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집단행동 … "윤정부 일방적" 비난
전국 시장에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반대' 현수막 설치 나서
대통령실 졸속 추진 지적 … 4일 규제심판회의에서 재논의
윤석열정부와 소상공인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소상공인들과 야당의 강력한 반발에도 윤석열정부가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를 밀어 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8일부터 집단행동에 돌입한다. 4일 소상공인업계에 따르면 전국상인연합회는 8일부터 12일까지 전국 1947개 전통시장에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를 반대하는 현수막을 설치할 계획이다. 상인연합회는 2일 열린 이사회에서 현수막 설치를 결정하고 각 지역 상인연합회에 공문을 발송했다.
자영업소상공인중앙회는 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형마트 의무휴일 폐지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정인대 자영업소상공인중앙회 공동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윤석열정부는 취임 2개월이 지나면서 대기업은 살리고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은 전혀 안중에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는 대형마트를 경영하는 재벌을 살리자고 소상공인들을 말살하는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2일 서울 광화문 달개비에서 열린 이 영 중기부 장관과 5개 소상공인 협·단체장들과 간담회에서도 불만이 쏟아졌다.
한 소상공인단체 대표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지정은) 최소한의 상생을 위한 규제인데 어떠한 공론화나 협의과정 없이 이렇게 일방적으로 없애겠다고 하면 우리도 가만 있을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단체 대표는 "지금 소상공인 상황은 그야말로 벼랑 끝에 서 있는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야당도 반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3일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병덕 의원(경기 안양시동안구갑)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안건을 4일 규제심판회의에서 논의하는 것은 유통산업발전법에 명확히 기재된 사회적 합의를 대놓고 무시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득구 의원(경기 안양시만안구)은 "소상공인 생사를 가르는 일을 무책임하게 인기투표로 없앨수 있다는 발상에 분노한다"며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는 전국의 골목상권과 소상공인을 죽이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논란은 대통령실이 지난달 20일 우수 국민제안 10건 중 하나로 선정하면서 촉발됐다. 대통령실은 온라인투표로 선정된 3건을 국가정책으로 추진할 방침이었다. 투표 결과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가 57만7415표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투표 과정에 중복전송(어뷰징) 문제가 발견됐다"며 원래 계획을 철회했다. 또다시 윤석열정부는 4일 규제심판회의를 열고 대형마트 영업규제 논의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소상공인 업계와 정치권에서는 의무휴업 폐지가 졸속으로 추진됐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는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해야 가능하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특히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관련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업무보고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갑자기 주요 국정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한편 국무조정실은 4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첫번째 규제심판회의를 열고 대형마트 영업제한 규제에 관해 논의한다.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규제심판부가 이날 회의에서 규제 관련한 각종 의견을 수렴하게 된다.
이날 회의에는 규제개선에 찬성·반대 측 모두 참석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규제개선 필요성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소상공인연합회 전국상인연합회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에선 영업제한 규제 필요성을 밝힌다. 그 외에도 소관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공정거래위원회도 회의에 참석해 각 부처 입장을 개진하게 된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대형마트 영업제한 규제에 대한 높은 국민적 관심과 이해관계가 복잡한 점을 고려해 대형마트와 소상공인들이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대안에 합의할 때까지 회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규제심판회의 외에도 5일부터 2주간 대형마트 영업제한 규제에 대한 국민의견 수렴을 위한 온라인 토론이 열린다. 온라인토론은 규제정보포털(www.better.go.kr)에 접속해 '규제심판 국민참여 배너'를 클릭한 후 간편인증을 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