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레길 걷고 물놀이로 더위 피하고

2022-08-11 10:58:32 게재

동대문구 배봉산

숲속도서관·카페도

"둘레길 걸으면서 건강을 챙기고 시원한 도서관에서 커피 한잔과 함께 마음의 양식을 쌓아요. 커다란 창 너머로 숲이 한눈에 들어와 더 여유가 있어요."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 주민 심영숙(56)씨 이야기다. 서울시 기념물 42호 배봉산 보루를 품은 배봉산이 주민들 휴식처로 자리매김했다. 카페가 갖춰진 숲속도서관에 둘레길과 야외 물놀이장까지 더해져 다양한 세대가 고루 찾는다.

11일 동대문구에 따르면 서울을 지키는 요새 기능을 했던 배봉산은 2015년까지만 해도 군부대가 자리잡고 있어 주민들 왕래가 적었다. 당초 사도세자를 안장한 영우원이 있던 곳인데 정조가 이곳을 지날 때마다 절을 올리니 백성들도 따라 절을 했다 해서 배봉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군부대가 철수한 이후 2018년 배봉산 둘레길이 들어섰고 이듬해 숲속도서관이 추가됐다. 지난달에는 야외 물놀이장을 조성, 자연 속 복합문화공간 면모를 갖추게 됐다.

기존 컨테이너 도서관을 탈바꿈시킨 숲속도서관이 우선 눈길을 끈다. 책과 음악에 더해 차를 즐길 수 있는 북카페 형태라 주민들 호응이 크다. 특히 공동육아방을 배치해 유모차를 끌고 오는 주민들이 아이를 잠깐 맡기고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다.

4.5㎞ 둘레길은 경사지지 않아 보행약자나 유모차를 끈 주민들까지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다. 곳곳에 체육시설과 쉼터를 배치, 주민들 사랑방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맨발로 걸을 수 있는 황토길도 조성돼있다. 동대문구는 주민들이 함께 걸으며 둘레길을 만끽할 수 있도록 '힐링 산책길 걷기'를 진행하는가 하면 폭염에 대비해 '더위사냥 생수 냉장고'를 비치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물가에 부담을 느끼는 주민들에게 야외 물놀이장만한 피서지는 없다. 평일에는 200명, 주말에는 600명 넘게 찾을 정도로 인기다. 오랜 시간 차량을 타고 이동해야 하는 불편이 없어 아이들이 특히 반긴다. 장안동 주민 양영동(29)씨는 "아이를 데리고 어디로 여름휴가를 가야하나 막막했다"며 "동네에 저렴한 물놀이장이 생겨 휴가지로 선택했다"고 전했다.

동대문구 관계자는 "황량했던 배봉산이 지역 주민들을 위한 힐링공간으로 탈바꿈했다"며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모든 것을 갖춘 배봉산에서 자연과 문화를 함께 즐기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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