정에 나섰다. 기관 선정은 지난해 9월 합의한 '여수산단 환경관리 종합대책 마련을 위한 민관협력 거버넌스 권고안'에 따라 진행됐다. 당시 전남도와 여수산단 입주업체, 환경단체 등은 여수산단 주변지역 환경오염 실태조사 등 9개 항에 합의했다.
2년 동안 실시되는 실태조사는 환경부와 전남도, 산단 업체 등이 합의를 통해 처음 실시한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관심에 걸맞게 산단 반경 10㎞ 범위 안의 대기 수질 토양 등 오염 현황을 분석하고, 실태조사와 함께 환경관리 개선방안까지 마련할 계획이었다. 용역비 31억7200만원은 GS칼텍스 등 90개 업체가 부담키로 했고, 지난 5월 대기환경학회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후속조치로 대기환경학회와 실무협상을 진행할 전문위원 추천을 산단 업체와 환경단체 등에 각각 요청했다. 전문위원회는 전남도와 여수시 3명, 주민 5명, 시민단체 2명, 산단 업체 3명, 전문가 2명 등 모두 15명으로 구성한다.
하지만 산단 업체들은 뒤늦게 '조사범위 및 항목' 등에서 합의가 안 됐다며 용역비 지급과 전문위원 추천 등을 계속 거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실무협상이 중단됐다. 산단 업체 입장을 대변하는 여수산단환경협의회 관계자는 "민감한 조사범위 등에서 합의가 안 됐고, 용역비도 너무 과도하다"고 설명했다.
환경단체는 민관협력 거버넌스 유지를 위해 환경오염 실태조사 방식 등을 대폭 양보했는데도 용역비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특히 산단 업체들이 선호하는 대기환경학회를 실태조사 기관으로 선정했는데도 생트집을 잡는다고 발끈했다. 강흥순 여수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산단 업체들이 2019년 측정업체와 짜고 대기오염 측정값을 조작한 사건을 계기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실태조사를 진행키로 했다"면서 "이제 와서 용역비를 못 내겠다는 게 말이 되냐"고 말했다. 환경단체 등은 용역비 지급을 계속 거부할 경우 거버넌스 탈퇴 등 반발 수위를 높일 계획이다.
이런 와중에 전남도가 용역비 지급 거부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남도는 지난해 9월 산단 업체 동의서를 받아 업체 선정을 진행했지만 용역비는 협의를 통해 결정한다는 정도만 합의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전남도는 용역비 확보 없이 기관 선정절차를 강행했다. 특히 입찰 안내서에 '현재 용역비가 미확보 상태이며, 용역비 납부가 지연되거나 중단(취소)될 경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라도 용역계약 체결이 지연되거나 중단(취소)될 수 있다'고 공고했다. 이는 산단 업체 입맛에 따라 실태조사가 언제든지 중단 또는 취소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돼 논란이 됐다. 전남도 동부지역본부 관계자는 "빠른 일 처리 위해 입찰을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검찰은 2020년 여수산단 대기오염물질 배출 조작사건을 수사해 산단 기업 및 용역업체 관계자 5명을 구속기소하고, 78명을 불구속기소했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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