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만은 꼭 지키자

시민공모전 20회 맞아 … 대규모 개발계획 여전

2022-08-08 11:20:12 게재

'부산 가덕도 국수봉' '새만금 수라갯벌' 두곳이 신공항 예정지 … 1937년에 지어진 '충정아파트'도 철거 위기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7일 제20회 이곳만은 꼭 지키자 현장심사 대상지 11곳을 발표했다. '새만금 신공항' '가덕도 신공항' '거제 사곡만' 등 대규모 개발계획에 따른 환경훼손 우려 지역이 '이곳만은 꼭 지키자' 현장심사 대상지로 선정됐다.
현장심사에는 도시공원일몰제로 대규모 개발이 추진중인 김해 용두지구와 서울시가 철거를 결정한 충정아파트도 포함됐다.
올해로 20회를 맞는 '이곳만은 꼭 지키자' 시민공모전은 환경부와 문화재청이 후원하고 한국내셔널트러스트와 문화유산국민신탁이 공동주최하는 환경 문화유산 보전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은 보존가치가 높지만 훼손위기에 처한 자연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해 시민과 단체의 직접 응모로 이뤄진다. 수상작은 네티즌 평가와 심사위원들의 서류심사, 현장심사를 거쳐 선정한다.
현장심사 대상지는 △김해 용두지구 △새만금 수라갯벌 △평택 배다리생태공원 △대전 보문산 △제주 송악산 하모리층 △부산 가덕도 국수봉 △거제 사곡만 △제주 천미천 △삼양사 해리농장사무소 △충정아파트 △남당리 검배섬 어살 11곳이다.

거제 사곡만. 해양플랜트단지 조성을 추진중이다. 사진 남준기 기자


'충정아파트'는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3가 250번지에 있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아파트 중 하나다.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철근콘크리트 구조의 중정형 아파트로 1937년 준공된 것으로 추정된다.

건축문화적 가치가 상당히 높으나 '마포로5구역 제2지구' 정비사업으로 인해 철거될 위기에 놓였다. 1937년에 지어진 충정아파트는 우리나라 근현대 주거역사의 유전인자로 보존 필요성이 상당히 높다고 평가된다.

1937년 일본인 도요타 다네마쓰가 지은 충정아파트는 상·하수도는 물론 수세식 변기와 가스 시설, 응접실과 거주민을 위한 식당 등을 갖추었고 당시 '근대의 최첨단'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1979년 충정로 확장 과정에서 전면부가 잘려나가면서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남았다.

부산 가덕도 국수봉의 노거수. 사진 부산그린트러스트 제공


충정아파트의 철거/재개발 사안은 중요한 건축유산을 포함하는 유사한 정비사업 사례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2019년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용적률 인센티브와 함께 충정아파트를 보존하는 안을 수립하기도 했다.

◆전북 고창 '정부양곡도정 동호공장' = 정부양곡도정 동호공장은 1939년 8월 삼양사 해리농장사무소로 설치됐다. 전북 고창군 심원면 고전리와 해리면 동호리의 경계에 위치하며 북쪽의 심원면 고전리에는 염전이 넓게 펼쳐져 있다.

고창 정부양곡도정 동호공장. 사진 고창문화모빌 플랫폼 제공


서쪽에는 정미소와 약 20여동의 창고가 있고 정문 가까이에 사무실, 동쪽으로는 소규모 사택들이 배치된 구조다. 부지 내에는 100여년 수령의 삼나무 향나무 뽕나무 등 20~30여그루의 나무들이 보존돼 있다.

정미소 시설물의 보존 상태가 우수하고 시대의 흐름과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사무실과 창고 등 대부분 건물이 노후돼 일부 창고 지붕이 무너져내리는 등 붕괴 위험이 높다.

염전 부지 대부분이 고창군으로 소유권이 이전돼 삼양염업사의 관리가 중단된 상태이며 부동산업체들이 카페나 숙박시설을 위한 매입 활동이 많아 소멸될 위기에 놓여있다.

새만금 수라갯벌에 서식하는 멸종위기1급 저어새들. 사진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제공


◆제주도에서 가장 긴 하천 '천미천' = 제주의 하천은 육지의 하천과 다르다. 대부분이 건천이다. 그렇다고 아예 물이 없는 것은 아니다. 화산활동으로 만들어낸 거대한 기암괴석과 소(沼)가 있고 하천 양안은 울창한 숲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제주의 하천은 제주도 녹지의 핵심축 역할을 해오고 있다. 이 생태축을 통해 새와 수많은 생물들이 하천을 통해 바다에서 한라산까지 오고 간다.

천미천은 제주의 하천 중에서도 가장 길면서 변화무쌍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다른 하천들보다 더 많은 소(沼)를 가지고 있고, 수많은 오름과 함께 수많은 생명을 품어안은 오아시스 역할을 하고 있다.

40여개의 오름과 천미천이 만나 제주도 동남부 권역의 생태축을 형성한다. 돌오름 어후오름 불칸디오름 물장올 개오리오름 돔배오름 물찻오름 말찻오름이 천미천 상류를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거제도 사곡만으로 흘러드는 작은 개울에 서식하는 멸종위기2급 '갯게'. 사진 남준기 기자

◆매립 위기 거제 '사곡해수욕장' = 거제해양플랜트 국가산단 추진으로 매립 위기에 놓인 '사곡해수욕장'과 100만평의 사곡만도 응모작에 올랐다. 거제시민들은 이곳 100만평의 바다를 산업단지로 매립하는 것보다 보존하고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할 것을 요구한다. 해수욕장을 보전하고 생태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미래를 위해 더욱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곳은 해양보호생물인 잘피(거머리말 애기거머리말 해호말)의 거제도 최대 서식지이며, 갯게 수달 삵 알락꼬리마도요 소쩍새 팔색조 기수갈고둥 상괭이 자주땅귀개 등 멸종위기야생생물 해양보호생물 등 법정보호종이 30여종이 서식한다.

해양플랜트 산단계획은 사업성도, 재원조달 계획도, 사업주체도 불분명해 승인이 날 경우 바다만 망친 채 방치될 위험이 매우 높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시 사라질 섬 = 가덕도는 낙동강 하구의 서쪽에 위치하며 낙남정맥(洛南正脈)에서 뻗어나온 산줄기가 마지막으로 매듭짓는 산지형 섬이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여전히 군사지역으로 남아있어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돼 인위적 간섭이 최소화된 상태로 해안림의 극상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가덕도는 100년 동안 해안가 숲이 보존된 소중한 섬이다. 가덕도 신공항이 건설된다면 사라질 국수봉 남동쪽과 서쪽은 인간의 손을 거의 타지 않은 원생(原生)의 경관을 보여준다.

가덕도 주봉 연대봉(459m)과 국수봉(269m)으로 이어지는 산지와 해안에 깃든 동식물의 다양성은 국립공원 지정을 앞둔 부산 최고의 산지인 금정산에 버금가거나 앞선다.

◆올레길 이후 훼손되는 '하모리층' = 제주도 동쪽에 성산일출봉이 있다면 서부지역에는 송악산과 산방산이 있다. 송악산과 산방산은 많이 알려졌지만 하모리층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약 3600년 전 송악산이 화산으로 폭발하면서 공중으로, 바다로 화산재가 주변에 덮인다. 이곳을 하모리층이라고 한다. 화산재 성분이기 때문에 부서지기 쉬워 지난 수천년 동안 파도와 바람에 깎여 마치 그랜드캐년같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아있다.

경관이 아름다운 올레길이다 보니 사람들의 답압으로 인해 해안사구에 길이 여러 갈래가 나면서 염생식물이 사라지고 나대지로 변해가고 있다.

◆새만금신공항으로 사라지는 '수라갯벌' = 새만금 신공항이 추진중인 새만금 수라갯벌은 멸종위기 1급 저어새 서식지로 주변 13km 반경 안에 저어새 번식지가 있고 지금도 중요한 먹이터로 활용되는 곳이다.

수라갯벌이 사라지면 장항과 곰소만을 연결하는 중요한 철새서식지가 훼손되고 생물다양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수라갯벌에는 저어새 수달 흰발농게 붉은어깨도요 알락꼬리마도요 검은머리갈매기 검은머리물떼새등 42종 이상의 멸종위기생물이 서식한다. 수라갯벌은 만경강하구의 가장 중요한 습지이자 마지막 원형갯벌이다. 50여개의 시민단체가 모인 새만금신공항백지화 공동행동은 수라갯벌을 보호하기 위해 보전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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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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